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종자가 다양하지만 크게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으로 구분된다. (간혹 리베리카종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생산량이 적어 큰 의미가 없으므로 통과! 오히려 전세계 커피 생산량 1위 국가인 브라질 커피를 별도로 나누기는 한다.) 최근엔 고급 원두 커피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아라비카종 커피를 얘기하곤 한다. 심지어 아라비카종 커피로 만든 인스턴트커피 제품까지 나왔으니 바야흐로 아라비카 전성시대.

그런데, 아라비카종 커피도 사실 다양한 종류로 나눠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아라비카의 원조격인 타이피카종이 있으며 버본종을 비롯하여 카투라, 몬도노보, 카투아이, 켄트, 카티모르 등이 대표적인 아라비카종 커피다. 보다 우량 품종의 커피를 수확하고 싶은 인간의 연구에 의한 교배종도 있으며 자연의 돌연변이가 만들어낸 품종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커피는 다양한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뭔가 새로운 커피를 계속 찾아헤맨다.

색다른 커피 들 중에서 단연 화제는 커피루왁일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 나무의 열매속에 들어있는 씨를 볶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린 씨앗을 먹는거다. 그런데 혹시 커피 열매를 보신 적 있는가?  커피 열매는 아래의 사진 처럼 빨갛다. 그래서 커피 열매를 보통 커피 체리라고 부른다. 빨갛게 익은 커피 체리. 말하자면 잘 익은 빨간 열매인 것인데 커피 열매도 열매인지라 과육은 달다. 당연히 열매 우림 속에서 자생하던 커피 열매 또는 경작하는 커피 나무의 빨간 열매는 당연히 동물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자 이쯤되면 눈치 채시겠는가? 

루왁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를 말하는데 우리가 오늘 얘기할 커피루왁은 바로 이 사향고양이와 엄청난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사향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다가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발견한다. 그리고 커피 열매를 따먹는다. 그런데 과육은 소화가 되지만 그 씨앗(그러니까 커피콩)은 배설물과 함께 그대로 배출된다. 아마 인도네시아의 옛날 사람들은 자신들의 커피를 따먹는 사향고양이를 내쫓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 누군가 어느 날 사향고양이의 똥을 밟았을테지. 많은 사람들이 밟았을 텐데 그 중 어떤 사람은 똥 속의 커피콩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까운 커피 열매가 이 속에 쳐박혀 있구나 하면서 그 똥을 집에 가져갔을 것이다. 더럽다고 놀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집에서 말라붙은 고양이 똥 속의 커피콩을 깨끗하게 씻은 후 볶아 먹는다. 순전히 아까운 마음에 여전히 가족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사향고양이 특유의 향과 소화액 등에 버무려진 커피콩이다보니 커피 본래가 갖고 있던 맛과 향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뭔가 매력적인 맛으로 변해 있는게 아니겠는가. 두둥! 이것이 커피루왁이 유명해지게된 계기에 대한 나만의 상상이다.

어쨌든 커피루왁은 분명 사향고양이 똥속에 들어있던 커피콩을 볶아 만든 커피임엔 틀림없다. 여기까진 좋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적, 토양적 환경에 따라 같은 커피라도 다른 방식으로 또는 각종 첨가물을 넣어 마시는 풍습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말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전부 따먹고 매일 커피 농장의 창고안에다 똥을 싸지르는 것이 아니기에 사향고양이 똥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즉, 생산량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 루왁커피는 아주 아주 비싸게 팔릴 수 밖에. 그래도 여기까진 오케이. 더더욱 문제는 돈에 대한 욕심이다. 사람들은 야생의 사향고양이를 잡아서 사육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강제로 커피열매를 먹이고 그 똥을 수거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난 이렇게 생산된 루왁커피는 고양이에게도 미안하고 사람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자연산 생선이 아니라 양식 생선에 비교하기도 하지만서도..

