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초판,1992; 재판,2002) 라는 책이 문화방송에서 행하고 있는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로 되신 것을 우선 축하드립니다. 저 또한 선생님의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주 잘 읽었습니다.

박완서선생님. 선생님은 이 책 '책 머리에' 라는 글에서 이 책과 관련해,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또한 선생님의 이 책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읽혔으면 좋겠고 또한 이 책이 아주 많이 팔려서, 책의 서두에 안내되어 있는 것 처럼 이 땅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성금이 전해지는 데 이 책이 한 몫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답니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지난 번 소설가 이문열씨가 조선일보 반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을 향해서 홍위병이라는 발언을 했을 때 이문열씨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이문열씨의 책 반환행사를 하는 여러 인사들과 독자들을 향해서 심한 독설을 내뱉은 적이 있으십니다.

저는 박완서 선생님이 왜 그렇게 <조선일보> 라는 매체와 그와 연관된 이권 패거리집단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시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답니다. 이문열씨의 책 반환행사를 하는 그들의 행태가 과연 문제가 있었을까요?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이들이 소설가 이문열씨의 책을 반환하게 된 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인식이 많이 부족하신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선생님께서 이 책에서 하신 말씀과 관련해 진정으로,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 를 걱정하신다면 선생님의 <조선일보> 와의 친화성과 관련해서 다시 한번 제고를 해주셨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완서선생님.선생님께서는 예전에 '나는 왜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셨죠? 최근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교수가 쓴 어느 책에 보니까 박완서 선생님에 관한 언급이 있더군요. 선생님께서는 '문학권력' 의 비리와 추태에 대해서 굳게 침묵을 하면서 소설가 이문열씨의 망언과 관련해서 양심적인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선 분노를 표시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지금까지 꾸준히 하나하나씩 사서 읽고 있는데, 선생님의 문학작품을 대할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를 몇 사람 꼽으라면 저는 그 중 박완서 선생님을 주저없이 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인데요. 선생님의 문학 작품을 통해 비록 제가 신문방송학이라는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학작품이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문학세계와 현실적인 행위는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소박한 생각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문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라 여러 논의가 다양하겠지만서도, 릴케의 시집을 읽고 감명을 받은 독일의 장교가 시집을 덮고 나서는 유태인을 대량 학살하는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감안한다면 문학적 세계관과 현실적인 삶의 공간에서의 행태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 저의 두서없는 글을 선생님께서 읽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글이 괜한 실례가 된 건 아닌지하는 죄송스러운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박완서 선생님의 문학 작품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선생님께서 <조선일보> 로 대표되는 이 땅의 수구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워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선생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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