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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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늘도 노랗고, 내 얼굴도 노랗게 떴던 그 시절, 그래도 공부하는 때가 제일 편할 때다, 라고 말씀하셨던 어른들의 말씀을 서른을 지난 지금, 뼈 져리게 실감하고 있다. 목표하는 대학을 놓칠까봐 밥 먹는 것도 서두르며 팽팽하게 이마에 날을 세워가며 공부에 몰입하던 시절,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속으로 외쳤던 나는, 그 시절 어른들의 한숨을 어느새 내뱉고 있다.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이렇게 외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는 이제 안다. 인생은 자꾸 아프기만 한 것이란 걸. 자꾸 자꾸 아파도 내성이 생기지는 않고, 매번 다른 종류의 아픔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자꾸 울고 싶어지고 자꾸만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게 인생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자라야 단단해 질 수 있는 걸까. 얼마나 더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며 얼마나 더 많은 흉터를 만들어야 아프지 않게 되는 걸까. 인생 고비고비에서 새겨진 생채기를 통해 우리는 성숙해 지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덜 상처를 주게 되고 그래서 그 반대효과로 나도 덜 상처를 받는 그 날을 우리는 언제쯤 맛볼 수 있는 거지?

아마 그런 날은 평생 없을 수도 있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시련에도 아프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가 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아픔은 우리의 삶과 평생을 동고동락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아픔이 사라지는 시기가 아니라 시련이 중단되는 시기가 아니라, 어떻게 고통을 이겨낼 것인가, 이다.

고통을 이겨낼 방법은... 역시 사람이 아닐까. 나와 함께 울어줄 사람, 흔들리는 내 어깨를 도닥여 줄 사람, 벗겨진 내 무릎을 호호 불어가며 약을 발라줄 사람.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야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수연과 미유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던 그들이 소설 결말에서는 어색하게 엇갈리지만, 미래 언젠가에는 서로 다시 만나 예전처럼 서로의 문제를 함께 부둥켜안지 않을까. 사람의 인연은 그리 연약하지 않으니 말이다.


안심하기를.

자라는 동안 우리에게 손을 댔던 그 누구도 우리는 잊지 않았으니.


나를 스치고 지나간 나의 인연들이 문득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따스함을 가르쳐 주었지. 그러나 나의 게으름과 나의 무심함과 나의 무례함으로 아예 연락이 끊긴 사람들도 있고, 1년에 한 번 얼굴 볼까 말까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권미화 선생님, 문주용 선배, 이름도 잊은 고등학교 은사님들, 규녕이, 세연이, 소연이, 소희, 수연이 등. 아마 내 인연의 70% 정도를 나는 잃은 것 같다.

누군가가 항상 마음의 빚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항상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찾아가야 하지만 언제나 생각뿐인 빚진 느낌들. 더 부지런해지고, 살뜰해지고, 오지랖이 넓어져야 할 텐데. 가을이 와서 그런가? 나를 안아주었던 사람들이 퍽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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