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두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커피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관심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많은 젊은 세대들이 TV 드라마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바리스타란 신종 전문직(?)에 많은 젊은이들이 호감과 동경의 눈길을 보내고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써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커피 업계 입장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글쎄 과연 이런 현상이 좋기만 한걸까? 물론 인스턴트 커피 일변도로 치우진 한국 커피 시장 상황에 원두 커피 문화가 보급된다는 차원에서야  백배 좋은일이지만 만약 이런 흐름이 단지 유행이라면? 또는 커피 전문가로서의 바리스타가 아니라 비정규직으로서의 시간제 노동 다시말해 그냥 종업원 수준에 그치는 바리스타만 양상되는 구조라면? 한참 바리스타란 키워드가 맹위를 떨치는 이 즈음에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때 드넓은 커피 세계에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바리스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커피 업계나 커피 문화 저변 확대 차원에서 결코 좋은 현상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심지어는 바리스타 개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자, 생각해보자. 바리스타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수는 물리적 제약을 받는다. 바리스타 증가 추세에 맞춰 계속 커피집이 생겨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커피샵 시장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바리스타만 양상되다간 영화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국 대학에 퍼져있는 연극영화과에선 수많은 감독 지망생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바를 바 없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바리스타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더 충격적 진실은, 과연 커피집에 바리스타가 꼭 필요하냐는 것이다. 좀 엽기적 질문이지만 잘 생각해보라. 대게 커피집 점주들의 관심은 인건비를 낮추는 데 있다. 실제로 전자동 커피머쉰이 탄생한 배경도 사실은 바리스타를 대신할 기계가 없을까란 인건비 절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바리스타는 단지 커피만 뽑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과 교감을 하는 거라고? 무슨 소리, 그 손님과의 교감은 그냥 주인이 하면 될텐데? 그냥 알바 한명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언젠간 본인이 샵을 오픈 하면 된다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한국에서의 바리스타 급여 수준으로는 한푼도 안쓰고 최소한 15년 이상을 모아도 될까 말까한 게 한국의 부동산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의 부동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다.

그런데, 난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 바리스타의 꿈을 빨리 깨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제는 좀 바리스타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언론 매체가 만들어낸 바리스타의 근사한 허상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진짜 커피를 좋아하고 더 나아가 커피업계에 뭔가 젊음을 걸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바리스타가 능사가 아니란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커피업계 직업 중에서 바리스타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일단 왼쪽의 표를 보면서 얘기하자.

저 동그란 원은 커피업계에서 종사할 수 있는 대표적 직업군을 표시한 것이다. 우선 원의 상단 부분과 하단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는데 상단의 반원은 커피콩에 관련된 직업군(green bean, roasting, cupper)을 말하며 하단의 반원(Brewing, 커피 추출 영역)은 커피집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서비스하는 영역을 나타낸다. 아마 현재 바리스타라고 일컫는 직업군이 바로 여기에 속하며 한국에선 오로지 이 부분만 과대 포장되어 있다. 그나마 진정한 바리스타의 개념이 알려졌으면 다행이겠지만 알고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게 요즘의 현실이다. 자, 그럼 상단 부분의 반원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이 상단 영역은 한국에선 미지의 영역이며 말하자면 블루오션에 속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다. 나 같으면 당연 이쪽 길에 도전을 한다. 희소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거 아닐까?

맨 왼편의 Green Bean은 생두 영역을 의미한다. 커피를 직접 재배하는 농부를 뜻할 수 도 있지만 커피 생두의 출하에서 판매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종자 개량, 유기 농법, 생산자 지원, 생두 수입, 공정무역 등등...무궁무진한 일거리가 쌓여있다. 뭔가 국제적 감각과 남다른 도전 의식이 있다면 이쪽에 관심을 한번 가져보길 강권한다. 한국의 커피 소비가 선진국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즉, 한국의 생두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일할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반드시 커피가 자라는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쪽에 지원할 사람들은 외국어, 특히 스페인어에 능하면 백만배 유리하다. 사실 영어 광풍 한국에선 스페인어가 저평가 되있지만 스페인어 사용 인구는 중국어처럼 한 국가가 쪽수로 밀어붙이는 언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 사용 인구와 맞먹는다. 중남미의 커피 산지에선 스패니쉬가 필수!

Roasting(로스팅)영역은 그나마 많이 알려진(또는 알려지고 있는) 분야로 바리스타 다음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물을 다루는 바리스타와 달리 로스터는 불을 자유 자재로 다뤄야 한다. 그리고 생두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성과 직관력 사이를 자유 자재로 왔다 갔다할 수 있어야 한다. 거의 장인 계열의 직업이다. 앞서 설명한 생두 분야처럼 열심히만 한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마치 요리사처럼 재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심미안과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 철학을 로스팅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예술적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기죽지 말길, 로스팅 능력이 없으면 로스터를 고용해서 커피 공장을 차릴 수 도 있는 것이다. 길은 많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진 국내에서 제일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Cupper(커퍼) 영역. 커퍼란 커핑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커핑(cupping)은 커피 맛을 시음해서 생두의 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실 커퍼는 커피 최고수들이 모이는 전문 영역이다. 로스터에 비해서 훨씬 연구직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또한 로스터에 비해 예술적 자유로움은 없지만 권위는 주어진다.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도 바로 이분들의 평가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참고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은 아직까진 없다. 자 얼마나 가능성 무궁한 영역인가! 남들 미국으로 연수가고 유학갈때 같이 따라 가겠는가? 아니면 무한한 꿈을 갖고 남미로 날아가겠는가? 그것도 아니면 역시 남들처럼 바리스타에 목숨걸고 있을 것인가?(참고로 몸값 높은 바리스타를 선호하는 커피점주는 없다.) 물론 바리스타를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 증거도 있다. 바리스타 인터뷰 참조)

한국의 원두 커피 문화가 척박한 것은 인스턴트 커피가 시장을 장악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는 남다른 가치관 형성이 어려웠기 때문이니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자, 88만원 세대라고 풀죽어 있지 말고 그 어떤 세대가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에 과감히 도전하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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