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 국가대표 주치의 나영무 박사의 대국민 운동 처방전
나영무 지음 / 담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너무 오랜만의 글쓰기. 6~7개월 만에 텅 빈 여백을 마주하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무언가가 불안하고 막막하고 초조하다. 하루 하루의 성실함,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사소한 시간들의 퇴적이 대작을 이루어 내는 가장 빠른 길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 낯선 공백이라니. 무엇 하나 정리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뱅뱅 맴돌기만 하는 답답한 혼란이라니. 다시는 이렇게 큰 덩어리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 세세하고 신경질나는 미세한 한 줄 한 줄 정도의 무게만을 매일 다루기 위해, 오늘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모니터와 마주하겠다. 2013. 06. 04. 화요일.

 

 생각해보니 글쓰기와 운동은 닮은 점이 많다.

 1. 매일 매일 해야 효과가 있다.
 2. 매일 할 때는 효과를 느낄 수 없지만 며칠을 쉬다가 다시 시작하면 내가 얼마나

     게을렀지 바로 느낄 수 있다. (1번과 조금 상충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3. 한 번에 많이 하되 가끔씩 하는 것보다, 조금씩 하되 꾸준히 하는 것이 더 낫다.
 4. 매일 매일 하다 보면 몇 달 뒤 달라진 나를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5.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관련된 사항이므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하기 힘들다.
 6. 하지 않아도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으나 하고 나면 큰 만족감을 얻는다.
 7. 사람을 생산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8. 처음엔 재미가 없으나 하다 보면 재미가 생긴다.
 9. 시작하기가 어렵다.
 10. 중독성이 있다.
    
 음... 중독성은 사실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내 경우, 운동은 중독이 금방 되는데 글쓰기는 중독의 경지에는 올라 본 적이 없다.

 

 재작년인가, 살을 빼겠다고 하루에 3시간씩 걸은 적이 있다. 워낙 꾸물럭대는 성격이라 뛰거나 빨리 걸은 것은 당연히 아니고 느릿느릿 걷는 수준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였는지 발목이랑 무릎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공원으로 나갔었다.

 

 그 땐 뭐 때문에 매일 3시간씩 공원을 걸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왜 안 됐을까. 무릎이 아플 때까지. 그것이 다이어트를 위함이든, 머릿속 고민을 날려버리기 위함이든, 무엇이든 간에 참 미련하고 허약한 짓이었다. 무엇이든 적당해야 하는데. 빨리 날씬해 지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도 어리석고 스트레스로 인한 복잡한 마음을 스스로 조용히 가라앉히지 못하고 병이 날 때까지 걷겠다는 무식함도 건강하지 못한 나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될 것을 혼자 씩씩대니. 그 울화야 오죽하랴.

 

 반면 글쓰기는, 매일 매일 해도 익숙해 지지 않고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는 것이 거의 고문 수준이니 중독의 경지에 오르면 오히려 행복하겠다. 매일 매일 3시간씩 글을 쓰지 않으면 못 버틸 것 같은 어쩔 수 없음. 와!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글쓰기가 참 편할 텐데. 매일 앉아서 이만큼만 써보자, 아니면 요거라도 해보자 다짐을 해봐도 그 다짐은 힘 없는 모래성에 지나지 않으니.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는 제목처럼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사실 좋은 일은 아닐 게다. 그것이 운동이든, 글이든, 게임이든, 군것질이든, 사람이든.

 

 집착하지 않기, 중독되지 않기, 그러나 성실히, 적당히, 열심히 하기. 오늘의 다짐, 끝~ ^^

 

p.s. 모래성 같은 다짐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다짐을 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새롭게 무엇을 시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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