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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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지와의

유사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p.5


심문이 오래 걸린 까닭은, 카타리나 블룸이 놀랄 정도로 꼼꼼하게 모든 표현을 일일이 검토했고, 조서에 기록된 문장을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어 달라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앞 장에서 언급된 남자들의 치근거림이 처음에는 조서에 다정함으로, 즉 "신사들이 다정하게 대했다"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몹시 분노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반대했다. (…)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 였노라 주장했다. (…)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pp.36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pp.46-47


 (…) , 블룸이 연루되어 심문받은 내용, 그녀가 수행했을 만한 역할에 관해 철저히 객관적인 형식으로 보도한 다른 신문들을 문서실에서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 그녀가 블룸에게 가져다준 오려 낸 신문 기사 열다섯 장은 카타리나를 전혀 위로하지 못했고, 그녀는 그저 이렇게 묻기만 했다고 한다.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p.78  



그녀의 성격상 그의 수배 사실을 먼저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다. 사랑은 정말 기막힐 정도로 기이한 일이다. 범죄자를 사랑하는 여인들이 있다. 범죄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pp.183-184


<<차이퉁>>은 그들 자신들의 범죄 행위만 좋아하고, 맘에 들지 않거나 분명하지 않은 사실은 모조리 조작한다. 심지어 조작되지 않은 사실조차 그 신문에는 거짓말로 보이게 되어 완전히 거짓으로 흡수된다. 간단히 말해, 그 신문은 진실을 '진실에 맞게' 재연해도 진실을 더럽힌다 p.184


<<차이퉁>>은 늘 거짓말을 해 대는 파괴적인 초강력 주둥이로 경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거나 경찰에서 정보를 입수하면서, (그런 정보 교환 시, 우스울 정도로 사소한 것이 혐의점이 되곤 한다.) 헤드라인, 혐의, 비방, 비열함을 마구 내휘두른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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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아들의 블로그를 염탐하는 우리 어머니.

늘 한박자 늦게 말이 통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누구보다도 소중한 나의 창조주께.

한 박자 늦게 읽어볼 글을 올립니다.

사랑합니다.  


-2018.05.08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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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8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블로그를 가족에게 한 번도 알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공개할 생각은 없어요..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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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예술은 드러내고 예술가는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p.7


비평가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다른 방식으로, 혹은 새로운 논거(論據)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p.7


도덕적인 책이나 부도덕한 책은 없다. 잘 쓴 책,혹은 잘 쓰지 못한 책, 이 둘 중 하나다. 그뿐이다. p.7


그러나 예술의 도덕성은 불완전한 매개 수단을 어떻게 완벽하게 사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p.8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을 때 그에 대한 유일한 변명은 그것을 지독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pp.8-9


모든 예술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p.9



그런데 문제는 지적인 표정이 시작되면 아름다움, 진정한 아름다움은 끝나고 말아. 지성은 본질적으로 과장된 표정으로 나타나기에 어느 얼굴에서든 그 얼굴의 조화를 무너뜨리는 법이지. 사람이 앉아서 생각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온통 코가 된다든지, 온통 이마가 된다든지, 아니면, 하여간 섬뜩한 모습으로 바뀐단 말이야. p.14


"자연스러운 것도 꾸며 낸 태도이긴 마찬가지지. 내 생각엔 그게 상대방을 가장 속터지게 만드는 태도인 것 같은데" p.16


"양심과 비겁함은 실제로 같은 것이야, 바질. 양심이라는 것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고. 그것 말고 뭐가 있겠어?" p.19




미(美)는 천재성의 한 형태지요. 실제로는 천재성보다 더 지고한 것입니다. 미는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 나름의 신성한 주권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미는 그 미를 지닌 사람을 군주로 만듭니다. 지금 미소 짓고 있습니까? (…) 나는 미가 세상 모든 경이 가운데 최고의 경이라고 생각하오. -p.41


"스무 살 때 우리 안에서 요동치던 환희의 박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집니다. 수족은 늘어지고 감각은 무뎌집니다. 우리는 추한 꼭두각시 인형으로 퇴락해 그렇게 두려워했던 열정과 우리가 담대하게 응하지 못했던 멋진 유혹들을 기억하며 안타까움에 몸부림치게 될 겁니다. 젊음! 청춘! 세상에는 젊음 이외에는 단연코 아무것도 없으니!" - p.43


연애를 할 때마다 그 연애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지요. 의미 없는 단어입니다, <항상>이란 단어. 일시적인 기분인 변덕과 평생을 가야하는 열정 사이에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건 변덕이 좀 더 오래간다는 겁니다. -p.44


급진당 당원이 입을 열었고, 이어서 그는 지루한 사실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떤 주제를 철저히 논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듣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p.65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먼저 늘 자신을 속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끝날 땐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으로 끝나지. 그게 바로 이 세상이 로맨스라고 부르는 것일세. -p.86

그렇지만 가난? 그게 뭐가 중요해? 가난이 문틈으로 기어 들어올 때 사랑은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다고. 속담을 다시 써야 해. 모두가 다 겨울에 쓴 속담들이야. 지금은 여름이잖아. 나한테는 봄날 같아. 푸른 하늘에 꽃송이 날아다니는 봄날. -p.110

가난한 사람들의 진짜 비극은 그들이 자기 부정을 하는 일 말고는 그 어떤 것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야. p.126

우린 말이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오히려 바보가 되고, 너무 많이 생각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p.165

그러나 용서가 불가능하다면 망각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잊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p.286

격정은 사람의 생각을 순환 논법의 고리에 따라 흐르도록 만든다는 말이 있다. 꽉 다문 도리언 그레이의 입술이 역겨운 되풀이 과정을 통해 영혼과 감각에 관한 그 의미심장한 말을 거듭 곱씹어 보더니 마침내 그 말 속에서 자신의 기분을 온전히 표현해 주는 의미를 찾아내고는 지적 승인 과정을 통해 그 격정을 정당화했따. 그런 정당화 과정이 없었다면 그의 격정은 계속해서 억눌려 있을지도 몰랐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pp.287-288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한계를 짓는 것에 불과해" p.302

"오늘 밤 일기에 써야겠어."
"뭘?"
"불에 덴 아이가 불을 사랑한다고." p.305

"모든 추문의 근거는 부도덕함에 대한 확신이네." p.315

"아는 게 병이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불확실성이거든. 안개가 사물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잖아."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글레디스, 모든 길은 결국 똑같은 지점에서 끝나."
"똑같은 지점이 어딘데?"
"환멸" p.317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그 다음이 어떻게 되지? 그래- <제 영혼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p.330

청춘! 세상에 그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젊은이들이 무지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요즘 내가 존중의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의견은 오로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의견일세. 그들이 나보다 앞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인생이 그들에게 가장 최신의 새로운 경이를 보여 주고 있는 거라고. 나이 든 사람들? 난 늘 그 사람들의 견해를 반박하지. 원칙을 갖고 그런다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보면 아마 그들은 엄숙한 목소리로 1820년대, 그러니까 사람들이 폭넓은 장식깃을 높이 세우던 시절, 사람들이 아무거나 다 믿으면서도 아는 것은 하나도 없던 시절의 생각을, 그것도 견해랍시고 줄줄이 늘어놓을 걸세.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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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 하여도 언젠간 잊고 말 것이다.
그러니 슬픔이 가시기 전에 목놓아 아파하고
기억이 다하기 전에 충분히 애도하고자 한다.
나와 같은 하늘을 살았던 

그들의 마지막 날숨을 기록하며
그날의 기억을 또 한 해 붙잡아본다. 

-20180416, 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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