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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두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커피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관심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많은 젊은 세대들이 TV 드라마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바리스타란 신종 전문직(?)에 많은 젊은이들이 호감과 동경의 눈길을 보내고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써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커피 업계 입장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글쎄 과연 이런 현상이 좋기만 한걸까? 물론 인스턴트 커피 일변도로 치우진 한국 커피 시장 상황에 원두 커피 문화가 보급된다는 차원에서야  백배 좋은일이지만 만약 이런 흐름이 단지 유행이라면? 또는 커피 전문가로서의 바리스타가 아니라 비정규직으로서의 시간제 노동 다시말해 그냥 종업원 수준에 그치는 바리스타만 양상되는 구조라면? 한참 바리스타란 키워드가 맹위를 떨치는 이 즈음에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때 드넓은 커피 세계에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바리스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커피 업계나 커피 문화 저변 확대 차원에서 결코 좋은 현상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심지어는 바리스타 개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자, 생각해보자. 바리스타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수는 물리적 제약을 받는다. 바리스타 증가 추세에 맞춰 계속 커피집이 생겨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커피샵 시장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바리스타만 양상되다간 영화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국 대학에 퍼져있는 연극영화과에선 수많은 감독 지망생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바를 바 없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바리스타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더 충격적 진실은, 과연 커피집에 바리스타가 꼭 필요하냐는 것이다. 좀 엽기적 질문이지만 잘 생각해보라. 대게 커피집 점주들의 관심은 인건비를 낮추는 데 있다. 실제로 전자동 커피머쉰이 탄생한 배경도 사실은 바리스타를 대신할 기계가 없을까란 인건비 절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바리스타는 단지 커피만 뽑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과 교감을 하는 거라고? 무슨 소리, 그 손님과의 교감은 그냥 주인이 하면 될텐데? 그냥 알바 한명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언젠간 본인이 샵을 오픈 하면 된다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한국에서의 바리스타 급여 수준으로는 한푼도 안쓰고 최소한 15년 이상을 모아도 될까 말까한 게 한국의 부동산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의 부동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다.

그런데, 난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 바리스타의 꿈을 빨리 깨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제는 좀 바리스타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언론 매체가 만들어낸 바리스타의 근사한 허상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진짜 커피를 좋아하고 더 나아가 커피업계에 뭔가 젊음을 걸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바리스타가 능사가 아니란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커피업계 직업 중에서 바리스타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일단 왼쪽의 표를 보면서 얘기하자.

저 동그란 원은 커피업계에서 종사할 수 있는 대표적 직업군을 표시한 것이다. 우선 원의 상단 부분과 하단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는데 상단의 반원은 커피콩에 관련된 직업군(green bean, roasting, cupper)을 말하며 하단의 반원(Brewing, 커피 추출 영역)은 커피집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서비스하는 영역을 나타낸다. 아마 현재 바리스타라고 일컫는 직업군이 바로 여기에 속하며 한국에선 오로지 이 부분만 과대 포장되어 있다. 그나마 진정한 바리스타의 개념이 알려졌으면 다행이겠지만 알고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게 요즘의 현실이다. 자, 그럼 상단 부분의 반원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이 상단 영역은 한국에선 미지의 영역이며 말하자면 블루오션에 속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다. 나 같으면 당연 이쪽 길에 도전을 한다. 희소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거 아닐까?

맨 왼편의 Green Bean은 생두 영역을 의미한다. 커피를 직접 재배하는 농부를 뜻할 수 도 있지만 커피 생두의 출하에서 판매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종자 개량, 유기 농법, 생산자 지원, 생두 수입, 공정무역 등등...무궁무진한 일거리가 쌓여있다. 뭔가 국제적 감각과 남다른 도전 의식이 있다면 이쪽에 관심을 한번 가져보길 강권한다. 한국의 커피 소비가 선진국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즉, 한국의 생두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일할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반드시 커피가 자라는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쪽에 지원할 사람들은 외국어, 특히 스페인어에 능하면 백만배 유리하다. 사실 영어 광풍 한국에선 스페인어가 저평가 되있지만 스페인어 사용 인구는 중국어처럼 한 국가가 쪽수로 밀어붙이는 언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 사용 인구와 맞먹는다. 중남미의 커피 산지에선 스패니쉬가 필수!

