5)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비논리적인 방송 기사가 참으로 많습니다. 금기 논리가 후퇴하는 경우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 기승 전결(起承轉結), 정반합(正反合)등 기본적인 논리전개의 틀을 확실히 체득하십시오.


예) 다음 기사는 정치부 초년병 그러나 일단 기본적인 교육을 거친 기자의 스트레이트 기사입니다. 그러나 기사의 논리성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함께 검토해 보지요.

국민회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검찰 답변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답변서의 모순을 해명하고 경제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증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세형 총재 권한 대행은 오늘 기자 간담회를 열어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임창열 경제 부총리에게 IMF로의 이행을 지시했다고 (검찰 답변서에서) 주장했으나, 오늘 밝혀진 검찰 답변서 전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1998년 5월 7일 KBS 정치부 기사)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 가운데 IMF 구제 금융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증언과 약간의 차이가 있어 논란이 제기된 시점이었습니다.

우선 약간은 배경을 설명할 필요를 느낍니다. 조선일보에서 YS의 검찰 답변서 '요지'(따옴표를 친 것은 조선일보가 주장한 요지이기 때문이다)를 5월 6일 보도했고 7일에는 중앙일보가 '전문'(역시 마찬가지로 중앙일보의 주장이기 때문이다)을 전재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임창열 전 부총리에게 IMF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수단이 바로 '검찰 답변서'('요지')였는데, 조세형 대행은 '검찰 답변서'('전문(全文)')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문면대로 해석한다면 조세형 대행은,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걸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조세형 대행은 YS의 검찰 답변서를 보지 못했으며, 단지 전날 조선일보 보도와 당일 중앙일보 보도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답변서의 모순이라는 것도 검찰 답변서 이전에 감사원에 제출한 답변서와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세형 대행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보도와 중앙일보 보도의 차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두 언론사에 대해 그 차이점을 소명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형 권한 대행은 불명확한 입장을 취했고, 기자는 조세형 대행의 발언의 문제점을 평가하고 의문을 제기해보지도 않은 채 받아쓰기에만 충실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비논리적인 기사의 한 예가 될 것입니다.


3. 자신만의 흐름을 유지하라.
리포트는 일견 관련없어 보이는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종합해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흐름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신문같으면 스트레이트와 해설로 분리할 사안을 묶어서 리포트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전제 위에서 기본적 요령을 정리해 봅니다.

우선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글이나 단락에서 다루는 화제(topic)는 하나여야 합니다. 프랑스의 대문호 플로베르는 '모든 사물을 묘사하는 단어는 단 하나'라면서 1물 1어설(1物 1語說)을 주장했습니다. 이를 원용한다면 방송 기사에는 1문 1사(1文 1事:1 FACT IN 1 SENTENCE), 다시 말해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사상(事象), 하나의 상념(想念)만을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예) 병원에서 치료중 숨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사는 24살 정나영씨의 유족 30여명은 오늘 오전 서울 목동 병원 중환자실에 몰려가 담당 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 정 양이 숨졌다며 항의 소동을 벌였습니다.
이들 유족들은 다리가 부러져 정형외과 치료를 받던 정 양이 상태 호전으로 퇴원 수속을 밟기 직전 고열을 호소하자 병원측이 해열제 4병을 투여했는데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인후 숨졌다며 잘못된 약물 투여가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1998년 5월 24일 KBS 기사)


위 기사는 몇 번을 읽어도 분명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야 많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너무 많은 사상을 한두 문장에 담으려 한 데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우선 리드 문장(lead sentence)에 나타난 주어-술어 관계가 몇 개나 되는지 살펴 보지요.
①병원에서 치료중 숨진 (정나영씨), ②고잔동에 사는 (정나영씨), ③유족 30여명은 중환자실에 몰려가, ④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 ⑤정양이 숨졌다며, ⑥(유족은) 항의 소동을 벌였습니다등 6번에 걸쳐 주어 술어 관계가 이뤄집니다.
이어 다음 문장. ①(정양은) 다리가 부러져, ②(정양은) 치료받던, ③상태 호전으로, ④정양이 퇴원 수속을 밟기 직전, ⑤(정양이) 고열을 호소하자, ⑥병원측이 해열제 4병을 투여했는데, ⑦(정양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인후, ⑧(정양이) 숨졌다며, ⑨유족들은 주장했습니다로 주어-술어 관계가 모두 9개나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적절하게 문장을 나누는 것이 의미를 전달하는데는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정)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진 환자의 가족 30여명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24살 정나영씨 가족 30여명은 오늘 오전 서울 목동 병원 중환자실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가족들은 담당 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 정양이 쇼크로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들은 정 양이 교통 사고의 후유증을 치료받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잘못된 약물 투여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미가 훨씬 쉽게 와 닿을 것입니다. 물론 이 다음에는 병원측의 해명이 기사에 포함돼야 합니다. 환자 가족의 일방적인 주장만 실어서는 언론의 중립성을 어긴 죄로 후에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할 뿐 아니라 기사의 신뢰도 자체가 의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 개개의 사실(fact)에 얽매여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모두 살리려다가는 흐름이 깨지거나 구성이 느슨해질 것입니다. 어렵게 취재한 내용이어서 생략하기 아깝다면 차라리 후에 따로 다룰 기회를 잡도록 해야 합니다. 아마 취재할 당시에는 정말 세상이 다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처럼 느껴졌던 것도 며칠만 지나면 아무 의미 없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재한 사실의 90%를 기사에 담더라도, 전달률이 50%라면 전달된 정보의 총량은 취재한 사실의 45%에 불과하게 됩니다. 차라리 취재한 내용의 70%를 담되 전달률을 70%로 높이면 오히려 전달된 정보의 총량은 취재한 사실의 49%가 됩니다. 기억해 두십시오. 90*50인가? 아니면 70*70인가?

- 리포트는 경쾌해야 합니다. 경쾌한 소재 이른바 연성 리포트를 제작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논리 전개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서론이 길면 어지간히 인내심이 강하지 않은 시청자는 리모콘에 손을 뻗게 됩니다. 뉴스 시청자는 피곤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여유있게 9시 뉴스 시간에 맞춰 TV를 키게 됩니다. 오늘의 한국, 오늘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또 돌아가고 있는지를 편안하게 알아보기 위해서지요.

기사에 리드를 붙이는 이유도 머리가 너무 무거워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6하 원칙을 모두 리드 문장에 담다 보면 글머리는 무거워지게 마련입니다. 무거운 글머리는 시청자의 머리도 무겁게 하고 결국 채널은 돌아가고 맙니다.

한 마디를 더 보탠다면, 중계차 연결처럼 현장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자의 얼굴이 리포트의 첫 머리에 나와서도 안됩니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의 문제입니다. 첫 머리에는 기자가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화면을 던져야 합니다.

- 금기: 결어에 공자 말씀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로서는 뭔가 한 마디 폼을 잡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순수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시청할 경우 논평으로 마무리한 리포트를 대하면 매우 기분이 나빠질 것입니다.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의 자료만을 제공하면 충분합니다. 어쩌면 보도할 사안을 선택해서 취재,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 것입니다. 시청자 스스로 보도하는 기자가 의도한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리포트입니다. 억지로 그런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등은 정말 역겹습니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보도를 보게 되면, 시청자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보고 난 후에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보도라면 실패한 보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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