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찾은 고조선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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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원전 6000년(사해, 흥륭와문화)부터 시작된 동이족이 홍산문화(기원전 4500~3000년)를 거쳐 하가점하층문화(기원전 2000~1500년, 즉 고조선 시기)를 이뤘고, 상나라의 시조 설과 그의 손자 상토, 그리고 7대 왕해와 8대 상갑미를 거치면서 중국 중원으로 이동하여 급기야 기원전 1600년 무렵 하나라를 대파하고 천하를 통일했다는 설명이 된다. (334쪽) ” 
 

우리 역사학자들이 아직도 민족사학과 실증사학으로 나뉘어 고조선이 역사다 아니다 라고 싸우고 있는 사이, 중국은 1996년에서 2000년까지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을 통해 하나라를 BC 2070~BC 1600, 상나라를 BC 1600~BC 1046, 주나라를 BC 1046~BC 771로 다시 설정하였습니다. 이어 2001년에서 2006년까지 중화고대문명탐원공정(中華古代文明探源工程)에서는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알려진 ‘3황5제’의 시대를 역사에 포함시켜 1만년으로 끌어올린 중국문명을 이집트나 수메르 문명보다 오래된 세계 최고의 문명으로 밝히고자 하고 있습니다.

중화문명의 근원을 탐구한다는 명분아래 진행한 이 중화고대문명탐원공정 중 요하일대 역사를 다시 확정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彊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으로 우리의 고구려역사를 가져가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 동북공정(東北工程)입니다. 중국은 이 공정을 마무리하면서 요하일대에 4대문명보다 앞선 요하문명권이 존재했다고 발표하는데, 이를 토대로 기존 역사보다 1000년 이상 기원을 올려 잡고 중화 5천년을 공식화합니다.

 

“ 중국학자들이 발표한 것처럼 홍산문화에 있었다는 신비왕국은 한국인에게 매우 놀라운 결론을 끌어내게 한다. 단군조선보다 1000여 년이나 앞선 시기에 과거부터 한국인의 고향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면, 그보다 1000여 년이나 후대로 추정되는 고조선이 존재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한 설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76쪽) ”

 

“ 적어도 거의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인의 시조인 황제가 홍산인이라면 그보다 몇 백 년 후대인 한민족의 선조라는 단군(기원전2333년)은 그의 후예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바로 중국이 그동안 부단히 준비해 온 동북공정의 핵심이다. (137쪽) ”

 

글쓴이는 중국측 요하문명론 주장대로라면 이 지역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가 중국의 역사로 간주되므로 고조선, 부여, 고구려 등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로 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북한은 물론 일본의 학자들까지도 고조선이 있었다고 짐작해 왔던 중국 요령성 조양일대에서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자 황하문명보다 앞선 문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중국. 그들은 고조선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이 요하일대에 신비의 국가가 있었으며 중국의 선조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글쓴이는 중국이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을 낮추어 중화를 드높이는 역사관을 바꾼다 하더라도 동이족의 역사를 중국역사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화하족이라 일컬어지는 중국민족과 동이족이라 일컬어지는 한민족은 인종학적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있을뿐더러 요하일대에서 출토되는 수많은 유물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빗살무늬 토기, 고인돌, 비파형 청동검, 돌무덤이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2700년경 탁록에서 벌어졌던 동이의 치우와 화하의 황제 간에 벌어졌던 ‘탁록전투’를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중국. 요하문명을 중국의 문명으로 가져가기 위해 동이의 수장은 치우가 아니라 황제라고까지 주장하는 중국의 학자들에게 글쓴이는 친절하게 고대사를 이야기해 줍니다.

 

“ 아주 오래 전 동이족의 중심무대였던 요하지역에서 홍산문화 시기에 청동기 문화의 맹아가 텄다. 그리고 홍산문화부터 시작된 등급사회와 예제가 갈수록 발전했고, 청동기와 석벽, 적석총의 전통이 하가점하층문화 시기에 꽃을 피워 이곳에서 고조선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건설되었다. 이 강력한 국가 가운데 일부 지파가 중원으로 내려와 중국이 명실 공히 인정하는 상나라를 건국했다. ”

 

마지막으로 단군이 너무 늦은 1281~1283년경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실존 인물로 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실증사학자들과 행여 민족적 자존심과 선입견 등으로 고대사를 포장하거나 과장하기도 하는 우리의 민족사학자들에게 글쓴이의 맺음말을 전합니다.

