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분명 우리 시대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영화를 철학적으로 읽어 내는 시선은 이젠 좀 진부해진 감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언급해 놓은 몇 권의 책들은 한때 그 흐름의 첨단에 놓여 있었다.
물론, 지금 읽어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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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
이진경 지음 / 소명출판 / 2002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구판절판
들뢰즈 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들뢰즈 철학 읽기.
이진경은 시스템 빌더라기보다는 아이디어 뱅크에 가까운 듯. 영화를 촘촘히 읽어내는 재치가 번득인다. 읽어내되, 앞서거나 새지 않기.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철학과 영화의 매듭은 이 책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인간의 얼굴-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오늘의 지성을 찾아서 1
이정우 지음 / 민음사 / 1999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품절

철학과 영화의 만남을 황홀하게 보여주는 수작.
영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1장만이 영화를 다루고 있다.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블레이드 런너>를 분석한다. 영화와 철학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글이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0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품절
나름대로 재미있던 책이다.
헌데, 딱히 정이 안 간다. 비교적 정형화된 구성 때문일까?
물음이나 시선은 분명 자유롭고 발랄한데, 4단계가 5단계로 이루어진 구성이 별로 맘에 안 들었던 듯하다. 또, 등장인물의 이름을 어원으로 분석해 놓은 부분도 별로였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아래 소개된, 김용호의 책과 비슷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철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철학적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철학하기
김영민 지음 / 철학과현실사 / 1994년 8월
6,000원 → 6,000원(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품절

읽은 지 하도 오래돼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남은 기억에 의하면, ‘황비홍’을 분석해 놓은 글은 다소 황당했던 것 같다.
언제쯤 다시 한번 들춰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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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지식인을 통해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맨얼굴.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식인 사회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언론, 정치, 문화, 습속의 뱃가죽에 깊숙이 비판의 칼날을 찔러 넣는다. 그들이 벼린 칼날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아프다. 그 칼끝에 썩은 살덩어리가 뒤엉켜 걸려 나온다. 아프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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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속살- 동시대인 총서 9
임지현 지음 / 삼인 / 2001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그는 문장을 고를 줄 알고 글의 흐름을 탈 줄 안다.
글에 숨을 불어넣는 그의 솜씨가 부럽다.

'일상적 파시즘 다시 읽기'를 다시 읽는다. 문제 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민중은 대개 방조자이지만, 항상 그런가?
'어떤' 민중이 적극적 동조자라 해도, 어떤 '민중'은 소극적 방조자가 아닐까?
그들을 방조자로 만드는 권력과 언론의 문제는 왜 빠져 있는가?
공모와 방관의 결을 섬세하게 매만질 수 있길.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절판

자분자분 짚어 내는 우리 사회의 속살.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비판의 칼날이 번득인다.
그러나, 그 칼을 쥔 그의 손엔 온기가 배어 있다.
온기 아래 새록새록 돋아나는 희망의 새살.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개정판
진중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구판절판
우리 시대의 광대, 진중권.
광대의 춤사위에 녹아 내리는 극우들의 수사.
우리들의 짜부라진 영웅, 영웅(?)들.
B급 좌파-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04년 02월 04일에 저장

긴 말이 필요 없다. 직접 들어보라.

"사람은 누구나 좌파로 살거나 우파로 살 자유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선택을 인생에 걸쳐 일상 속에서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하는 일인 것 같다. 좌파로 사는 일은 우파로 사는 일에 비할 수 없이 어려우며, 좌파로 살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가진 이는 아주 적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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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혼자 하는 여행은 지극한 나르시시즘의 소산이다. 자신에게 매혹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그렇게 혼자 버티긴 힘들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3주 동안 여행하면서, 저 물음을 놓지 않았다. 3년 동안의 사회 생활 동안, 외면했던 저 물음을.

이 여행은 시작이다. 몇 번 더 국내를 돌아보고 나서, 세계를 둘러볼 것이다. 다음 번 여행은 내 몸을 갈아서 이 산천을 돌아보고 싶다. 오로지 내 몸뚱이 하나로. 아무도 가지 않는, 혹은 아무나 가지 않는 길로. 아주 먼 거리만 빼고는 차에 의지하지 않은 채 말이다. 자전거도 좋고, 두 발로도 좋다. 사찰 하나에 이르기 위해 몇 날이 걸릴지 모르고, 서원 하나에 다다르기 위해 며칠을 길에서 보내야 할지 모를 그런 여행을. 그렇게 내 몸으로 힘겹게 닿은 곳은, 어디든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며 눈물겹게 소중할 것이다. 그곳의 풀 하나, 돌 하나까지도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은 부모처럼 서럽게 반가울 것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이 내 핏줄처럼, 그곳의 땅이 내 몸뚱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가울 것이다. 지리산 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처럼, 멀리 돌아서 더 멀리까지 이르는 여행이면 좋겠다.

