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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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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

400쪽이 넘어가는 방대한 인문학 책. 정확하게는 정치철학 책이 2010년 7월과 8월,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정의라는 낱말의 뜻은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정의(正義)란 정말 무엇일까? 사회적 평등? 공평한 기회? 바람직한 윤리? 모르겠다. ‘존 롤스 이후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공동체주의 이론의 대표적인 4대 이론가로 손꼽힌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7000명도 채 안 되는 하버드대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여 명의 학생들이 매년 연속 수강한다’는 ‘하버드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다(뭐, 이런 광고성 문구 때문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진 않았을거다).

1강에서 10강까지로 구성된 그의 책 속 강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 (우리는)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찾아냈다. 행복, 자유, 미덕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다른 방식을 암시한다. (...) 이 책에서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볼 것이다. 이중 행복 극대화부터 시작하자. 시장 중심 사회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출발점이다. (...) 다음으로 정의를 자유와 연관짓는 이론을 살펴본다. (...) 마지막으로 정의는 미덕 그리고 좋은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보는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33~35쪽,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5. 

행복, 자유, 미덕... 이렇게 세 가지는 샌델 교수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정의가 단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올바른 분배를 의미한다고 말한 점은 못마땅하다. 그동안 서양세계가 그토록 쉼없이 연구하고, 갈구하며, 지켜왔던 소유의 문제. 어쩌겠는가? 어차피 샌델 교수도 서양인이고 그것도 풍요의 제국(?)을 이끌어 나갈 미국의 기득권 계층을 교육시키는 하버드의 교수가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다. 9강이 끝났건만 아직도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제러미 벤담,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쟁쟁한 철학자들이 등장해서 저마다 주장하는 정의(正義)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했건만... 또한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했건만... 정의에 대한 명확한 뜻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샌델 교수는 올바른 분배의 방법보다 올바른 가치에 정의(正義)의 중심를 두고 있다.

마지막 ‘10강. 정의와 공동선’에서 샌델 교수는 앞서 이야기했던 세 가지 방식, 즉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행복, 자유, 미덕을 통한 정의가 이렇게 이야기되어 왔다고 마무리 짓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했다. 어떤 이는 정의란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지상주의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일 수도 있다(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정의란 무엇인가, 360쪽,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5.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정의란 이러하며,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들을 수가 없다. 어쩌면 샐던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 진정한 정의(正義)는, 정의(正義)의 뜻보다 정의(正義)를 고민하는 것! "

그렇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했던 이 책.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올바른 분배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에게 묻는 이 책. 답을 주진 않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정의(正義)의 참된 의미를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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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1
장 자크 루소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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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사회를 위한 교육보다 인간 자체를 위한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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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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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이라는 것'의 철학적 의미를 찾는데 집중한 책이랍니다. '정체성'과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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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논어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2
공자 원저, 양성준 저자 / 두리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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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논어論語, 사서삼경四書三經... 
  우리가 ‘공자왈...’을 듣게 되면 딱 떠오르는 책들이죠. 하지만,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줄거리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물론 이야기책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전체적으로 읽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사전을 한번 찾아볼까요? 사서삼경은 유교경전으로 사서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을 말하고, 삼경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을 말한다는군요. 삼경에 <춘추春秋>와 <예기禮記>를 합해 오경이라 부르고, 합해서 사서오경이라 부르기도 한다네요. 그러니까 논어는 사서삼경 중에 사서에 속하는 책이 됩니다. 

  논어를 조금 더 자세하게 찾아봅니다. 논어는 1편 ‘학이學而’편에서부터 20편 ‘요왈堯曰’편까지 모두 20편, 대략 500문장으로 구성돼 있는 책이라고 하네요. 한나라 때에는 세 가지 종류의 <논어>가 있었다는데, 제나라 사람들이 전해 온 <제논어齊論語>, 노나라에서 전해 온 <노논어魯論語>, 그리고 공자의 옛집 벽 속에서 나온 <고논어古論語>가 그것입니다. 지금 전해지는 <논어>는 전한 말엽 장우張禹라는 사람이 <고논어>를 중심으로 편찬한 교정본이라고 합니다. 각 편의 첫 번째 문장에서 처음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따서 편명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각 편명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군요. 

  논어가 그런 책이라는 건 그렇다 치고, 거의 2,500년이나 지난 책을 오늘날에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글쓴이가 이야기 하는 논어라는 책의 효용성을 들어봅니다. 

  <논어>라는 책이 위대한 이유는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어떠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같은 의문을 통해 내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 이 책 안에 담겨 있습니다. (7쪽, 머리말)

  <논어>의 대화체 문장에서 공자의 의미 깊은 짧은 말 한 마디, 짧은 문장 하나의 각인 효과는 큽니다. 더욱이 제자나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못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 마음에 와 닿는 정도가 다릅니다. 마음속에 와 닿는 그 짧은 문구를 되새기다 보면 그 의미는 더욱 크고 절절하게 내 앞에 다가섭니다. 때론 기쁨으로, 때론 따뜻함으로, 때론 자기반성으로 소리 없이 나에게 우뚝 다가옵니다. <논어가>가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275쪽, 맺는글)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 있고, 기나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따뜻함, 자기반성을 전해주었다는 논어. 자! 그럼, 우리가 중, 고등학교 시절 한문이나 도덕시간에 띄엄띄엄 배웠었던 논어를 용감하게 읽어 봅니다. 「청소년을 위한 논어, 두리미디어」.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덧붙여 있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기도 합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네요. ‘1부 사람답게 사는 길’, ‘2부 이상적인 인간상’, ‘군자’, ‘3부 인간을 향한 사랑의 실천, 인’, ‘4부 공자의 위대한 삶과 사상’. 1부에서는 자식으로 부모를 대하는 자세, 벗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논어의 문장이 제시되고, 이를 풀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군주로서 신하와 백성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진정한 정치가 무엇일까에 대해 쓰여져 있습니다.

