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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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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냐, 아니면 소극적이냐?”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기 전, 누군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아마도 잠시 뜸을 들인 후, “적극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적극적인 삶.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의 삶’을 떠올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삶에 ‘이만하면 됐지’라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을지라도, 나는 내 삶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을 테니까.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 다카우 등 네 곳의 강제수용소에 옮겨 가며 갇혀 지내야 했던 정신과 전문의 빅터 프랭클이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본인의 의지는 아닐지라도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말 그대로 스스로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는 비활동적인 그리고 피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답했을까?

적극적인 삶은 인간에게 창조적인 일을 통해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주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반면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삶은 인간에게 아름다움과 예술, 혹은 자연을 체험함으로써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창조와 즐거움 두 가지가 거의 메말라 있는 삶에도, 외부적인 힘에 의해 오로지 존재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지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삶에도 목적은 있다. 물론 그에게는 창조적인 삶과 향락적인 삶도 모두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창조와 즐거움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시련이 주는 의미일 것이다.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시련과 죽음 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122쪽,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2007. 12. 30. (초판3쇄)   

죽음조차 무덤덤해져버리는 비정상적인 상황, 이에 따른 심리적 반응으로 1단계 충격, 2단계 무감각, 3단계 자유를 거치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예술, 유머와 행복을 찾아내며, 삶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 버텨 가는 그의 3년.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나는, 이제 삶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를 묻는다는 것은 삶의 진정한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임을 깨닫는다. 글쓴이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 (138쪽)’을 배웠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언젠가는 무언가를 건네줄 것이라는 기대로 긍정적인 하루를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찾는 태도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삶의 핵심은 자신만의 삶의 목적을 스스로 찾는데 있는 것이다.

이제 삶에 대해서라면 누군가 나에게, 아니 내가 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너는 네 삶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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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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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Che Guevara, 1928. 6. 14. ~ 1967. 10. 9.)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주의 혁명가, 정치가, 의사, 저술가, 쿠바의 게릴라 지도자이다. 원래 이름은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이다.
( 출처 : 위키백과 ) 

 

“세상에, 제정신인가?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 마당에 누가 체 게바라에게 관심을 둔단 말인가!” 
 

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 주인공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출생으로 <체 게바라 평전>은 시작됩니다. 글쓴이가 책을 출판할 때까지 수없이 들었다는 서문 속 핀잔과 함께... 

쿠바, 혁명, 무장투쟁,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말 그렇습니다. 책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이 같은 단어들이 더구나 오늘의 한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요? 쿠바의 사탕수수 농사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게릴라 무장투쟁을 통한 새로운 이념의 국가 탄생이 지금 한국에 꼭 필요한 걸까요? 오늘날 피폐해진 자본주의를 대신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그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을까요? 

피델 카스트로와 더불어 무장투쟁을 통한 쿠바 공산주의 혁명의 주역. ‘전사 그리스도’라 불리기도 한다는 체 게바라. 이런 우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700페이지가 넘는 빨간색 표지 속에는 그의 뜨겁고 위험했던 인생 한 구절 한 구절이 가득 담겨 있답니다. 

그렇다면 <체 게바라 평전>이 읽혀지는 이유? 우리가 이 두꺼운 책을 읽는 이유는 물론 ‘쿠바’나 ‘혁명’ 혹은 ‘공산주의’ 때문이 아닐 겁니다. 평범치 않은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구나. 비록 그가 살았던 시대와 환경이 우리와는 달랐지만, 그 역시 지금의 우리같이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었구나. 꿈꾸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실천하는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는 왜 그렇게 살았고, 왜 그렇게 죽었을까. 이런 점들을 느껴보고 알아보려 하기 때문 아닐까요? 


부모님께. (...) 저는 해방되고자 하는 민중들의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무장투쟁밖에 없다고 믿으며 이 신념을 일관되게 따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무모한 모험가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압니다. 물론 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모험가지요. 바로 자신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내던질 수 있는 그런 모험가 말입니다. (...) 이제 예술가의 희열로서 연마한 제 의지가 무뎌진 다리와 지친 폐를 지탱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까지 나가가겠습니다. (...) 

: 체 게바라 평전, 553~554쪽(부모님에게 쓴 편지),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2010.1.18. (2판14쇄)


사랑하는 일디타, 알레이디타, 카밀로, 셀리아 그리고 에르네스토에게. (...) 너희들의 아빠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단다. 아빠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로 자라기를 바란단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을 정복하기 위해 많이 공부하여라. 그리고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하여주기 바란다. 특히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에 대해 가장 깊이. 그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져야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 

: 체 게바라 평전, 558~559쪽(자녀들에게 쓴 편지),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2010.1.18. (2판14쇄)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이러한 이념 그 자체를 좇고, 분석하며, 비판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 것은 이념의 이론적 뜻풀이나 방법적 적용의 옳고 그름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고 비교해 봐야 할 점은, 인간을 보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서 그 이념이 내포한 정신이 아니던가요? 

