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수암님께, 魯迅 - 김광균 詩
魯 迅
- 김 광 균 -
詩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의 베개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온 生活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어문다
쓸쓸한 것이 五腸을 스쳐내린다
魯迅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 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上海 胡馬路 어느 뒷골목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등불이 나에게 속삭거린다
여기 하나의 傷心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여기 하나의 傷心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수암님, 김관식 시인과의 교분이며 '미쓰 리'며 요즘 가끔 올려주시는 수암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 참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노신>이라는 김광섭 시인의 시는 1990년 공책에 또박또박 제가 직접 옮겨 적은 것인데 어지간히 좋았나 봅니다. 복사라면 몰라도 옮겨 적기까지는 잘 안하거든요.
그 무렵 김광균 시인 댁에 원고를 얻으러 두어 차례 가본 일이 있습니다. 성북동의 한옥이었던 것 같은데 잘 가꾸어진 마당이며 본채며 정말 셔터를 마구 누르고 싶은 멋진 집이었습니다. '노신'이라는 시에서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던 젊은 시인이 세월이 흘러 시의 대가가 되고 그뿐입니까, 아주 유능한 기업경영인으로 우뚝 서기까지 하셨잖아요. 아마 그 댁을 다녀와서 이 시를 읽고 감흥에 겨워 옮겨 적었을 겁니다. 간밤에 적고 오늘 아침 생각나 이렇게 몇 자 시 뒤에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