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歸路)
- 이 형 기 -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 옴큼 내 객혈의 선명한 빛깔 위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 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와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커다란 가을이 숭엄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