사람에 따라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이념은 다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이념과 행동의 결과가 인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면, 수단에 불과할 이념 간의 소통과 대화, 타협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그려 가는데 공산주이든, 사회주의든, 민주주의든, 자본주의든 조금씩 그 역할을 분담할 수 있으리라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는 저는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 평전>을 통해 단지 그의 삶과 라틴아메리카에 조그만 한 국가일 뿐인 쿠바의 혁명과정을 읽는 것에 그친다면, 서문의 핀잔처럼 우리 역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시간을 흘려버리는 꼴이 되겠죠. 그러나 글쓴이가 이 두꺼운 책을 고집스럽게 써내려간 이유. 모든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던 인간 체 게바라의 정신과 실천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작지 않다 하겠습니다. 


거대한 그의 휴머니즘은 그로 하여금 지독한 가난과 지나친 부유함을 없애고 삶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투쟁하고 목숨을 바치게 만들었다. ‘인간이 권력의 자비에 매달려 사는 사회가 아니라 공적인 생활의 중심에 있게 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그는 맹세했다.

: 체 게바라 평전, 709쪽,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2010.1.18. (2판14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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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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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기억하세요? 핵폭탄을 둘러싼 박정희 대통령과 이휘소 박사의 숨은 이야기. 남북한에 화해가 그려졌던 가슴 뭉클한 결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면 「몽유도원」, 「황태자비 납치사건」, 「1026」, 「하늘이여 땅이여」, 「최후의 경전」 등 글쓴이의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건 ‘한민족에 대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천년의 금서」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잃어버린 우리 고대사’인데요. 역시나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죠. 고대사... 대한민국의 ‘한’은 어디서 왔을까를 밝히는 것. 그것이 잃어버린 우리 고대사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비교사학, 실증사학에 목숨 건 기존 역사학자들을 크게 꾸짖습니다.

 

“명색이 역사학자이자 국사편찬위원이고 대학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이 왜 대한민국인지, 한국인이 왜 한국인인지, 한반도가 왜 한반도인지, 도대체 그 한(韓)이라는 글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77쪽)

 

당연히 말이 안 되죠. 어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럼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를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를 들어볼까요? 물론 좋지만, 걱정스럽기도 하시다구요? 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역사를 소설을 통해 들어서야 되겠느냐구요?

 

제 생각으론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단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렸다 뿐이지, 역사논문을 방불케 하는 증빙문헌들과 다른 유명학자들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오히려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지 일반적인 문학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다 알려드리면 「천년의 금서」를 읽으실 때 재미없을 수도 있겠죠. ^^*

여러분, 대한민국의 한(韓)은 어디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마한, 진한, 변한이 있으니 그 뿌리인 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거요?”

“삼한은 한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는 뜻이에요.”

“여기는 논리학 교실이 아니오.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있었고 백제 신라 가야로 발전된 거 아니오. 그런데 당신이 얘기하는 한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 있었다는 얘기요?” 

“그전에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삼한이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는 최 교수님의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당신은 삼한이 남부에 있었다는 주장이 이마시니 류를 비롯한 일본 학자들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거요?”

“하여튼 대답을 해보세요.”

“<삼국사기>에 백제가 마한을 병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백제는 한반도 서남부에 있었으니 거기에 근거를 둘 수 있소.”

“진한과 변한은요?”

“그건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었으니 진한은 신라에, 변한은 가야에 병합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렇다면 같은 <삼국사기>에 진한은 고조선과 진나라의 유민들이 세운 나라라고 하는 건요?”

“<삼국사기>의 기록은 대체로 받아들일 수 있소.”

“그 유민들은 국명을 왜 하필 진한이라고 했을까요?”

“진의 유민들이 한 지역에 와서 세운 나라라는 뜻 아니겠소?”

“한 지역은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물론 지금의 경상도 지역이오.” 

“최 교수님, 진은 서북중국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고조선은 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에 있었던 걸로 가르쳐지고 있고요. 그들이 그 먼 경상도에까지 내려와서 진한이라고 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학자 중에는 삼한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소.”

“그런데 왜 삼한이 백제 신라 가야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왜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검증을 안 하는 거죠?”

“좀 더 연구해야 할 문제요.” 

“삼한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이 모두 제각각의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과서는 지금 일본 학자들의 견해를 싣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어떤 주장을 해도 마찬가지로 추측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는 논리적 귀결점을 찾고 문헌상 증거를 보이겠어요."