 

“ 중국인들이 일방적으로 그동안 한국에서 도외시하던 상고사 부분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설명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바로 그 점이 역으로 우리들의 상고사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아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자료를 통해 한민족의 것을 선용한다면 그동안 소홀히 하던 한민족의 상고사, 즉 고조선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끼 때문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로 더욱 좋은 자료가 확보되면 어렵기만 하던 한국의 상고사도 어두움에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우리 역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41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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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3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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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삼천 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
                                                                                          - 괴테


   소피와 알베르토 크녹스 선생님, 힐데와 알베르트 크낙 소령... 과연 누가 실존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3권으로 마감된 '소피의 세계'를 덮는 지금, 최초의 철학적(哲學的) 물음으로 되돌아 갑니다.
 

○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어디서 왔는가?

○ 세계는 어디에서 생겼는가? 

 
   삼천년을 거치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 데카르트, 스피노자, 버클리와 함께 칸트, 헤겔, 다윈, 프로이트 등 수많은 천재들이 몰두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으로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지난 삼천 년의 세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그 세월동안 각각의 천재는 다방면의 연구와 성찰은 거치게 됩니다.


   수학,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 경제학, 문학, 더불어 예술...

   드디어, 인류는 달에 그 첫 발자국을 딛으며 '빅뱅'을 떠올립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 두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는 거지. 즉 우주가 영원히 팽창해서 은하계들이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지든지, 아니면 우주가 다시 수축하든지 둘중 하나지. 그걸 결정하는 건 우주가 얼마나 큰 질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그것을 아직 정확히 모르고 있단다."

    "그렇지만 만일 우주가 어느 날 수축하게 될 만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예전에도 아마 자주 팽창하고 또 수축했었겠죠?"

   "그건 자명한 결론이다. 그러나 우주의 팽창은 이번 한 번뿐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영원히 계속 팽창한다면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갑작스런 폭발이 어떻게 일어났을까요?" "기독교인들은 명백히 대폭발을 창조의 순간에 실제로 일어난 일로 간주할 것이다. 성서에는 하느님이 '빛이 있으라'하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한 걸 알고 있을거다. 그래서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생각은 창조에 대한 기독교의 믿음에 가장 적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요?"

   "동방에서는 너도 알다시피 순환적인 역사관을 갖고 있었다. 즉 그들은 역사가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생각했지. 예를 들면 고대 인도에서는 세계가 계속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이 '브라만의 낮'과 '브라만의 밤'이라고 부르는 것이 서로 바뀌게 된다. 이런 생각은 우주가 팽창하고 수축하며 또다시 팽창한다는, 그래서 영원한 순환 과정속에 놓여 있다는 관념과 잘 어울리지. 나는 지금 계속 박동하는 커다란 우주의 심장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데......." (p.278~279)


   우리는 고작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는 하나의 소우주일까요? 끝없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야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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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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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붉은 손가락」.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처럼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을 모두 보여주고 형사들이 수사하는 상황에 맞춰 범인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따라갑니다.

글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그에 대해 옮긴이의 설명을 듣습니다.

(...) 이후 서서히 작풍이 변화를 보이면서 1990년의 「숙명」에서는 “범인은 누구인가, 어떤 트릭이 숨어 있는가 하는 매직을 구사하는 것, 그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또 다른 스타일의 의외성에 대해서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는 추리소설의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이런 작풍이 더욱 발전하여 최근에는 당대의 첨예한 사회 문제를 소재로 도입하여 추리소설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290쪽)

사실 이제까지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이 누굴까 추측하며 재미삼아 읽어보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도난사건이라면 누가 어떻게 훔쳤을까를 궁금해 했고, 살인사건이라면 누가 어떻게 죽였을까를 상상해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붉은 손가락」은 다릅니다. 소년은 소녀를 해치며, 부모는 아들 대신 치매 걸린 어머니를 범인으로 몰고자 합니다. 문제는 소년은 소녀를 왜 해쳤으며, 부모는 왜 늙은 어머니를 희생시키려고 하는가 입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들은 세상과 삶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커가는 것일까요? 글쓴이는 이야기합니다. 일률적인 교육에서 순서를 매겨 떨어져 나가는 아이는 도태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가두어 세상과 멀어지게 하는 방법뿐이다 라고...

