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 조 병 화 -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몸엔
먼 돈키호테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보오
어디론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니
이렇게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몸엔
숨어서 돈키호테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보오
그리운 거 없이 그리운 여인이 그리워 오니
여보, 향기 고운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먼 돈키호테의 뜨거운 피가
내 몸엔 어지롭게 흐르고 있는가 보오
내 나이 분수 없이 뜨거운 사랑이
모락 모락 저리게
온몸에 깊이 스며드니
아, 향기에 안겨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여보, 내 혼은 돈키호테인가 보오.
(1999. 2. 14.)
제49시집 『따뜻한 슬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