: 천년의 금서, 291~293쪽, 김진명, 새움출판사, 20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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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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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읽게 된 『한국의 주체성』. 이 책은 비록 작고 얇지만, 수많은 질문을 품고 있고 다음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지금도 약소국이고 앞으로도 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한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도 앞으로도 약소국인 한국.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다 나은 방법을 이야기해 줄지도 모르기에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제1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자력갱생의 길,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 현지고용인, 강대국의 길, 약소국이면서 주체적인 국가 등 5가지 길을 제시합니다. 나머지 3개의 길은 그렇다지만,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 현지고용인의 길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듣기 불편합니다. 왜 이런 길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들어 있어야 하는 걸까요? 글쓴이는 지금까지 한국 역사와 현재의 상황, 처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목청 높여 이야기 합니다. 

   두 번째 장, ‘주체성이란 무엇인가’에선 주체성의 정의와 주체성 지키기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주체적이란 것은 주인으로 사는 것이며, 이는 자신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스스로 하고, 입장이 바뀔 수 있으므로 서로의 규약을 준수하며, 자신의 독립성과 자존감이 위협받을 때 이를 지킬 힘이 있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주체성’이라는 제목을 ‘한국이 주인으로 산다는 것’으로 바꿀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서 주인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고 글쓴이는 단언합니다. 그리하여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내면화, 핵 무장, 세계화가 그것입니다. 

   마지막 제3장은 ‘주체적으로 사는 길’입니다. 한국어 표기는 한글 전용으로 하고, 국가기반시설을 담당하는 공기업을 지켜나가며, 선진국에게 할 말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주요주장입니다. 국한영 혼용뿐 아니라 병기 표기는 적절한가? 공기업 민영화는 결국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원인제공자인 선진국이 오히려 주장하는 환경오염규제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가 바라보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 자신의 시각이 아니다. 강대국의 시각을 그대로 옮긴 것 혹은 친미 지식인들이 그려내는 허상일 뿐이라 이야기합니다. 우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중심인 세계관을 정립하며, 우리만의 주체성을 확립하자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글쓴이는 약소국이면서 주체적인 국가를 우리가 이루어야 할 목표로 상정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지나온 한국 역사와 현재의 상황 인식, 앞으로 선택해야 할 길에 모두 공감할 순 없습니다. 왜냐면 6ㆍ25 전쟁 후 한국의 눈부신 발전이 결코 외세의 영향만으로 우연히 이루어 진 것이 아니며, 현재 우리 국민의식이 결코 미국이나 일본 국민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미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근간 우리가 성취한 업적들과 세계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강점을 고려할 때 약소국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강대국의 정의가 무엇인가요? 배타적인 경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모든 나라에 자국 체제를 강요하고, 자국의 이해에 반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무작정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한국이 강대국이 될 수 없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바에야 강소국이 어떻습니까? 비록 작지만 상황이 비슷한 나라들과 함께 이익을 나누고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앞장서며, 폭력적이고 야만스러운 부자나라가 더 이상 약한 나라를 괴롭히며 무한정 확장되지 못하도록 막아 주는 울타리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현재를 바라보고 문제점을 밝히고자 하는 글쓴이의 의도엔 고개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의 모습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글쓴이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나라에 파묻혀 살고 있으므로 우리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잘 모르기 십상입니다. 미래의 한국을 터무니없이 미화해선 안 될 것입니다. 몽상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장래를 책임질 수 없도록,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 갔을 때 우리와 똑같이 주체성을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보다 나은 내일의 한국을 위해 지금 한국의 모습을 치밀하게 살펴보고 지금까지의 우리 강점을 더욱 살려 우리의 발전은 물론,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인류 역사발전에 이바지할 부분을 찾는 것은 늦지 않았습니다. 



분   야

사회, 현재 

평   가

추   천

한국의 미래를 한 번쯤 그려보고 싶은 분


소   개

 
한국이 세계 속에서 주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혹한 현실비판과 논쟁이 따를 법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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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길을 묻다 1 - 한국인의 잠재력과 미래 설계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들에게 듣는다, KBS 1TV 시사교양
대한민국 길을 묻다 제작팀 지음 / KBS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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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 16분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 길을 묻다 Ⅰ」은 2009년 4월 19일까지 방영된 KBS TV 프로그램 「대한민국, 길을 묻다」가 담겨진 두 권 가운데 첫 번째 책이랍니다. 

   그럼, ‘한국인의 잠재력과 미래 설계,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들에게 듣는다’라는 부제를 가진「대한민국 길을 묻다 Ⅰ」를 펼쳐 볼까요? 
 