어른들인 우리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어떨까요? 무작정 아이를 보호하는 것만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무관심 혹은 무책임으로 가족을 방치한 적은 없는지를 묻습니다. 또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인 노인들을 바라보며 이젠 귀찮게 어쩌면 쓸모없다 여긴 적은 없는지 묻습니다.

등을 둥글게 말고 웅크리고 앉은 늙은 어머니 품 속, 붉게 물든 손가락으로 움켜쥐어졌을 앨범과 방울 달린 명패를 떠올리며, 어쩌면 죄없을 아이의 말을 떨리는 가슴으로 듣습니다.

“ ... 아버지랑 엄마가 나쁜 새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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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Speed Reading 영어 속독법 : 입문편 - 토익 토플 텝스 SAT 수능의 정복자 English Speed Reading 영어 속독법 4
신동운 지음 / 스타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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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영어속독법 - 입문편」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읽혀집니다.

○ 속독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 : 15~133쪽
○ 속독의 기초적인 방법 소개 및 훈련 : 135~167쪽
○ 영어 속독을 위한 기초다지기 소개 : 169~298쪽

글쓴이는 먼저 몸과 마음의 준비를 충고합니다. 적절한 운동, 바른 자세를 통한 집중력 향상과 평온한 마음, 적절한 긴장을 유지한 몰입입니다. 몸의 준비를 위해선 호랑이 걸음과 줄없는 줄넘기, 생기 및 복식호흡, 안구훈련을 추천하네요. 부교감신경이 주도적인 안정된 상태에서 공부하고, 아드레날린이 적당히 분비되어 긴장이 유지될 때 실전에 임하기를 당부합니다.

다음으로 속독에 대한 기초방법 소개네요. ‘주요 200 단어 스펠링 속독 훈련’과‘넓은 아이․스팬으로 읽기’입니다. 속독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어 신기하기도 한데, 숫자의 연속적인 배열 속에서 덩어리 읽기, 분산입력 인지, 직감판단 훈련, 다중탐색 훈련, 동심원으로 시야확대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은 영어속독 기초다지기 8단계입니다. 입문편이라 그런가 처음으로 영어문장이 나옵니다. 어휘와 문법이 바탕이 되지 않는 영어속독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속독요령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독해요령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속도의 기초다지기 8단계를 살펴 봅니다.

1단계 : 몸통의 주어와 동사를 찾아내라
2단계 : 모르는 말뜻은 문맥으로 추측하자
3단계 : Linking Markers에 주의해라
4단계 : 문장 전개를 예측하면서 읽는다
5단계 : 문맥으로 추론하기
6단계 : 토픽 센텐스(주제문)를 찾아라
7단계 :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정확하게
8단계 : 패시지(구절)의 요지를 읽어내라

집중과 몰입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에 상당량의 쪽을 할애한 점, 반대로 실제 궁금했던 속독의 기초적인 방법은 소개 정도로 끝이 났다는 점은 아쉽네요. 속독의 학습과정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두 부분은 한글 책의 속독 방법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초다지기 8단계는 영어독해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결국 영어를 잘 읽고 말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어휘 암기와 문법 습득이 선행되어야 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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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 2009-04-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책에는 준비과정이 대다수이구요, 실천편에서 아주 상세한 속독법이 나옵니다~~
 
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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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즘을 이야기하는 글쓴이는 편치 않은 낱말을 책이름으로 골랐습니다. 『치팅컬처(Cheating Culture)』. ‘속임수 문화’라고 바꿀 수 있겠죠.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를 현재의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현상으로 풀어내고 있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급증하는 속임수는 부자들 사이의 오만과 보통 사람들 사이의 냉소주의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깊은 불안과 절망을 반영한다. (9쪽)

이 나라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인은 두 가지 도덕 잣대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는 섹스, 가족, 약물, 범죄 같은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한다. 또 하나는 경력, 돈, 성공의 영역에서 윤리 지침을 제시한다. (26쪽)

개인주의와 자기 의존이 이기주의와 자기 몰두로 변모했고, 경쟁이 사회현상이 되었다. 선한 삶에 대한 열망은 물질만능주의로 변질했으며, 포부는 시기심으로 대체되었다. (32쪽)

이러한 변화들이 더 많은 속임수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압력 때문이다. 둘째, 승자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셋째, 유혹 때문이다. 넷째, 곳곳에 침투해 있는 부패 때문이다.

