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 김   종   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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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1-01 00:24   좋아요 0 | URL
김종길(金宗吉)



1926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혜화전문학교 국문과, 고려대 영문과 및 동국대 대학원 졸업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門)>이 입선

1955년 『현대문학』에 <성탄제>를 발표하며 등단

1965년 시론집 『시론』 발간

1986년 『김종길 시전집』 발간



시집 : 『성탄제』(1969), 『하회(河回)에서』(1977), 『황사현상』(1986)




로드무비 2005-01-01 13:22   좋아요 0 | URL
수암님,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엔 책상머리를 정리했어요.

무심코 책이며 팸플릿이며 메모지며 올려놓았는데 그거 정리하는 데만

꼬박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아무튼 뒤죽박죽 쌓여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수암님, 2005년 한 해도 건강하셔서 더욱 멋진 서재 꾸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종길 시인의 시는 마치 세뱃돈같군요.

교과서에 오래 전 실렸던 시인데 새해 아침에 읽으니 참 좋습니다.

水巖 2005-01-01 15:31   좋아요 0 | URL
교과서에 실렸던 시 이군요. 우리땐 없었는데요. 새로운 해를 맞어 책상정리하시는 모습 보기 좋군요. 로드무비님도 더 멋진 서재 주하와 함께 펼쳐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