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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평점 :
나무는 언제나 내 마음을 파고드는 최고의 설교자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 같다.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는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복숭아나무 그림 하나에 흠뻑 매료되어 벌써 베어물고 내 입가에 과즙이 팡팡 터지는 미련한 상상을 하면서도 그다지 바보같지 않게 그렇게 즐겁다.
시를 헤르만 헤세가 자필로 옮겨 적은 시 「나무들」을 읽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한번 더듬어 보며 헤르만 헤세를 느껴보는 기쁨도 가져보고...
보리수꽃
지나가면서 더욱 깊이 숨을 쉬는 떠돌이 방랑자는 그것을 얻는다. 방랑자는 모든 즐거움 중에 최고의 것, 가장 섬세한 것을 얻는다.
시와 글의 서체가 달라지는 그런 지점을 만든 것은 참 좋다.
글을 사정없이 읽다가 시가 귀여운 서체로 변하면 귀여운 마음으로 따라 읽는 즐거움을 절로 장착하게 되니 말이다.
110쪽의 우거진 작은 길을 따라 벌써 저 끝까지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 정말 저 작은 길을 내 발로 걸을 수 있다면...
유다나무는 또 뭐야? 그러면서 찾아보게 되고, 익숙한 박태기나무인걸 알게 되고, 저 아름다운 나무에서...
그러다
숲에서 나오면서 포도나무와 복숭아나무를 따라 이 작은 초록 계단식 지형을 지나고, 다시 마주 보이는 숲을 향해 걸어가다보면 아름다운 순간이 나타난다.
읽다보면 포도나무, 복숭아나무 달큰한 향내가 왜인지 느껴지는 착각이 그리 밉지 않다.
안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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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걸으면 이상해!
삶은 홀로 있는 일이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니
모든 사람이 저 혼자다.
폴커 미헬스의 말,
영원한 오늘이 그걸 보고 웃을 테고.....
유한한 삶 속에 무한한 오늘이 계속 되는 그런 나무들을 보고 웃는 나와 과거와 미래가 한데 어우려져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가는 것.
그것이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의 매력이고 마력이다.
바깥에 나가면 자꾸만 커다란 나무들을 올려다보고, 꽃을 보고 그렇게 그렇게 웃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