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실패한 내 인생도 다시 떠로를 기회가 있을까?"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정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내심 그럴 수 있었으면, 그래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선택한 『튜브』
손원평 작가가 늘 그렇듯 주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들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정말 너무나 힘들고, 힘들어서 힘들다는 소리조차 못하는 그런 나날에 실낱같고 지푸라기같아서 꼭 읽어보고 꼭 내가 거기서부터 힘이 되어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어서 읽은 『튜브』
김성곤이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느낀 삶에 한줄기 자유로운 바람이 불어드는 것 같이, 제발 제발 내 삶에도 안드레아로 불리는 것을 꿈꾸며. 내 어린 시절도 가히 그리 편안했다고만 할 수 없는 그 힘들고 어려운 그런 마음에 홀씨처럼 붙어서 꽃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하며..
내가 나인 것을 영원히 부정하고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기에 안드레아라는 이름과 함께 반쯤 하늘을 날다가 다시 현실에 발붙인 김성곤으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김성곤 안드레아로 소개하는 현실처럼...
내가 나인 것을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내 존재이기에.. 하지만 안드레아라는 이름같은 숨통 하나쯤은 있어야 그 힘듦을 한줄기 자유로운 바람..
숨이 턱턱 막힐만한 기가막힌 어린시절을 어찌저찌 보내며 세상 홀로 핀 잡초마냥, 잡초보다 강하지도 못하게 컸는데, 중년에 겪은 가족을 읽은 슬픔.. 그리고 사람.. 관계에 대한 고통으로 인해 괴로운 감정이 커가는 나의 슬픈 生..!!
그래도 지금은 슬프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이 시점
처량하고 처연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아프고 슬프고 그런 내 삶.
어느 여배우가 그랬다. 아프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고. 아쉽지.. 내 인생이니까 아쉽지..
십여년 전에 들었을때도 가슴에 콕 박히더니 이제 이 시간이 되어 보니 뽑히지도 않게 박혀 있다.
김성곤은 작은 결심을 다졌다. 자세를 바르게 하는 걸 지상과제로 삼기로. 모든 걸 다 잊고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이다. 그 시시한 다짐이 결과적으로 과감한 여정의 첫발자국이라는 걸 그로선 아직 알 길이 없었다.
나같은 경우에는 작은 결심으로 '그럴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자였다. 하지만 마주 대할 자신이 없어 피하고, 나를 무시하는 손길과 눈길에 공포와 환멸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것 같다.그래서 저 부분을 읽어 내릴 때 과연 나의 과감한 여정의 첫발자국은 무엇일까? 자구 되내였다. 아직도 덤덤하지 못한 나를 보는 혐오의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첫발자국을 내가 내딛었는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지난 후에야 더욱 명확하게 떠오를 것만 같았다.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우린 항상 무언가를 판단하느라 에너지도 감정도 너무 많이 쓰고 있잖습니까. 그러다보면 자꾸만 소모적인 생각이 날아들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생각이란 건 자신만의 선글라스 같은 거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의 스위치부터 꺼야 하죠. 그다음은 쉽습니다. 낙엽은 낙엽으로 보고 전봇대는 전봇대로 보는 겁니다. 빨간 건 빨갛게 노란 건 노랗게 받아들이면 되죠.
내가 하고 싶은 과감한 여정의 첫발자국이 과연 무엇일까 맴돌다가 저 구절을 읽고서 아!라는 탄식을 하고 말았다.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 에너지와 감정을 쓰다가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악순환.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을 알게 된다.
나의 첫발자국은 생각의 스위치를 끄자. 에서부터 시작점이다.
정말 변하고 싶은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의 고요한 응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나가고 싶지는 않은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자기 자신을 깨부수고 나오고 싶지는 않은가.
네가 작은 행동이나 습관들을 바꿔나가고 그렇게 해서 네 생각이 바뀌고 나아가서 인생도 바뀐다면 믿겠니?
그냥저냥 살만하다고 느끼며 살던 시절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을 이야기가 내가 죽을만큼 힘든 일을 겪고 나니까 한줄기 문장에도 집착하며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뭐든지 한번에 한가지씩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때 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에 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매 순간에 충실하자.작가는 말한다. 삶도 그랬다.인생에는 더러 반짝이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삶은 어둡고 차갑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 같았다.
나는 이제 수렁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다는 아니다. 밥이 단걸 보니 그렇다. 다시는 먹지 못할 것 같은 삶도 그렇게 평온을 찾아간다. 이게 정상인지 뭔지는 모른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제 한번에 한가지씩만 하며 생각의 스위치를 끄기로 마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