Roasting(로스팅)영역은 그나마 많이 알려진(또는 알려지고 있는) 분야로 바리스타 다음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물을 다루는 바리스타와 달리 로스터는 불을 자유 자재로 다뤄야 한다. 그리고 생두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성과 직관력 사이를 자유 자재로 왔다 갔다할 수 있어야 한다. 거의 장인 계열의 직업이다. 앞서 설명한 생두 분야처럼 열심히만 한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마치 요리사처럼 재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심미안과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 철학을 로스팅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예술적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기죽지 말길, 로스팅 능력이 없으면 로스터를 고용해서 커피 공장을 차릴 수 도 있는 것이다. 길은 많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진 국내에서 제일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Cupper(커퍼) 영역. 커퍼란 커핑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커핑(cupping)은 커피 맛을 시음해서 생두의 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실 커퍼는 커피 최고수들이 모이는 전문 영역이다. 로스터에 비해서 훨씬 연구직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또한 로스터에 비해 예술적 자유로움은 없지만 권위는 주어진다.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도 바로 이분들의 평가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참고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은 아직까진 없다. 자 얼마나 가능성 무궁한 영역인가! 남들 미국으로 연수가고 유학갈때 같이 따라 가겠는가? 아니면 무한한 꿈을 갖고 남미로 날아가겠는가? 그것도 아니면 역시 남들처럼 바리스타에 목숨걸고 있을 것인가?(참고로 몸값 높은 바리스타를 선호하는 커피점주는 없다.) 물론 바리스타를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 증거도 있다. 바리스타 인터뷰 참조)

한국의 원두 커피 문화가 척박한 것은 인스턴트 커피가 시장을 장악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는 남다른 가치관 형성이 어려웠기 때문이니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자, 88만원 세대라고 풀죽어 있지 말고 그 어떤 세대가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에 과감히 도전하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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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분위기 탓인지 희망 퇴직 후 카페나 한번 해볼까? 하는 차원에서 카페 창업에 대한 문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전 커피는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신문 기사가 나간 후 창업 문의는 더욱 빗발치고 있다.(커피에 빠진 대한민국-매경) 서점에 가도 마찬가지다. 사방이 창업 관련 도서다. 그런데 정말 커피샵 창업이 미래를 보장할까? 이쯤에서 한번 검토를 해봐야될 거 같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 비율이 OECD국가 중에서 1위이며 자영업자 창업 아이템으로 모두다 커피샵을 한다면 이게 과연 남는 장사가 될 것인지를 말이다. 자, 다음은 창업 전에 체크하거나 고민해봐야할 내 맘대로의 지침 그 첫번째다.(사실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진실)

커피는 상생의 음료

사람들은 말한다. 절대 동업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어떻게 된일인지 모든 동업 파트너들은 하나같이 너무 욕심이 많고 일은 자기가 혼자 다한단다. 설마 이 모든 사람들의 파트너가 동일인은 아닐테고 아마 입장을 바꿔서 보면 그 파트너들도 다른 곳에 가면 똑같이 이야기 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어쨌든 동업을 무서워하는 한국인들은 이런 이유로 가족을 끌어들인다. 아내나 남편을 끌어들이고 형제 자매를 끌어들인다. 자기들끼리 잘먹고 잘사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런 경우 성공 확률 매우 떨어진다. 장사가 잘된다 하더라도 아마 조만간 분점 내거나 서로 원조 타령하면서 찢어진다. 도대체 왜 이럴까?

