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커피 퀴즈로 시작하자. 

    다음 중 보기에 쓰인 모카의 의미가 나머지와 다른 것은?
 ① 모카 하라 ② 모카 마타리 ③ 카페 모카 ④ 모카 이가체프


만약 퀴즈의 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모카 커피 고수다. 하지만 답을 몰라도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커피 지식이 높다하여 반드시 인품까지 훌륭한 것은 아니므로. 자, 정답은 나중에 공개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그럼 모카 커피란 도대체 무슨 커피를 말하는 것일까? 커피 애호가나 매니아가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접했을 말이다. 하지만 정확이 어떤 커피를 모카 커피라고 말하는지 커피 좀 마셨다고 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다. 아라비카종 커피의 원산지는 지금까지 몇 번 언급한대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다.(로부스타종 커피는 콩고가 원산지다.) 그런데 아라비카 커피를 처음 재배한 곳은 예멘이란 나라다.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로 에티오피아와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예멘이 커피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보다 커피를 처음 재배한 이유는 아마도 커피가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문명권의 음료로 시작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어쨌든 예멘에서 시작된 커피는 중동에 퍼졌고 명실공히 이슬람의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결국 터키를 통해 기독교 문명권인 유럽에도 커피가 퍼지게 되었다.  

커피가 자라지 않는 유럽은 커피를 수입해야 했는데 그 당시 가장 많이 커피를 수출한 항구가 예멘의 모카 항구다. 커피향이 끊임없이 퍼지는 모카항의 모카란 이름은 그 후 커피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인구에 회자된다.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서 커피를 일찍 접한 이태리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가정에서 모카포트로 뽑아 마신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을터인데 왜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 이름이 '모카포트'였을까?  생각해보면 초창기의 커피 별칭이 모카였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예멘의 모카항을 통해서 수출한 커피는 반드시 예멘 커피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척의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아의 커피까지 국제 수출항인 예멘까지 수송되었다가 모카항을 통해서 유럽으로 퍼져간 것이었다. 이런 연유로 모카항을 통해서 수출되었던 예멘 커피와 에티오피아 커피를 '모카 커피'라고 통칭하게 된 것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커피는 예멘의 마타리, 에티오피아 하라, 이가체프, 시다모 등인데 역시 최고의 모카 커피라 하면 마타리와 하라를 뽑는다. 이 둘의 커피는 종자가 같지만 재배 지역의 가공 방법을 비롯하여 토양이나 기후 조건 등에 따라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갖추게 되었는데 특히 깔끔한 신맛과 초코향, 과일향, 꽃향 등이 일품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자연건조 방식으로 재배하는 마타리는 단맛과 초코향이 뛰어나기까지 하다. 그런데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것으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커피가 하나 있는데 '카페 모카'가 바로 그것이다. 카페 모카란 에스프레소에 스팀 우유를 넣은 후 초코렛을 넣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모카란 초코렛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모카 커피와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다.  

현재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예멘의 모카항을 통하지 않고 에티오피아에서 직접 수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모카항을 통해 수출하면서 얻었던 모카란 명칭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뭐 예우 차원이랄까. 그럼 모카 자바는 또 뭘까? 모카 자바는 모카 커피와 인도네시아 자바커피를 섞은(블렌딩)한 커피를 말한다. 인도네시아에 커피를 이식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져간 커피는 물론 모카 커피였지만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토양이나 기후에 따라 모카 커피와는 다르게 변종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자바 커피가 원래의 모카 커피와 블렌딩을 한 것이 모카 자바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서두에서 출제한 커피 퀴즈의 정답을 눈치채셨는가? 그렇다. 3번 정답되겠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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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wldi 2009-01-13 21:56   좋아요 0 | URL
정답 : 3번 입니다!
 
커피 한 잔 더 1 커피 한 잔 더
야마카와 나오토 지음, 오지은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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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고급 원두 커피 시장이 확대됨에따라 자연스럽게 커피 관련 출판 시장도 커지고 있다. 커피의 역사를 다룬 서적부터 커피를 주제로 한 여행기나 커피 추출 가이드북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책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쏟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비슷한 형식을 취하거나 대동소이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론 크게 눈길이 가지 않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겉표지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고 있는 <커피 한 잔 더>란 만화를 우연히 발견했다. 몇 장을 넘겨봤다. 기존 일본 만화체에서 벗어나 판화 느낌의 선 굵고 꽉 찬 페이지는 판화가 주는 손맛과 핸드드립 커피란 소재가 어우러져 진짜 커피향이 스멀스멀 느껴질 정도다.

