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브랜딩하라 - 헬스케어 마케터의 실전 사례, 브랜딩 스토리
송경남 지음 / 비비투(VIVI2)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병원을 브랜딩하라] 병원전쟁의 중심에서 브랜딩을 외치다

 

 

 

이제, 병원 마케팅의 관점은 바뀌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일반 기업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색깔, 특징, 이미지가 녹아 있는 브랜드로 탄생되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고유의 브랜드로 다가가야 환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학습서가 아닌 실용서입니다. 개원의, 병원을 개원한 지 2, 3년이 지났으나 도무지 병원 경영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 고민인 병원장, 새로운 도약이 꼭 필요한데 막연한 홍보팀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실전 경험을 공유하는 매개체이고 싶습니다. - 저자의 말 中

 

 

10년 전 일이다. 중경외시 경영학과를 졸업한 지인(남자)이 일반 회사도 대형 병원도 아닌 일반 치과 실장으로 취업하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해했던 일이 있다. 강남, 신촌 등 주요 핫플레이스도 아닌 서울의 평범한 동네 병원이었다. 직함에서 추측할 수 있듯, 병원에서 그에게 요구한 일은 수납이나 치료보조가 아닌 영업이었다. 그러나 브랜딩 등 다른 그의 전공지식은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피성안치(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치과)개인 병원에서 영업을 뛰는 ‘실장’이나 ‘코디’는 주로 ‘예쁜’ ‘여자’이며 외모와 화술 좀 더 보태면 어학능력을 요할 뿐 높은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2012년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 59,519개의 병의원과, 15만 4천여 명의 의사·한의사·치과의사, 약사와 간호사 등 기타 의료 인력이 30만여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두 집 건너 하나는 치킨집, 세 집 건너 하나는 커피 전문점이나 병원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요즘 개인 병원은 그야말로 흔해 빠졌다. 그 때문에 동네 병원은 당장의 질병 치료로 오는 환자만큼 ‘의료 쇼핑’ 차원에서 일상 건강 관리하는 환자도 많다. 식당 폐업률 만큼 점점 높아지는 개인병원 폐원률, 그야말로 병원 전쟁이다. 신환 창출만큼 단골 관리도 중요한 요즘, 병원 브랜딩은 미래를 위해 개업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 한의사, 치과 의사 등 ‘의료 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개업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은 의사 면허와 부당한 자본의 불건전한 만남, 불륜과도 같은 셈이지요. 최근 개원환경은 고자본, 고경쟁, 고위험 등 3고로 인해 더욱 악화일로입니다. 이럴 때 사무장 병원의 유혹이 더욱 커집니다. 사무장 병원의 폐해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닙니다. 병원장과 사무장, 그리고 이에 연루된 나이롱 환자 등 모두 범죄 유형에 속하며,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대표로 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 병원 경영자는 일반인으로, 윤리경영이나 국민건강 및 환자 인권 따위에 관심을 둘 리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속칭 ‘바지 병원장’인 의사가 모든 부조리의 피해자가 되기 일쑤입니다. 사무장 병원은 부당 청구, 보험재정 훼손 등의 해악뿐만 아니라 의료윤리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악입니다. 사무장은 어떻게든 의사를 활용해 돈만 벌면 그만이고, 돈의 논리로만 포장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제대로 실천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당장 병원이 어렵다고 해서 부당한 자본이나 사무장에게 손을 내미는 의사는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아직도 의료계 주변에는 리베이트, 탈세, 부당청구, 과잉진료, 무면허, 마약관리, 성범죄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병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정도를 벗어난 유혹도 점점 많아집니다. - p.49

 

 

저자인 (주)닥터피알의 대표이사 송경남은 MBA에서 의료경영을 전공하고, 차병원 의료재단의 홍보실을 시작으로 1995년부터 메디컬 홍보마케팅기획컨설팅을 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헬스케어 마케터이다. 의료경영이나 병원브랜딩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이 분야를 끊임없이 홍보하고 강조한 개척자이다. 병원 브랜딩이 중요하다면, 왜 전문 경영자가 병원을 경영하고 홍보마케팅 전문 인력을 채용하지 않을까 궁금해 할 독자를 위해 일단 저자는 책의 초반에 ‘사무장 병원’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그렇기에 병원브랜딩은 절대적으로 의사의 태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

 

 

큰 병원이 아닌 이상 현재 우리나라 개인병원에서 원장이 틈틈이 경영학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마케팅 업무를 전담할 경영학 전공자를 뽑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업이 의사다 보니 의사만큼 자존심과 고집이 센 직업군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의사는 병원 업무와 치료 연구하기도 바쁘다. 두 번째는 현재의 병원 환경상 병원 직원 임금 수준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인건비마저 줄이려 자격 없는 ‘간호조무조무사’나 ‘아르바이트’가 판을 친다. 영업실장(코디)가 제대로 제일 할만한 병원도 많지 않고, 간호조무사와 ‘기타 등등’이 수납 등 행정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판국에 굳이 의료 관련 자격 없는 경영 전공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병원을 브랜딩하라>는 그런 우리 병원 현실을 누구보다 아는 입장에서, 그럼에도 좀 더 나은 병원 고용 시스템을 꿈꾸며 쓴 책이다. 전자의 이유로 의사들이 30분에서 1시간만 투자해도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압축적이고 단순하게 썼다. 후자를 위해 제2, 제3의 자신을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읽자마자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게 책을 만들어 놓았고, 풍부한 사례와 쉬운 설명으로 읽기 무척 편하다. 한편으론 그만큼 의료경영과 병원브랜딩이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마저를 자존심이 상한다고, 슈바이처면 그만이라는 낭만가라서, 알아도 바쁘다고 애써 모른척해서 등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미뤄두거나 외면한 개인 병원 의사들에게 추천한다. 서글프지만 병원도 장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