사실 자영업이란 단어 자체부터가 잘못됐다. 스스로 경영하는 일. 자영업. 세상일에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있는가? 절대 없다. 자영업이란 말보다 차라리 자주 기업이란 말이 낫다. 어쨌든 자영업이란 것은 스스로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었다는 의미지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흔히 간과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직장에서 조직에서 주어진 위치에 맡겨진 임무만을 행했던 사람들이 어느날 자영업자가 되면 처음엔 자유스러움에 기대를 하지만 곧 그 기대는 무너진다. 가장 큰 원인은 이 사람들은 한번도 누군가를 고용해서 함께 일하고 또한 그 대가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선 고용 관리, 인사 정책에서 실패를 맛본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높고 낮고는 여기서 문제가 되질 않는다. 직원을 관리하고 재무 관리, 재고 관리, 홍보, 마케팅, 메뉴 개발, 각종 디자인류 작업, 세무 업무 등 도대체 해야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회사를 영어로 보통 company라고 한다. 그런데 친구나 동료도 영어로 company다. 재밌지 않은가? 이것은 아마도 회사란 조직이 처음 생겨났을 때 친구나 동료들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지금의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회사란 것은 누군가와 같이 하는거고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은 주식 회사가 아닐뿐이지 개인회사로 똑같은 컴퍼니다. 자, 앞으로는 동업이 아니라 상생이다.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라디오스타>란 영화를 보면 명대사가 많이 나온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거야."_최곤(박중훈)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대사.  "선배는 아저씨 때문에 언제나 스타로 살았잖아요."(라디오 PD가 박중훈에게 한 대사) 등인데 아마도 이 영화의 작가는 뭔가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본 사람인 거 같다.

커피는 로스팅이라는 불의 영역과 추출이라는 물의 영역이 만나 완성되는 음료다. 즉, 불과 물이 부딪히면 서로 죽듯이 상생과 조화를 통해서 한잔의 커피가 탄생하는 것이다. 커피 장사도 똑같다. 앞으로 동업을 하든 안하든 상생의 미덕을 모르면 아예 장사 근처에도 가지마라. 100% 실패한다. 특히 커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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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을 보면 목요일 마다 [매거진 esc] 섹션이 배달된다. 재미있는 기획 들이 꽤 존재하는 섹션이지만 독자 목표 연령층을 너무 낮게 잡은게 아닐까싶은 한계도 보인다.(말하자면 이거 40대를 너무 노땅시 한다는거지. ^^; 40대야말로 에스케이프(esc)하고 싶은 세대 아니던가?) 어쨌든 이곳에 경찰 노릇을 하는 기자 아저씨가 한 분 계시다. 이른바 '맛 경찰'인데 독자들의 제보에 의해 소문난 음식점들이 정말 소문대로 요리보안법에 의거 손님들에게 진정으로 맛과 서비스에 투철한지를 검증하는 미션을 수행하신다. 이 분께서 이번주에 드디어 우리 나와바리 커피 업계에 뜨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잽싸게 조직원을 불러모을 수밖에 없었다.  

"맥카페는 무난하게 마니아는 커피빈"
_한겨레신문 2월12일 자 기사 클릭

위 기사를 봤으면 알겠지만 이 기획은 스타벅스를 공격하기 위한 유치한 술책은 절대 아니다. 어차피 이번에 테이스팅한 네 종류의 커피는 모두 미국 회사 아닌가. 다만 최근 '별도 콩도 잊어라'란 공격적인 카피로 저가 커피에 올인하는 모 햄버거 회사의 커피가 정말 티비 광고대로 맛이 있는건가를 검증해보자는 것이었다. 현대건설 아파트 아이파크의 경쟁사가 삼성건설의 래미안이 아니라 애플의 아이팟이나 나이키라고 했듯이 현재 미국에서 스타벅스의 경쟁사는 단연 맥도널드다.(그런데 한국에서 맥도널드의 경쟁사는 세븐일레븐쪽이 아닐까 싶다. 뭐 어쨌든..)  

  
우리의 맛경찰관께서 정말 고생하시면서 열심히 각 사별 커피 원두를 구해 오셨고 우리는 열심히 마셨다. 사실 100% 객관적인 테스트라고 보기엔 현실적으로 약간의 무리가 있었음을 맛경찰관님께서도 알고 계실 것이다. 어떤 회사는 판매용 홀빈을, 어떤 회사는 커피 머쉰에 담겨져 갈리기 직전의 커피콩을 부랴 부랴 수거하고 공수했고 또 어떤 회사는 홀빈 판매 자체가 없었기에 커피 수집부터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회사의 커피 컨셉이 저마다 달랐다는 것이 더 큰 변수값일 것이다. 요는 독자의 제보대로 중저가 브랜드의 커피가 과연 광고대로 마실만한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것이었다. 그러니 혹시 이 기사를 보신 분들은 이러니 저러니 오해를 하지 마시고 각자가 선호하시는 커피를 맛있게 즐기시면 되겠다. (맛경찰관 고나무 기자님 수고하셨습니다. 물론 박미향 기자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날 찍은 사진 좀 보여주시면 안되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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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향미의 예술