작가 야마카와 나오토는 1962년생이라 한다. 한국 나이로 치면 마흔여덟살이다. 지금 이 나이대 한국의 동년배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엔 암울하게, 대학땐 가열차게, 사회에선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크게 행복한 것도 아니다. 부모를 위해, 국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오히려 회사에서 내쳐지고 가정에서 버림받는 암울한 현장의 중심에 서있는 세대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선 아마 일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세대들의 특징은 보통 십대 때 팝음악으로부터 구원받는 것인데 아마도 이 만화를 그린 작가도 그랬던 거 같다. 팝음악과 추리소설이 작가에겐 영혼의 도피처요 커피는 영혼을 위로하는 음료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묘한 그리움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책장을 다 넘기고 보면 뭔가 허탈하기도 하고 극중 에피소드에 나오는 한 인물로 동화되어 어느새 먼지 묻은 지난 앨범을 뒤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커피 한 잔 더>란 제목은 작가가 밝혔듯이 밥딜런이 1976년 발매한(책에는 67년으로 되있지만 76년이 맞다.)앨범 <desire>에 수록된 <one more cup of coffee>에서 따온 것이다.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노래다. 멜로디가 아주 끈적이면서 애절한 곡이다. 만화 내용은 여러가지 단편이 수록되어 구성된 것인데 그렇다고 '커피' 그 자체가 주제나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진 않는다. 오히려 소품으로 때로는 배경으로만 깔리면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생길 수 있는 충돌과 간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작품들은 질리지가 않고 지속적으로 심지어 커피처럼 중독될 정도로 다음 만화를 기다리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빌론 재방문>편과 <블루 마운틴의 꿈>편이다.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을 함께 경험하는 에피소드인데 아버지 덕분에 커피집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을 읽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아마 작가 자신의 경험담일까? 이런식으로 정서적 울림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블루 마운틴의 꿈>과 같은 끔찍한 상상력이 동원된 이야기도 있다. 마치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블루마운틴 커피 원두 제조의 까탈스러운 공정을 비꼬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런 나치 시대가 다시 온다는 건 상상하기 싫다.

이밖에도 작가 자신의 커피에 대한 철학이나 애정을 작품 구석 구석에 꼭꼭 숨겨둔 듯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는데 아마도 작가는 이 만화집을 통해 커피에 대한 연정을 바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에겐 과연 커피가 무엇일까? 오늘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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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견문록 (보급판 문고본)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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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견문록>이 재밌는 이유는 작가의 대책없는 여행 루트 때문이다. 물론 커피의 전파 경로를 따라간다는 방향에 대한 대원칙은 있지만 방법은 항상 즉흥적이다. 만약 스튜어트가 치밀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일정표대로 움직이는 기록을 썼더라면 어쩌면 난 따분해서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커피'란 화두를 갖고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스튜어트의 '커피견문록'. 한마디로 님좀짱이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그리고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세상에 대한 직관이 담긴 문장들은 세계사 또는 문화인류학 보고서로 읽혀도 전혀 손색이 없다. 또한 그의 유머는 또 어떠한가. 오히려 '견문록'이란 제목이 이 책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the Devil's cup')

따라서 난 책을 읽으면서 저자 개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의하면 저자 스튜어트는 다양한 직업을 갖은(혹은 거친) 다재다능한 하이브리드형 인간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한마디로 '인간'과 '세상'에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며 우리는 그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 국가, 사회적 문화적 습성에 대한 모든 편견을 버리고 읽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펼쳐질 스튜어트의 커피 모험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초에 커피가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커피를 결국 먹/었/다.

그렇다. 커피는 인간에 의해 발견된 식물이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알려져있고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예멘에 전해진 커피는 아랍 문화권에 흡수된다. 그 후 터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되고 다시 유럽을 통해 신대륙과 아시아로 퍼져나간다. 이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커피의 이동 경로로 이런 정보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하지만 스튜어트는 종교와 문화, 인종을 초월하여 커피가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그 원초적 이유에 대해서 고민한다. 스튜어트는 모든 인류의 태동과 커피의 원산지가 아프리카 대륙인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성경 창세기 아담과 하와편에 등장하는 금단의 열매가 혹시 커피가 아니었을까? 라고.

