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안개초등학교 1 - 까만 눈의 정체 쉿!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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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묘지은은 안개초등학교까지 다섯번째 전학이다.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짐작하고 친구들이 웃으면 따라웃고 누가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평범하게 지냈다. 그래도 지은이가 쳐다보면 계속 딸국질을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 손을 잡으면 뾰루지가 나는 일은 없길 바랬다.
지금까지 자신이 폭탄이었고, 다른 사람이 폭탄을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폭탄을 던진 사람은 담임 선생님, 던지 곳은 교실, 던진 때는 월요일 4교시 수학시간이었다.
"묘지, 말해 봐!"
'묘지? 특이한 이름이네.그런 애가 있었나?'
30cm 자가 지은이 코끝을 가리켰다.
지은이는 놀랐다. 이지은에서 묘지은으로 성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지은으로 불린 지는 10년 가까이, 묘지은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어색하고 낯설었다.
"묘지, 은"
지은이는 그 순간 묘지가 되었고, 아이들 눈에 띄고 말았다. 흰 밥 속 까만 콩처럼. 그렇다 , 콩. 아이들은 콩을 싫어했다. 밥에서 골라내 버리고 싶어 했다.
"답 몰라? 저번 학교에서 어디까지 배웠는데?"
지은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은이는 원래 그랬다. 당황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얼굴이 빨개지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입이 딱 달라붙었다. 꼭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했다. 첫 번째 학교도, 두 번째 학교도 싫었는데, 세 번째, 네 번째도 싫었는데, 다섯 번째 학교마저도 너무너무 싫었다. 하지만 꾹꾹 참았다. 전학 온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되었다.

안개초등학교에는 이상한 선생님이 참 많았다. 구깃구깃한 파란 옷만 입는 선생님, 구슬픈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닥만 보고 걷는 선생님 등등 그에 비하면 지은이 담임 선생님은 아주 멀쩡해 보였다. 언제나 말쑥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어 넘겼다. 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이상했다. 담임 선생님은 잘못하면 반드시 벌을 주었다. 예외는 없었다. 한 번이라도 잘못한 아이는 눈을 부릅뜨고 끈질기게 지켜보았다. 지익 딱 지익 딱 지익 딱.
복도에 그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직딱샘이다! 직딱샘!"
불쌍한 건 달아날 곳 없는 3학년 4반 아이들이었고, 더 불쌍한 건 직딱샘에게 찍힌 아이, 묘지은이었다.

지은이가 조마구를 처음 만난 건 텃밭에서였다. 지은이는 그날 아이들 앞에서 코가 빠지게 혼이 났다.
"묘지, 아직 분모 , 분자도 구별 못 하면 어떡해!"
지은이는 언제나처럼 얼굴을 붉힌 채 대답하지 못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왜 말을 안 해! 입이 붙었어?"
지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씨구, 그런데 밥은 어떻게 먹어?"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지은이는 급식실로 가지 않았다. 직딱샘 말이 자꾸 떠올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지은이는 교실 밖으로 나와 공동묘지로 갔다.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뭐해?" 지은이는 아주 살짝 눈동자를 움직였다. 어이없는 착각에 긴장이 풀린 지은이는 저도 모르게 코를 훌쩍였다. "울어?" "안 울어." 지은이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1학년 ? 아니면 유치원생?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눈동자가 새까만 아이가 지은이를 보고 있었다. 아이가 왜 울었냐는 말에 학교가 싫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학교가 왜 싫냐는 말에 담임선생님이 싫다 말했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다. 까무잡잡하고 눈동자가 새까만 아이는 조마구였다. 무서운 책이지만 흥미진진한 것이 책의 내용을 내가 겪은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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