커피의 생명은 맛과 향이다. 따라서 이 맛과 향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커피는 향미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예술 한번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올바른 생두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맛과 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양질의 생두. 그런데 국내에서 양질의 생두를 구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전문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생두 시장 자체가 작아 좋은 생두를 수입하기 어려운 업계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이 지점이 국내 커피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좋은 생두에서 좋은 커피가 나온다는 사실. 잊지말자. 

좋은 생두를 구입했으면 그 다음은 로스팅 과정이다. 그러나 로스팅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 산지별 생두를 수없이 볶는 과정에서 정확한 로스팅 포인트를 찾아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생두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연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극한수행!을 마친 후에야 비로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로스팅 스타일을 도전할 수 있다. 

로스팅 다음으로 중요한 과정은 추출이다. 그런데 추출 기구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추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다양한 추출 기구의 성격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기구에 맞는 분쇄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컨대 종이페이퍼를 이용한 핸드드립을 할 것인지 융(Nel)을 사용하여 내릴 것인지 또는 사이폰을 이용할 것인지 등에 따른 적절한 분쇄도를 설정해야 한다. 어쩌다 한번 방문했던 커피집의 커피가 너무 맛있어 그 집의 커피콩을 구입해 집에서 마셨는데 왜 커피맛이 다를까? 라는 경험이 있었을텐데 이런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분쇄 입자 때문이다.  

이렇게 분쇄도는 커피 맛과 향을 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물론 훌륭한 한잔의 핸드드립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선 분쇄도 뿐만이 아니다. 커피 원산지, 볶음정도, 물의 온도, 추출 기구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예술의 길은 멀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아무리 좋은 생두와 완벽한 로스팅 그리고 최적의 추출 등의 조건이 맞다 하더라도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혼을 느낄 수 없으면 맛있는 커피 한잔은 미완성이라고 봐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된 커피만이 진정한 향미의 예술품이 아닐까?

커피 추출 온도에 대해서

여러 추출 방법중 대표적인 페이퍼 드립방식은 다양한 이론이 개발되어왔고 현재도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추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페이퍼 드립시 준비 도구는 드립퍼와 써버, 추출 용량에 알맞는 종이 페이퍼, 드립 전용 포트(물줄기가 가늘게 일정하게 나오는 주전자) 등이 필요하다. 도자기나 동 드립퍼의 경우, 추출 전 따뜻하게 데워 놓아야 한다. 특히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꼭 지켜야한다. 차가운 상태로 그냥 추출을 하면 커피 추출 온도가 내려가 커피 맛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써버 또한 뜨거운 물로 한번 데운 후 사용해야 하며 커피 잔도 미리 데워놓는 센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커피 추출 온도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고온 추출이 있는데 95도 전후의 온도로 추출한다. 커피의 쓴맛과 개성적인 맛을 강조할 때 사용하며 가능한한 빨리 추출해야 한다. 중온 추출 방식은 85~90도 사이로 커피의 추출액의 농도가 편한하여 대중적인 커피를 지향할 때 사용한다. 저온 추출 방식은 70~85도를 말한다. 이 온도는 다양한 신맛 중 부드러운 신맛을 나타낼때 사용하는 방법이며 물을 붓는 추출 속도는 조금 천천히 해야 한다.

