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권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정신병자들과의 싸움이 문제의 본질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고은광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1월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이 책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사회의 잘못된 남성 중심 구조의 문제점을 말하는 책이다. 책 내용이 어렵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한의사 고은광순은 마치 옆사람과 대화를 하듯이 아주 쉬운 말로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한국사회의 이상한 남성중심주의 문화를 하나하나 꼬집는다. 개인적으로 고은광순의 책은 이번이 두 권째 읽는 셈인데, <<어느 안티 미스코리아의 반란>> 이 시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면 이번 책은 일종의 에세이 형식으로 전세계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한국사회의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갖는 부정적인 모습과 폐해를 낱낱히 집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말하는 부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데, 고은광순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토론을 하고나서 그 프로에 출연한 상대편 패널 중 한 사람이 자기 주변에서 왜 이런 토론에 나가냐며,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인간들은 총으로 한 방 쏘으면 간단히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했다며, 고은광순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고 남녀평등 사회를 거부하는 집단과 그 구성원들. 이건 남녀평등,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싸움이 전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쯤 되면 막가자는 것 같은데,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방 여성을 총으로 한 방 만 쏘으면 조용히 문제가 해결된다며 농담삼아 말하는 인간. 이쯤되면 이건 여성권인 신장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정신병자들과의 싸움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4년이 가기전에 호주제가 폐지되기를 바라마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