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책을 깊게 읽는다. 서로 다른 책을 본 경우는 제하고. 어렸을 때. 아마도 다들 한 번은 봤었을 듯한 문학작품에서도. 큰 흐름도 간신히 기억하는. 주인공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이들이 태반일텐데. 가끔씩. 소소한 사건은 물론. 마음에 드는 대사나 문장을 암송해내는. 특수 능력자들도 있더라는.
책 속에 나오는. 생소한 음식들을 궁금해 하는.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던. _내 식탁 위의 책들(2012)_은. 특수 능력자들 중에서도. 이 부문에 특화된 일부 능력자여야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책이었던.
빨강머리 앤, 메리 포핀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의 속편을 찾아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나에게는. 종이 위의 글자에 불과했던. 음식을 하나씩 펼쳐내며. 아마도 쾌락으로. 음미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더 신기했던.
책은 흥미로웠고. 다시 혹은 새로 읽어보고 싶은 책도. 처음으로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도. 가득했던. 모두는 아니었지만. 목록의 처음 몇 개는. 따라가 보기도 했던.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내는 듯 했는 데. 얼마전에. _책장 속 티타임(2019)_와 _생강빵과 진저브레드(2020)_를 만나면서. 예전 책을 다시 들쳐보고 비교해보게 되던. _책장 속 티타임_이 주로 영국을 중심으로. 문학작품 속의 티타임에 등장하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_생강빵과 진저브레드_는 _내 식탁 위의 책들_과 더 비슷한. 다만 저자의 입은 좀 더 짧은 느낌의. 아마도.
그렇게 다시 책과 음식 목록을 갱신하는. 기회가. 2010년대 초에 비해서는. 찾아 보거나 먹어 보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으니. 지금 해볼 수 있는 것들은. 가급적 해볼까 싶은. 마음을 먹은.
사실은 몇 년전에 또 비슷한 _문학을 홀린 음식들(2017)_을 구해놓고. 읽다 말았던. 까맣게 잊고 있었는 데. 이 참에 찾아 놓은. 이 책은 조금 더 하드코어(?)인 것이. 작품과 음식뿐 아니라.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는. (다시 보니 _책장 속 티타임_도.) 요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하지만 일단 원조의 맛을 봐야. 제대로 재현도 할 수 있을테니. 천천히. 책부터 조만간.
어쩌다보니 실용서 같이 소개하게 된. 한데 사실 에세이로의 매력도 적지 않은. 저자들이 글을 다루고. 연구하고. 번역하고. 하는. 이들이라. 문학과. 음식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을. 잘 버무려 내던. 어쩐지 책장과 식탁이 있는 방에 초대받아. 장서가와 식사하며 대화하는 듯한. 대화라지만 딱히 말하지 않고. 잘 들으며 맛있게 먹기만 해도 되는. 미소로 화답하며. 즐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