물론 세가지 방법 모두는 3분 내외를 기준으로 추출되어야 한다. 3분을 초과하면 커피의 잡성분까지 추출되어 커피 맛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커피는 각각의 추출 온도에 따라 다양한 커피 맛과 향이 표현된다. 또한 적당한 1인 기준의 커피 용량은 10g의 원두가 적당하며 1인 커피 추출은120cc~150cc이며 기호에 따라 15g, 20g을 1인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1인분을 추출하기 위해서 달랑 10g의 원두만을 갈아서 추출하면 온전한 커피 맛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20g을 추출하여 원하는 분량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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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1973년부터 멕시코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주 고된 커피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프란스 신부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가난이 왜 해결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 끝에 커피 재배 농가들과 연대하여 커피협동조합(UCIRI)을 설립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 날 공정무역 커피 운동의 시발점이되었다. 당시 프란스 신부는 유럽의 여러 NGO 들과 교류하였는데 특히 종교간 개발기구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니코로전과의 만남을 통해 공정무역커피 브랜드 '막스하벌라르(Max Havelaar)' 개발에 합의를 한다. 프란스 신부가 커피를 생산하면 니코 로전이 커피를 유럽 시장에 팔기로 한 셈인데 이들은 그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드디어 1988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제품을 발매한다.

그런데 공정무역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알기 위해선 먼저 공정무역(Fair Trade)의 개념을 살펴봐야한다. 공정무역은 이른바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되, 돈이나 식량으로 원조를 하기 보다는 거래를 통해 이 들 스스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시말해 공정무역의 핵심은 '원조가 아닌 거래(Trade nat aid)'에 있다. 그 이유는 원조라는 방식이 국가간 또 다른 종속 관계를 형성시켜 불평등한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세계화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가치인지에 대한 의심과 그동안 드러났던 자본주의 시장 구조의 모순을 바로잡아 보자는 의지에서 1960년대 영국의 옥스팜을 중심으로 공정무역 운동은 조직화되기 시작한다.

공정무역 커피, 그 탄생의 배경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렇게 유럽에서 공정무역커피 운동이 시작되었을까?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아니면 부유해서? 또는 다들 착해서? 설마...커피는 유럽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커피는 이슬람 문명권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간 음식이다. 게다가 유럽만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착해서 그런건 더더욱 아니다.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 경쟁을 잊었는가? 따라서 이런 질문은 공정무역 커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선 수많은 설(썰?)들이 있지만 종교와 관련이 깊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홍해를 건너 이슬람 문화를 통해 발전해 나갔는데 처음 유럽에서는 커피가 이교도의 음식 즉 악마의 음식이라 배척하고 금지 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똑같지 않은가? 금지하면 욕망이 생긴다. 게다가 커피는 매력적인 음식이 아닌던가. 결국 유럽의 크리스트교 문명권에서 금지되었던 커피가 해방되면서 커피는 급속도로 유럽 사회에 퍼져나간다. 그러나 커피가 자라지 않는 유럽의 고민. 그래서 항상 예멘의 모카항을 통해 커피를 조달했던 유럽인들. 이들은 당연히 커피 재배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이 식민지 개발에 열을 올린 수많은 이유 중엔 커피도 분명 한 몫을 차지하리라. 왜냐하면 오늘 날 커피 산지로 유명한 나라들치고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가 아니었던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이러한 자기네들의 식민지 수탈에 대한 죄의식을 깔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한 신자유주의 시장 질서가 세계를 재편하면서 자존심 상한 유럽인들은 뭔가 대안적 시장주의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즉,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의 수급 구조가 고스란히 과거 식민지 수급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과 이 상태로는 커피 생산국들의 가난이 개선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인간적,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유럽 지식인들과 시민들의 각성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목받고 있는 공정무역

최근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커피 제품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커피 뿐만 아니라 초코렛, 설탕을 비롯하여 의류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 단체들의 마케팅이 하나같이 '착한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제품의 구매는 분명 착한 소비임이 틀림없지만 세상은 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착하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면 스스로의 시장을 그야말로 '착한 시장'으로 한정짓게 되어 오히려 나중엔 성장의 걸림돌로 되돌아 올 위험이 있다. 착하다는 제품의 속성 보다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철학에 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오늘날의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단순히 공정한 가격을 통한 거래를 넘어선 여러가지 가치가 담긴 운동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특히 커피 생산자들의 생태적 환경 개선 및 사회 문화적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인간적 삶 영위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커피 식민지를 소유해본 적이 없는 한국도 공정무역 커피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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