커피는 각성의 음료이다. 즉,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흥분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커피 열매는 빨갛다. 하담과 하와의 열매가 사과나 무화과 따위가 아니라 커피라는 추론은 이렇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억지 주장이라고? 천만에. 이슬람교와 크리스트교(기독교는 크리스트교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로 발음한 것으로 카톨릭(구교 혹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통칭이다.)는 구약을 공유한다. 성경이란 바로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아랍 문명의 기록이며 커피는 바로 아랍 문명이다. 자 이쯤되면 가능성이 있지 않나?

커피, 유럽을 개화시키다.

이 책에 의하면 유럽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유럽은 야만의 세계였다고 한다. 술에 취해있거나 싸우거나 둘중의 하나. 그게 바로 유럽. 그랬던 유럽이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터키때문이다. 터키의 오스트리아 침공으로 커피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유럽의 문명이 꽃피우기 시작한다. 실제로 유럽이 취해있을 때 커피를 마셨던 아랍 문명은 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렸었고 커피를 알게된 유럽은 이때부터 숙취에서 깨어난다. 늘어난 커피하우스나 카페에선 연일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음악, 미술, 문학, 철학 심지어 경제 이론까지 태동하고 심지어 최초의 자본주의 개념에 의한 회사도 설립된다.(이것은 추후 유럽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의 토대가 되긴 하지만) 또한 정치 토론도 빠질 수 없는 카페의 토론 주제였는데 여기서 민주주의 개념이 태동하고 신문이 탄생한다. 스튜어트는 커피가 어떻게 유럽을 변화시켰으며 그 변화의 이면엔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나쁜 커피를 마시면 몰락한다?

이 책은 커피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을 탐구한다기 보다는 왜 인간은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점철되어있다. 말하자면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의 효능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있다. 마약이나 환각제를 대신할 그 무엇을 찾던 인간은 결국 카페인을 찾아냈고 커피를 통해서 인류사는 다시 쓰여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 스튜어트가 독일인 사회학자 요페와 나눈 대화(P.271~278)는 정말 최고다. 요페의 이론에 의하면 나쁜 커피는 팽창주의와 제국주의를 부르고 좋은 커피는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탈리아가 좋은 커피를 내리게 되면서 이탈리아 팽창주의는 종국을 맞았다거나(아마 로마 제국을 말하는 듯) 커피 맛이 형편 없었던 독일은 나치를 낳았고 인스턴트 커피(나쁜 커피)로 찌들었던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전쟁이 끝난 시기와 스타벅스(좋은 커피의 상징으로 쓰임)가 창업한 시기가 일치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거다.

이 이론이 맞다면 문제는 한국. 지금 이땅에서 소비되는 커피가 바로 나쁜커피의 대명사 인스턴트 커피 아니던가. 한국은 한국전쟁 후 미군의 필요에 의해 인스턴트 커피 문화가 거의 강제 이식된 나라다.(인스턴트 커피가 발명된 이유는 철저히 군사용 즉, 전쟁용 커피) 한국은 이 나쁜커피 때문에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이뤘지만(팽창했다.) IMF를 외환위기(몰락)를 겪게되었다. 그리고 이 때 스타벅스가 한국에 1호점을 오픈한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성장과 함께 한국은 빠른 경기 회복을 하게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인스턴트 커피 최대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이것은 이상한거다. 요페 이론에 의하면 MB정부가 경제를 되찾는 방법은 바로 좋은 커피 보급에 힘쓰는거다. ^^ (촛불집회 메인 장소인 광화문이 어떤 곳인가? 스타벅스가 사활을 걸고 승부를 거는 곳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비폭력이었다. 베트남전 반전 평화 운동 시기에 스타벅스가 태동했다는 사실이 오버랩된다.)

덧붙이기
커피의 여정은 사실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오히려 노예들에 의한 가슴 아프고도 참혹한 여정이다. 이런 역사적 바탕은 현재의 커피 수급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왜 공정무역이 커피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능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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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란 무엇인가?

