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산 < 님의 침묵>은 1964년, 당시 군에 있던 내가 며칠 서울에 다니러 왔을 때 청량리역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리어카에 헌 책을 파는 것이 있어 둘러 보다가 헐어빠진 <님의 침묵>을 발견해서 샀다. 아마도 군대 졸병이 아니였으면 이런 헌 책을 사지 않았을 것 같다.

  당시에는 헌책방이 청계천 근처 즐비했지만 버스정류장 근처에도 리어카 행상이 좌판을 리어카위에 펼쳐놓고 헌책을 파는것을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이 책은 표지도 낡았고 뒷 표지도 刊記간기도 없는 낡은 한성도서에서 발행한 시집인데 제대후 몇 년 지나 헌 책 표지를 떼어내고 양장본으로 꾸며 책장에 지금도 꽂혀 있는 시집이다.

  작년인가 혹시 이 책의 간기는 어떤건가 싶어 인터넷을 헤매이던중 두 분의 글을 발견하였다.

  한 분은 서울대 명예교수 김용직씨가 <불교평론>에 쓴 글을 발견하였는데

  - 제3판 <님의침묵>은 1950년 4월에 둘째 판을 낸 한성도서에서 발행 되었다. 라고 쓰여 있고 이 책이 원본과 다르고 글자를 잘못 읽은경우,  단어의 뜻이 잘못된 경우, 한 작품에서 한 연을 송두리채 누락시킨 경우, 등등을 지적하셔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펴 놓고 확인해 보니 내가 소장한 책과 동일한것을 발견하고 책 뒤에다 1950년 4월이라고 써 놓고 누락된 곳엔 연필로 써 넣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소장하고 있는 <님의 침묵>은 한성도서 가 초판은 1934년에 발행하였고 1950년에 재판을 찍은거라는걸 알게 되었다. 한 연 4행을 빠뜨린 바람에 초판보다 한 페이지가 줄었다니까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요즘 초판본 복제한 책이 많이 나와 <님의 침묵> 초판본을 주문해서 사서 틀린 부분을 확인하려고 구입을 했는데 초판본의 간기를 보니 1950년 4월 5일로 되어 있어 아연해 버렸다. 그러니까 내가 소장한 <님의 침묵>이 초판본이란 말인가 그럼 김용직 교수가 말한것 무얼까하고 또 찾아 보았는데 문제는 이 책을 만든 회사가 초판은 일제시에 발행했고 해방후 첫판이니까 재판을 초판이라고 간기에 적은것을 알게 되었다.

  재판을 초판이라고 발행한 출판사도 문제이고 누락된 부분을 그대로 둔체 초판본 복제품이라고

고대로 만든이도 별도 원고지책? 보다 누락된 곳 틀린곳을 알려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니까 한성도서가 말하는 초판본이 두 권이어서 누락된 부분을 세로 글씨체로 프린트해서 끼워 손주에게 주고 이번엔 국내 최초의 초판을 출판한 회동서관의 <님의 침묵>을 사서 구색을 맞춰 놓은 내일 모래가 팔십인 노인의 욕심.

 

  또 한 분은 만해사상연구회 회장인 전보삼 신구전문대 교수가 발표한 『<님의 침묵>을 통해 본 시집출판의 문제점』을 읽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류가 많은 시집을 읽었고 너무 안일한 출판인들의 영리한 마구잡이식 출판을 개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1950년판 한성도서 <님의 침묵>은 100여 곳 이상의 오류가 지적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것만도 25편의 시에서 28 행의 오류를 열거하였다.

  이 분이 1926년 회동서관 초간이래 1981년 말까지 26개 출판사의 31종의 <님의 침묵>의 잘못된 부분을 출판사별 시 제목, 페이지 ,행의 시 정오표를 보면 이럴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그 이후 25년이 흘렀으니 또 얼마나 오류가 지속되었을까 걱정도 되고 예전에 출판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자괴감이 든다.

 

  이런중에 발견한 <님의 침묵>이 있다. 1996년에 발행한 수정출판사 판이다.

  편자는 위 전보삼 씨인데 시집과 수창음반이 제작한 테이프가 함께 포장되어 있었는데 시집은 가로 편집이고 시집 순서는 음반 때문인지 원 시집과 다르게 편집되어 있었다.

  우선 시집 출판의 문제점을 지적한 전보삼씨 발표문과 대조 해 보았더니 네군데의 오류를 발견 했다. 하나는 '티끌이 띠끌' 로 인쇄 되 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발표한 논문의 誤字 같았다.

 

  한성도서주식회사는 1920년에 설립하여 1925년부터 시집과 소설을 출판했고 종각역 근처의 한성도서주식회사 터 기념표석에는 1957년까지 존속했다고 하는데 헌책방에서 1958년 <님의 침묵> 8판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7년여를 발행한 책의 오류가 8판에 이르기까지 교정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용직 교수의 3판 이란 회동서관 초판과 한성도서의 초,재판을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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