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정영하 옮김 / 산수야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키아벨리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는 ‘善’이라는 가면을 쓴 채 서로를 기만하는 우리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특히 군주론에서 그는 군주가 실질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사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군주는 자비나 관용과 같은 덕목과 함께 잔인함을 겸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잔인하게 짓밟아야 하며 배신도 서슴지 않아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그런 군주를 모셔야 하는 국민으로서, 한 줄 한 줄에 모두 저항감이 인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말은 선거 때마다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며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현 정치인들의 말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라는 사실과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당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당위만을 고집하는 군주는 결국 파멸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군주를 야수에 비유했다. 특히 군주는 야수 중에서도 여우의 영리함과 사자의 힘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우의 머리가 없이는 함정을 알지 못하며 사자의 힘이 없이는 늑대를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치 세계의 지저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마키아벨리도 군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민심’을 꼽았다. 그도 백성의 만족은 군주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은 억압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지배자가 자신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지배자를 갈아치우려고 한다.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군대를 구성할 백성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세습 군주제, 절대 군주제에서도 두려운 것이었다. 따라서 군주는 시민들이 상업, 농업 그리고 기타 업무에서 각각 안심하고 맡은 바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또한 과중한 세금이 무서워 상행위를 꺼리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지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신과 살육과 거짓을 일삼는다 하더라도, 백성에게는 성실하고 신의가 두텁고 언행이 일치하고 인정이 많고 신실한 사람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군주에게 민심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동맹국 군주를 죽이는 그 순간에도 백성들에게는 인자한 웃음을 보여야 하는 것이 군주다. 그리고 이 명제는 마키아벨리 시대에만 적용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웠던 마키아벨리 시대의 이상적인 군주, 즉 강력한 군주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군주든 민심을 얻어야 하는 것은 영원불변의 진리다.


그렇다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어떤 군주를 원하고 있는가. 경제 성장, 원칙 정립, 선진국 진입 등 유력 후보들은 갖가지 공약과 구호로 민심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의혹과 정치공방들, 그리고 자신들의 잇속을 위한 이합집산 때문에 어느 한 후보도 민심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후보들만의 문제일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어떤 군주를 원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후보들을 비판하기만 했지 그렇다면 어떤 후보가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한 바가 없다. 국민들이 스스로 어떤 군주를 원하는지 이상을 제시해야 후보들이 이에 맞춰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민심의 실체가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떤 군주를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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