전세계적으로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품목 커피. 커피는 현대인에게 기호 식품을 넘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상품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일까? 바야흐로 커피의 전성시대. 이제 한번 쯤은 커피의 정체가 무엇인지 돌아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자, 그럼 커피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보자. 커피란 무엇인가? 아마도 관점에 따라서 수많은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식물학적으로 커피는 꼭두서닛과 커피나무의 열매라고 말할 수 있겠고 식품학적으로 보면 바로 이 식물의 열매 속에 들어있는 씨를 볶은 후 갈아서 뜨거운 물로 걸러 낸 음료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과학적으로 보면 카페인 음료, 사회학적으로 보면 소비 시대를 이끄는 라이프 스타일 음료. 역사학적으로 보면 서양 제국들의 식민 통치를 통해 퍼져나간 음료. 등등. 무한한 나름대로의 정의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처럼 커피의 정의가 다양해서 인지 오히려 우리는 커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는 어쨌거나 우리가 마시는 음료, 즉 음식이다. 이것이 커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커피의 종자

커피의 종자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종과 로부스타(Robusta)종으로 나눌 수 있다. 리베리아종을 추가하여 세가지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에 와서 리베리아종의 존재감이 없어져 여기선 그냥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가지로 나누겠다.  전세계 커피수확량의 약 75%정도가 아라비카종이며 나머지 약 25%정도의 로브스타종이 차지하고 있다. 아라비카종의 원산지가 바로 커피의 원산지라 알려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반면 로부스타종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콩고. 아라비카종과 로브스타종을 유전자적인 측면에서 비교하면 아라비카종은 자가수정이 가능한 반면 로부스타종은 곤충을 통해서만 수정이 일어나며 병충해에 강하다.

아라비카종(Arabica)

흔히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남위 25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 지역을 커피가 생산되는 커피벨트라 부른다. 특히 아라비카종은 까다로운 재배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병충해에 약하고 섭씨 5도 이하 지역이나 30도 이상의 고온지역에서는 경작이 불가능하며 토양에 따라 수확량이나 커피 맛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라비카종의 필수 재배 조건으로 20도에서 25도 사이의 기온, 년간 1,200mm~2,000mm 의 강우량이 필요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강우량에 걸맞는 토양의 환경이다. 무슨 말이냐면 비가 오는 만큼 그 비를 적절하게 흡수해서 걸러낼 수 있는 땅의 조건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비가 많더라도 땅이 비를 받쳐주지 못하면 커피를 경작할 수 없다. 또한 기온 조건의 이면에는 서리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절대 기준이 숨어있다. 아무리 따뜻한 지역이라도 밤 사이 서리가 내릴 수 있는 지역이면 커피는 냉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라비카종 커피는 재배 조건의 제약이 많은 커피라는 단점이 있지만 원산지별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 개성이 있기 때문에 커피 상품으로의 가치가 높아 전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은 세계에서 11 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커피 소비 대국이지만 이러한 아라비카종 커피 시장은 불모지와 다름없고 대부분 로부스타종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최근 10 년 사이에 에스프레소 전문점(스타벅스, 커피빈..)이나 원두커피 전문점이 대중화 되면서야 비로소 아라비카종 커피에 대한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로부스타종(Robusta)

로부스타종은 로부스타(Robusta)란 이름 자체가 강하다는 뜻인 만큼 병충해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온에서도 비교적 잘 견디며 재배토양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높은 해발 고도(900~2000m)의 고산지대에서는 자라는 아라비카종과 달리 이들 로부스타는 500m이내 지역에서도 재배가 된다. 그러니까 로부스타종은 그냥 냅둬도 알아서 잘 자라는 종자인 것이다. 그러나 로부스타종은 맛이 쓰고 향이 없어 커피로서의 상품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상품적 가치가 적다보니까 로부스타종 커피는 가격이 싸다. 그렇다보니 로부스타종은 대부분이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 사용된다. 인스턴트 커피의 생산 및 소비 대국인 한국이 그렇기때문에 아라비카종 보다 로부스타가종 소비가 많은 이유이다.

커피 소비의 다양화

커피 문화 선진국이라 알려진 유럽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개성없고 카페인 함량이 많은 인스턴트커피 보다는 커피 향과 맛이 뛰어난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선호한다. 한국은 인스턴트 커피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국가(인스턴트커피 소비가 전체 커피 시장의 85% 이상)가 되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양한 커피 소비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생활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커피 문화에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고급 원두 커피 시장에 대한 정보들이 노출되면서 최근엔 아라비카 커피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한국은 이러한 이유로 아라비카 커피 신흥 시장으로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 다국적 커피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커피 문화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과 커피 소비 패턴의 변화가 생긴다면 한국도 가까운 미래엔 커피 시장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 생각한다. 올바른 커피 문화 정착을 위해 커피산업에 종사하시는 분, 커피 맛을 찾는 커피 애호가와 매니아분들,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소비자분들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다. 