PartⅠ 대한민국 미래 전략 프로젝트  
1. 위기의 세계 경제, 한국형 전략만이 살길이다 - 송병락
2. 틀을 깨면 길이 보인다 - 이면우
3. 한반도 선진화를 위한 세 가지 조건 - 박세일  

Part Ⅱ 대한민국 인재 설계 프로젝트  

1. 미래, 창의적 인재로 승부하라 - 이장무
2. 지역을 뛰어넘어 세계로 - 김영길 

Part Ⅲ 대한민국 가치 향상 프로젝트
1. 21세기형 문제, 과학기술로 해결한다 - 서남표
2. 도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 - 김석철
3. 기업 생존의 길, 인간존중 - 이병남   

 

   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대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갖가지 그림이나 도표, 어디서 들어본 듯 한 이론보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지나 미래를 꿰뚫는 두 가지 단어, 모든 리더들의 말 속에 들어 있던 『모방』과 『창조』를 다시 떠올립니다. 
 

   우리는 모방의 시대였던 과거를 지나, 창조의 시대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않나요? 
 

 한국은 그동안 앞선 나라들의 제품과 산업을 ‘신속하게 모방하여 추격하는(Catch up) 전략'으로서 근대화를 성취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되며 지금 세계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앞서 기여할 수 있어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6쪽, 책머리에, 프로듀서 김현․공용철) 

 

   지나간 과거, 모방단계에서는 반성이 필연적입니다. 왜냐하면, 더 나은 것과 비교해 따라잡을 수 있기를 꿈꾸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가올 미래, 창조단계에서는 칭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겐 용기와 신뢰가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리더들에게 또다시 ‘반성을 합시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다시금 우리 수준에 대한 절망감이 커졌을 겁니다. 다행히,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들에게 숨어있는 힘이 가득한 한국인, 희망이 가득한 우리의 미래를 듣게 되었다는 건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OECD 국가 중 한국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이 1위예요. 또한 미국 스탠포드대의 앤 크루거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00년까지의 경제 성장 속도를 보면 1위가 한국입니다. (...)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에 이르는 길은 자신의 강점을 보고, 이웃의 강점을 보고, 한국 사회의 강점을 보는 일입니다. (21쪽)

 

이면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데, 세계 여론이 월드컵은 일본 가서 보는 게 안전하다고 공언했죠? 수준 차이가 날 거라며 비아냥거렸지만, 결과는 대단했죠? 할아버지가 빨간 두건을 쓰고 거리에 나왔어요. 상상도 못할 감동이에요. 게다가 월드컵을 응원하느라 수많은 인파가 시청 앞 광장에 몰렸는데도 거리가 깨끗했죠. 모두 자부심 때문이에요. (66쪽)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

   19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서는 민주화를 이룹니다. 광복 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어느 영국 기자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불가능하단 뜻이지요. 하지만 성공했습니다. 근대화를 이룬 것이죠. 이제 21세기 세계 중진국가의 선두 주자가 되었습니다. (77쪽)

  

이장무, 서울대학교 총장

   1200년 전에 우리 선조가 만든 종이라며 그까짓 엔진을 못 만들겠느냐고 했더니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기술을 넘겨줬다고 합니다. 후손들이 지혜로운 선조들의 덕을 본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현대 자동차가 이 기술을 엄청나게 개발해서 나중에는 다임러 벤츠(지금의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자본 제휴를 한 미쓰비시가 우리나라의 엔진 설계 기술을 몇 백억 원을 주고 사갔어요. (128쪽)

 

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

   이 학생들이 지난해에 세계 법률대학이 참가한 국제협상대회(International Negotiation Competition, 전 세계 예비 법조인들의 업무 능력을 겨루는 모의재판 대회)에서 우승했어요. 한국 대표로 한동대가 참가해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유수의 영어권 대학을 물리치고 1등한 거예요. 국제협상대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논리적 사고 방법이에요. (146쪽)

 

서남표, KAIST 총장

   한국의 교육열은 굉장합니다. 때론 지나칠 정도지만, 이처럼 높은 교육열이 곧 한국의 힘이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경쟁력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수준은 높지만, 그보다 더 우월한 대학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연구기관도 굉장히 강합니다. 국내 출원을 보기 위해 외국에서 많이 옵니다. (188쪽)

 

김석철, 도시건축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산업이 도시 산업입니다. 인구 2만이던 해안 소도시에 30년 안에 세계 최강의 조선과 자동차와 석유화학산업 도시인 100만 인구의 도시로 만든 나라가 우리 말고 어디 있습니까? 5년 안에 50만 인구의 도시를 만들어 성공한 분당 신도시를 보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일을 우리가 이룬 겁니다. (204쪽)

 

이병남, LG인화원 사장 

   제가 1980년대에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당시 골드스타(지금의 LG)브랜드로 TV와 카세트 등 전자제품을 만들어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국에서 골드스타 제품이 매장에 제대로 진열이 안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제품을 구매하려면 먼지 쌓인 창고에서 꺼내와야 했습니다. 지금은 LG전자의 32인치 LCD TV가 TV 매장 제일 앞에 진열돼 있어요. 엄청나게 변했지요.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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