우리 산천을 둘러보는 여행은, 풍경과 마주치는 여행이다. 그 풍경들은 대부분 소박하나, 이땅의 역사와 숨결을 지니고 있어 웅숭깊다. 이 땅의 숨결을 들이쉬지 못하면, 이 땅의 역사는 가슴 속에서 살아 굽이칠 수 없다. 이 여행은 내 안에 몇 개의 물굽이를 새겨놓았다. 그것은 이 땅에 대한 것이었고, 이 땅에서 피땀 흘려 제 생을 일군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아직,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만나야 하는지 모른다. 더 깊은 것들과 더 작은 것들을. 내 작은 그릇이 차고 넘칠 때까지. 작고 하찮은 것들에 깃들인 크고 넓은 것들을 바라보는 눈길을 길러야 한다. 그 눈길로 세상의 후미진 모퉁이를 돌아봐야, 돌보아야 한다. 세상에 저 홀로 버려진 것들 안에 깃든 넓고 아름다운 빛을. 그래서, 나는 홀로 떠났는지 모른다.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 위해서. 아직도, 몇 번은 더 떠나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할 날도 올 것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랫동안 함께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세상을 쓸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과 사귀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수만 가지의 관점을 살아 있는 가슴으로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세상 속에 퍼뜨리며 끊임없이 갱신하는 그런 여행을.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끝없이 잇대고 새끼 꼬듯 엮는 그런 여행을.

 

동해, 해 뜨기 직전의 하늘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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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아래서 섬진강은 수런거린다. 섬진강은 지리산 밑자락을 살포시 감싸며 돌아간다. 산을 품어 안은 강은 넓고 넉넉하다. 강과 산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정겹다. 그 둘은 두런두런 정답다. 산은 강을 덮지 않고, 강은 산을 깎지 않는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운명에 대응하는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운명을 개척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굽이를 도는 강은 운명을 끌어안아 운명을 사랑하는 삶을 침묵 속에서 보여 준다. 강은 산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좌절하지도 않는다. 강은 굽이굽이 에돌아 제 길을 간다. 바다에 이르는 길을. 강의 꿈은 바다다. 강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바다를 꿈꾼다. 그게 강이 꿈꾸는 자세다. 그러므로, 지리산 굽이를 돌아 흘러가는 섬진강은 황홀하다.
그 황홀함 앞에서, 나는 무참했다.

지리산, 대원산 가는 길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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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서원은 유성룡이 지은 서원이다. 병산(屛山)이란 이름은 병풍처럼 펼쳐진 산에서 유래한다. 그곳에 가면, 아무런 설명을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왜 그곳이 병산서원인지, 혹은 병산서원이어야 하는지를. 서원은 그 앞의 산과 강에서 적당한 거리로 물러나 앉았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그 거리란 참 묘한 것이어서, 서원과 자연은 둘이되 하나처럼 느껴졌다. 풍경과 어우러지는 가장 적당한 거리를 병산서원은 구현하고 있었다. 하여, 서원 안으로 앞강과 앞산이 흘러들고 스며든다. 강당의 정중앙에 앉아 있노라면, 산이 서원으로 스며드는, 서원이 산으로 다가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서원의 규모는 작으나, 그 작은 것이 크고 거대한 산을 제 속으로 들어앉히는 모습은 놀랍고 아름답다.
살아 있는 문화재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병산서원은 내게 일정한 답을 주었다. 안동 하회마을이 죽어 있는 문화재의 표본이라면, 그 바로 옆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살아 있는 문화재의 귀감이다. 서원의 마루는 깨끗이 닦여져 있었다. 무엇보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라는 안내문은 그지없이 반가운 것이었다. 신발을 벗고 누각 위에 올라앉으니 앞산이 내 눈과 가슴으로 밀고 들어왔다. 눈으로만 보고 머리로만 이해할 게 아니라, 사람의 손때가 묻고 사람의 발길이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 살아 있는 문화재라고 한다면 말이다. 적어도, 건축물에 한해서는 나는 그리 생각한다. 현재의 온기와 과거의 운치가 어우러진, 생생하게 살아있는 문화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고작 두 대뿐이다.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이웃하고 있다. 그 둘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으로 들어가자면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병상서원은 그 너머에 자리한다. 병산서원 가는 길에서 만난 강과 산은 넉넉하고 풍요롭다. 나는 가는 길은 버스를 탔고, 오는 길은 차를 얻어 탔다. 버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가게 될 때는, 가는 길은 걸어서 들어가야겠다. 병산서원을 감싸는 그 넉넉한 강과 산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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