자료도움 : 전광수                                              ┏━━━━━━━━━━━━━━━━━┓
사진도움 : 박보하                                                 책과 함께 커피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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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커피가 현대인의 키워드로 재조명되면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에 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고 있다. 몸에 좋다더라 또는 몸에 안좋다더라 등 의견이 분분한데 여기서는 카페인의 의학적인 작용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커피를 중심으로 카페인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카페인의 정체

카페인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카페인(caffeine)의 어원은 커피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일본어 버젼에 의하면 1819년(1920년이란 설도 있음)에 독일의 지성이라 불리는 괴테의 권유를 받은 분석화학자 루드비히 룽게가 처음으로 커피로부터 카페인을 분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괴테는 커피를 분석하고 싶어했을까? 괴테는 잘 알려졌다시피 당대의 지성으로 시를 비롯한 문학과 철학 등에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말하자면 생각하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인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히 커피를 좋아했을 것이고 괴테는 바로 커피를 통해서 정신적 비타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효능에 관심을 가진게 아니었을까?  

위키피아에 의하면 카페인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으로 알카로이드란 질소를 포함하고 염기성을 나타내는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반인이 듣기엔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 방법이 없다. 어쨌든 카페인은 각성 작용을 비롯하여 이뇨 작용이라던가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하는 등 여러 작용이 있는데 이러한 기능들은 사람 개개인의 신체적 상황에 따라 좋거나 나쁘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카페인의 각성 작용을 통해 사람은 피로 회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은 카페인이 피로의 원인 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피로감이 없어진 듯한 느낌을 뇌에 전달할 뿐이다. 그러니까 거짓 피로 회복인 것이다. 하지만 바쁘고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겐 그게 가짜던 아니던 일단은 카페인에 매달린다. 때문에 카페인은 커피 뿐 아니라 각종 차, 건강 음료, 탄산 음료, 초코렛 등에 포함되어 일상 생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처럼 결국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카페인의 유혹에 매일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스턴트 커피, 카페인 함유량 가장 높아 

커피의 카페인은 커피 나무의 다양한 종자와 재배지의 기후 환경, 생두의 가공 방법 등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쓰이는 로브스타종은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종 원두보다 2배 정도 높다. 또한 같은 아라비카종이라 하더라도 이디오피아 커피나 예멘 모카 커피는 카페인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강하게 볶은 커피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이 많을 것 같은 오해를 많이 하는데 사실 강하게 볶은 커피일 수록 카페인의 함량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카페인 성분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럼 에스프레소 커피와 핸드 드립 추출 커피 중에선 어떤 커피가 카페인이 많을까? 고압의 증기를 이용해서 빠르게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카페인 함량이 적다.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로도 카페인 함량이 적지만 고압의 증기와 빠른 추출 과정을 통해 카페인이 제거(사실은 카페인 성분이 우려나오기 전에 커피가 먼저 추출되는 것임)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카페인 함량이 많은 순으로 커피 종류를 나열하면 인스턴트 커피 >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이렇게 된다.

그렇다면, 디카페인 커피는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는 생두에서 카페인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커피를 말한다. 문제는 인위적 과정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인데 삶은 생두를 물을 이용해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과 솔벤트라는 용재를 사용해서 카페인을 없애는 방식이 있는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사물의 이치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피는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조금씩 잃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이 싫은 사람들은 앞으로 인스턴트 커피만 피하더라도 카페인 섭취를 상당량 줄일 수 있다. 특히 커피 말고도 콜라, 건강 드링크 음료류 등의 음용을 피하는 것도 잊지 말자.

어쨌든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약간의 긴장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지나친 과식은 부작용을 일으키니 자기자신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하는게 옳치 않을까 생각된다.  

사족 : <커피견문록>의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커피 체리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한다. 커피의 카페인을 통해 각성한 인간이 사고의 과정을 거쳐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 신에게 반기를 든다? 후후 제법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을 보여주면서 선택을 하라 하는데 진실의 모습을 알게하는 약이 바로 빨간약(빨간 커피 체리)인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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