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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아이 이천수가 말하는 월드컵 뒷 이야기
이천수 지음 / 컴온북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천수 선수가 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난 월드컵의 여러 뒷 이야기들이 너무나 흥미있어서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아쉬운점이 눈에 띄더군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이 책 54~55쪽을 보면 이천수선수가 축구 해설자들에 대한 비판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에서 잘하자고 하는 것이고 그러한 플레이가 지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축구해설자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저 또한 축구해설자에 대한 불만이 있을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천수 선수가 축구해설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이전에, 자신이 독일전 후반 마지막 순간에 지나치게 욕심을내는 바람에 귀중한 슈팅찬스를 무산 시킨 것에 대한 반성이 있었더라면 이천수선수의 비판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보기에도 이천수 선수가 슈팅을 하지 않고 그 공을 뒤에 있는 선수에게 그냥 흘려보냈더라면 보다 완벽한 슈팅찬스가 생겨서 어쩌면 독일전에서 1:1로 비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천수선수는 자기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보면서 축구해설자들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충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선수가 더 잘할려고 하다 보니까 그러한 플레이가 나오는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 선수의 그런식의 주장이라면 선수의 잘못된 플레이에 대한 지적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합니다.
그리고 이천수선수는 황선홍선수가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한 소문과 관련해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만약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다면 자신은 누군가에게 맞고 가만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도 당연히 맞받아친다고 말을 하더군요.(책의 57쪽 참조)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행동이 선수생명을 파멸시킨다고해도 개의치 않는다고하면서 그러한 일 때문에 자신의 자존심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이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천수 선수의 선배에 대한 그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에 선배로부터 부당한 폭력을 당했다면 다른 차원의 문제해결로서 그것을 풀어야지 선배를 그런식으로 맞받아 치겠다고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이성적인 판단이라고도 생각이 안 드는군요. 그건 우리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억울하게 한 대 맞았다고해서 같이 두들겨 패면서 싸우는게 과연 합리적인 문제해결책일까요?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