성공하는 계층은 다른 규칙이 통용되는 자신들만의 도덕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36쪽)

글쓴이는 1장에서 8장까지 거의 300쪽에 걸쳐 요즘의 미국을 낱낱이 들추어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증권가 ․ 병원 ․ 법원에서 일하는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들까지 생활 속에 깊숙이 심겨져 버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곧 속여서라도 성공을 해야 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네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자유방임주의가 큰 소리를 내고 있는 분위기에서 무분별한 성과주의로 이익만을 앞세우는 기업, 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어쩌면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를 회계업계, 쉬운 상대만을 골라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감독기관, 숨겨진 듯하지만 결국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법조계나 정치계를 사례별로 꼼꼼히 살펴보며 문제점을 찾습니다. 이젠 앞으로 사회를 이루게 될 구성원을 교육하는 학교마저 물들어 앞날이 더욱 캄캄해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미국에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 모든 부분에 속임수가 폭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뿌리에 대한 글쓴이 생각은 하나로 줄여질 수 있습니다.

지나친 소득 격차는 사회 전체에 걸쳐 계층 정체성의 커다란 불일치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대개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일치의 분화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120쪽)

점점 커지는 소득격차, 그러니까 불평등해지는 사람들끼리의 불신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너무나 큰 차이점이 속임수를 써서라도 성공하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가지게 하고, 마침내 점점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만 그러는 게 아닌데 라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죠.

자, 그럼 ‘9장. 속인수 문화에서 빠져나오기’에 등장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글쓴이의 방법을 들어봅니다.

속임수 문화와 맞서 싸우려면 우리 앞에 놓인 임무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사회계약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누구나 앞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구나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믿음을, 우리 모두 똑같은 ‘윤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저마다의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회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둘째, 중요한 전문 직업의 세계를 개혁하고 직장에 새로운 행동규범을 확립해야 한다. 속임수 문화를 근절하려면 밖으로는 정부의 압력과 안으로는 내부 개선을 통해 기업과 전문직 업계를 개혁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 부문은 너무나 자주 부정직을 조장하는 편협한 성과주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안팎의 개혁은 성과주의와 관련한 최악의 부정행위에 재갈을 물려 오로지 수익만으로 결과를 평가하는 기업풍토를 바꿀 수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자유방임주의 혁명에도 불구하고 이윤 동기가 기업계를 완전히 장악하진 못했다. 민간 문이 직면하는 개혁과제는 결국 이러한 개념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여기서도 시장가치를 적절한 곳에 다시 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세대의 윤리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그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개혁도 필요하지만 청소년들의 태도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 미국의 다음 세대가 좀 더 윤리적인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으려면 오늘날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속임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개인의 이익을 뛰어 넘어 원칙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옳은 말들입니다. 물론 생각과 실천이 항상 같이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문제점을 먼저 알고 이를 고칠 방법을 생각하고,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겠지요. ‘행동이 없는 생각은 단지 꿈일 뿐이고, 생각이 없는 행동은 시간만 보낼 뿐이다. 행동과 함께하는 생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라는 말도 있잖아요. 

 

 『치팅컬처(Cheating Culture)』 내용이 순전히 미국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겠죠. 이제 세상은 너무나 가까워져 대륙이나 민족 등에 국한된 가치관이나 사회현상을 보는 게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경우도 마찬가지겠네요.

서점의 한편을 차지한 자기계발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신 적 있나요? 한결같이 눈부신 성공을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 회사에서 짤리게 될지 걱정하는 것이 미국만의 현실인가요? 선거가 끝나면 항상 등장하는 정치자금 얘기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벌총수나 전 대통령이 내어야 하는 벌금이 걷히지 않는 것, 돈 많은 사람들은 주식을 공정하지 못하게 거래해 엄청난 불법이익을 취하더라도 약간의 벌금을 물거나 사회봉사를 몇 시간하면 되지만, 대형할인점에서 물건 몇 개 훔친 걸로 감옥에 갇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신 적은 없나요? 우리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이네요.

글쓴이의 해결방법에 모든 걸 맡겨 놓을 순 없을 듯합니다.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의 반성이 올바르겠지만, 보다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반성을 이끌어낼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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