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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 인간은 타인과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반응과 가치기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설정하는 타인의존적 삶을 살아간다.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단어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그 어떤 기준에 의해 자신의 삶이 '성공'내지 '실패'를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말이다.
나는 조선희씨의 삶의 모습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영역에서의 성공적인 삶과 관련해 그 개념적 정의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조선희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남자도 가장 게으른 여자보다 더 게으르다는게 내 지론이다. 적어도 집안에서는.'(143쪽) 이라고 밝혔듯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성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남성에 비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여성의 경우 바깥일은 바깥일대로 다 하면서 집안일도 같이 병행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바깥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남자에게는 집안이 휴식처가 될 수 있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집은 또 하나의 노동공간이라고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선희씨의 이번 책과 관련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회적 의미에서의 '성공'이라는 단어와 관련해 그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자아의 성취와 사회적 의미로서의 '성공'이라는 단어와 관련해 그 개념적 정의를 새롭게 안 해볼 수가 없었는데, 자신이 20 여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룬 업적 및 명성과 관련하여 일말의 미련도 갖지 않은 체, 자신이 그동안 가슴속에 간직했던 꿈을 찾아 미래의 전망도 불투명한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게 과연 말처럼 쉬운일일까? 요즘같이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일을, 그것도 소설가라고 하는 경제적-물질적으로 그리 넉넉한 삶이라고도 할 수 없는(일부 베스트셀러 작가 몇 몇을 제외한)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게 과연 나 같으면 그러한 힘든 길을 선뜻 선택할 수 있었을까?
요즘 같은 물질 만능사회에서는 조선희씨의 선택이 어쩌면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비칠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사회에서 언론사 계열의 잡지 편집장이라고 하는 자리는 굳이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그 가치와 명예를 인정받으면서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이지 않은가 말이다. 더군다나 조선희씨는 남들 같으면 편안한 현실에 기대어 '안주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을 40대 중년의 나이이지 않은가. 하지만 과거 자신이 꿈꾸었던 자아실현과 이상을 찾아가는데 있어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고 주위의 시선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내가 조금전에 했던 우려는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점차 매몰되어 가고 있는나의 잘못된 시각을 보여주는 반증에 다름아닐 것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가정과 직장을 함께 가진 여성과 관련해 잘못되고 크게 왜곡된 '슈퍼우먼 신드롬'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조선희씨의 그러한 성공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자칫 이러한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확대재생산 내지 강화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일종의 노파심이 들기도 했지만, 조선희씨도 자신의 책에서, '슈퍼우먼은 없다'(128쪽) 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안도의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희씨가 소설가로서 써나갈 작품과 관련해 그것이 앞으로 어떤 작품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희씨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당부하자면, 진정한 페미니스트로서, 우리사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공한 여성에 대한 동일한 여성집단의 소외라는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우리사회에서 왜곡되고 잘못 이해되고 있는 여성의 자아를 일깨우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그건 나의 지나친 요구일까? 조선희씨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