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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 -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김성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문득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있다는 불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막상 떠오르는 것이, 인도 한 지방 왕국 왕자였던 싯다르타라는 분이 고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인류에게 남기고 부처가 되었다라는 정도임에 스스로 놀랍니다.
스님, 해탈, 윤회, 지옥, 원효, 참선, 조계종 등 어렵지 않게 들어왔던 낱말들과 정혜쌍수, 돈오점수, 화두, 화쟁 등 어디선가 읽었던 낱말들, 언젠가 다녀왔던 조용한 절들의 풍경들이 한데 섞여 머리 속을 어지럽힙니다.
책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
책에선 수행, 교리, 생로병사와 윤리, 불교와 이웃종교. 이렇게 크게 4분야에 걸쳐 총 100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100가지 대답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먼저 불교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찾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전체를 요약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사성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로병사하는 생명체衆生의 삶은 모두 괴로움일 뿐이라는 고苦성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인 욕망과 같은 번뇌를 의미하는 집集성제.
번뇌에서 벗어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 상태인 열반을 의미하는 멸滅성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써 제시되는 팔정도의 수행을 의미하는 도道성제.
이런 사성제, 즉 네 가지 진리 가운데 고성제는 이해해야 하고, 집성제인 번뇌는 끊어야 하며, 멸성제는 체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성제인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팔정도의 수행을 간단히 요약하면 계戒, 정定, 혜慧 三學이 됩니다. (72~73쪽)
이제야 중,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불교를 기억해 냅니다. 결국 괴로움 뿐인, 돌고 도는 생명. 그 사슬을 끊고자 마음을 비워 마침내 해탈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는 종교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삶은 왜 괴로움인지, 왜 윤회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마음은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 부처란 과연 무엇인지... 또 다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럼 불교에서 수많은 답을 구할수 있을까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수행이든 그것이 불교라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계戒, 定정, 慧혜’ 三學삼학의 수행체계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40쪽)
비유한다면, 항아리에 담긴 물에 달그림자가 비칠 때, 물결이 출렁이면 달그림자가 이지러집니다. 물이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그대로 비칩니다. 이 때 물결이 잔잔해지는 것이 ‘선정禪定’에 해당하고 달그림자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것이 ‘지혜知慧’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물을 담고 있는 항아리는 ‘지계持戒’에 해당합니다. 물이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제대로 비치치만, 항아리가 깨지면 아예 물을 담을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항아리는 지계에 해당합니다. (42쪽)
항아리에 담긴 물이 완전히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분명히 비치듯이 온갖 번뇌로 들끓는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멈추어야 생명과 세계의 실상인 연기법緣起法을 제대로 볼수 있습니다. (53쪽)
‘남을 해치는 행동’ 또는 남과는 무관하더라도 ‘고결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는 계戒(倫理, 道德)를 지켜고, 마음에서 탐욕, 분노, 교만심과 같은 ‘번뇌’를 제거할 수 있는 정定(參禪, 止觀)을 갈고 닦은 후에야, 깨끗해진 마음을 바탕으로 깊은 생각을 통해 얻어진 혜慧(깨달음)에서 답을 찾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불교의 깨달음이란 결국 무엇일까요?
불교의 깨달음은 ‘어떤 상태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제거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12처가 공하다.”는 자각은 ‘12처가 공한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12처에 실체가 있다는 착각이 제거됨’을 의미합니다. (211쪽)
‘나’도 공하고(無我, 我空), ‘죽음’도 공하고... 등등 모든 개념들의 공성(法空)을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공성’에 대한 지적知的인 자각입니다. (215쪽)
이 모든 감성들을 정화하는 일, 즉 세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씻어버리고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맺혔던 한도 다 풀어버릴 때 진정으로 마음이 편안한 성자가 됩니다. (216쪽)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 모든 사물의 공空을 이야기하는 불교는 어쩌면 ‘삶은 왜 괴로움인지, 왜 윤회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마음은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 보다’ 더 어려운 ‘분별의 고통’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
글쓴이는 스스로 고안한 체계불학, 즉 ‘현대의 문헌학적 연구성과에 토대를 두고 불전의 가르침을 유기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수미일관한 하나의 신행체계로 구성해 내는 불교학’을 통해 우리에게 불교를 쉽게 이해시키려 노력합니다.
많은 문헌과 쉬운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불교에 기초적인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제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생명체의 삶, 모든 것이 괴로움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탐욕, 분노, 교만심 등은 언제나 마음을 뒤흔듭니다. 그러나, 책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는 계, 정, 혜 삼학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표지판으로 다가옵니다.
불교. 누구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종교. 그 가르침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으로 기억하며,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을 덮습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 다른 철학에서 답을 얻기 힘든 질문을 만나면 언제든 다시 펼쳐야 겠죠.
■ 선과 악, 윤리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