국내에 수입된 커피루왁이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는 난 모른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는 커피루왁이 진짜 야생똥이냐 사육똥이냐를 따져보는 시간은 아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

커피루왁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와 <버킷리스트>란 영화가 그것이다. <카모메 식당>은 일본 여성이 핀란드에 가서 일본식 주먹밥집을 열면서 겪게 되는 아기자기한 따뜻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커피를 핸드드립하기 전 "커피루왁!"이라는 주문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드리퍼에 올려진 커피 가운데를 꼭 눌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 커피가 더욱 맛있어 진다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선 커피루왁이 워낙 맛있기때문에 커피루왁의 기를 받으려고 주문을 외우는 것 쯤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 나는 그 주문의 효력보다는 그 손가락에 있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드리퍼안에 담긴 커피에 침투하는 물량을 그 손가락 구멍이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이란 것이다.(왜 이렇게 설명하기가 어렵냐..캬캬) 그렇기 때문에 커피는 더욱 맛있어질 수 밖에. 

<버킷 리스트>에서도 커피루왁이 나온다. 버킷 리스트의 '버킷'은 그러니까 우리가 '빠께스'라 부르는 그 것이다.(대치어 양동이, 그런데 고무 다라이로 만든 빠께쓰는 뭐지? 다라이는 또 뭐야?) 목 매달고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빠께스를 밟고 올라갔다가 빠케스를 차버리는 데서 연유한 말이다. 그러니까 죽기전에 꼭 해야할 목록이란 의미에서 '버킷 리스트'란 제목이 나왔다.

어쨌든 커피라면 반드시 커피루왁만을 그것도 사이폰 방식으로 내려 먹는 잭니콜슨! 문제는 잭니콜슨이 커피루왁의 정체를 까맣게 모르고 마셨던 것이었다. 아마도 온갖 사치와 고가품 그리고 명품으로 치장한 삶을 사는 극중 잭니콜슨의 캐릭터로 봐서 루왁커피를 갖다 붙인 것이지만 뭔가 고가품을 소비하는 형태를 살짝 비꼰 의미도 있다고 본다.(누가? 그 시나리오 작가가. 아마 이 시나리오 작가는 성공하기 전에 싸구려 커피만을 마시면서 밤새웠을 것이 분명하다.)

자 우리는 이 두가지 영화를 통해 커피의 진실에 대해서 또 하나 알게된다.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각성한 원효 대사처럼 중요한 것은 고양이 똥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있겠고 값비싼 커피가 아니라도 정성을 들여서 추출한다면 맛난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해서 안될 진짜 숨겨진 정보는 아무리 값비싼 진짜 자연산 루왁커피라 할 지라도 볶은 지 오래되면 말짱 도루묵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로부터 루왁커피를 선물받았다면 생두냐고 물어봐라. 볶은 콩이라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자 오늘은 여기까지.

사족:
01. 참고로 지역에 따라선 사향고양이가 원숭이가 되기도 하고 다람쥐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커피 열매를 탐내는 동물은 인간말고도 다양하다.
02. <카모메식당>대사처럼 커피는 누군가 날 위해 내려준 커피가 가장 맛있는 것일지도. 역시 커피 맛에는 정성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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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함께 커피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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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2009-01-13 22: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브라운 케피메이커를 쓰는데 분쇄는 어떤 것으로 사야하나요.
커피도 향이 약간있으면서 구수한 게 좋은데 추천해주셔요.
루왁을 한번 마셔보았는데 향이 정말 오래가는게 정말 좋았느네 너무 비싸서 ...

로그 2009-01-14 14:50   좋아요 0 | URL
커피메이커를 이용하실때는 핸드드립용 분쇄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커피메이커나 핸드드립이나 결국 중력의 힘을 이용해서 추출하는 방식이기에 같은 분쇄 입자를 공유합니다. 다만 커피메이커의 경우엔 물온도가 높기에 핸드드립보다 쓴맛이 강하게 추출될 수 있습니다. 구수한 커피를 원하신다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브라질, 과테말라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