  군자는 때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수양을 우선해야 하는데, 이 수양은 공손한 태도와 공경하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다. 공경은 곧 예의 출발점이지요.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타자에 대한 배려와 자기 절제가 불가능합니다.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서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의 근본입니다.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사람을 다스리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곧 수기치인修己治人인 것이지요.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경敬을 통한 자신의 수양修己에서 비롯됩니다. 경을 통한 수신修身 이후에,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는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가 가능한 것입니다. (127쪽)

  2부에서는 군자와 소인의 모습을 통해 군자가 지향하는 가치를 찾아보는데, 우리 인생에 있어 진정한 가치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바탕이 꾸밈을 이기면 촌스럽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겉치레만 잘한 것이 되니, 바탕과 꾸밈이 잘 조화를 이룬 뒤라야 군자가 된다.” 子曰 :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貧然後君子. 자왈 :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연후군자. <옹야雍也> 

  군자를 논하는 데 있어서 바탕質은 덕행德行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덕행은 밝은 달과 같아서, 스스로 밝게 빛나면서 어두운 밤에 길을 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밝게 비추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덕행은 배려입니다. 진정한 배려는 밖으로 그 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남모르게 베푸는 덕행, 음덕陰德이 진정한 덕행입니다. 꾸밈文은 예악禮樂으로 꾸미는 것을 말합니다. 예는 상대를 배려하고 조화로움을 꾀하는 행위입니다. 질質은 바탕으로, 말하자면 본질입니다. 문文은 꾸밈, 말하자면 형식입니다. 덕행을 갖춘 훌륭한 바탕 위에 적절한 형식을 취해 본질과 형식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형식만을 추구하면 정작 본질이 없게 되어 형식적으로 흐르게 되고, 본질만을 중시해서 형식을 무시하면 투박하고 촌스러워 시대적 요구에 뒤떨어져 그 훌륭한 바탕이 묻히고 맙니다. 예와 악으로 꾸미는 것은 좋지만 덕행을 바탕으로 한 위에 예악을 닦아야 하는 것이지요. 바탕과 꾸밈, 이 둘은 어느 한 쪽으로 지나쳐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됩니다. 이처럼 군자는 덕행이라는 본질과 예악이라는 꾸밈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136~137쪽)

  3부에서는 공자가 추구한 인이란 무엇이며,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인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합니다. 

  인간다움_仁은 도덕적으로 합당한 선을 지향하는 행위로 항상 변하지 않는 태도이고, 지혜로움_知은 선을 행하되 상황에 따라 변화에 대처하는 태도입니다. 우리들은 인의 불변성과 지의 변화성 간의 적절한 균형을 꾀해야 합니다. 곧, 중용中庸의 태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8쪽) 

  “지혜로운 자는 미혹하지 않고,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맹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子曰 : 知者 不惑, 仁者 不憂, 勇者 不懼. 자왈 : 지자 불혹, 인자 불우, 용자 불구. <자한子罕> 

  지 知, 인仁, 용勇의 작용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다움을 배워 알아_知 인간다움을 갖추어_仁 그 인간다움을 실천_勇하는 작용이다.’ 지자知者는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알기에 선택의 순간에 ‘인간됨’이라는 분명한 판단의 기준이 있어 미혹하지 않게 되고, 인자仁者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인간의 도리를 우선하여 사사로움을 제어하기에 근심하지 않으며, 용자勇者는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간된 도리를 실천하는 데 늘 당당하기에 두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208~209쪽)

  4부에서는 공자의 교육과 학문, 인간상, 가치관 등 보다 다양한 공자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그동안 공자에 대해 잘못 생각하거나 선입견은 없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공자는 시선을 안으로 돌립니다. 바람직한 변화의 주체는 자기자신에서부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알려질 만한 것을 갖추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며, 남이 나를 믿어 주길 바란다면 내가 남에게 얼마나 신의를 지켜왔는지를 반성하고 고쳐 나가는 한편 남을 믿으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습니다. 곧, 남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춰 보려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137쪽)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이지 도구화돼서는 안 되는 목적적인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주체도 인간이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도 인간인 셈이지요. 인간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 인仁이고 이런 사랑을 교류할 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사상은 극히 인간중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공자 이전에는 삶보다는 죽음에, 인간보다는 하늘이 주 관심사였는데, 공자는 하늘보다는 인간, 죽음보다는 삶에 관심을 가졌고 이러한 관심사의 변화는 공자를 기점으로 생겨나게 됩니다. (153쪽) 

  ‘인仁, 의義, 예禮를 중시하고 이利를 경시하는 유교의 전통문화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억압하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라는, 유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학은 생활 습관과 의식구조, 교육적 측면에서 본받아야 할 귀중한 문화가치이며, 특히 시스템을 조화와 협동의 체제로 이끌어 가야 하는 경영과 관리 측면에 있어서는 지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견해도 있었습니다. (230쪽)



 
   「청소년을 위한 논어, 두리미디어」.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 논어를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볍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비록 논어 500여 문장의 완역본은 아니지만, 원문에서는 읽는데 급급한 나머지 놓치고 지나가기 쉬울 법한 함축적인 의미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합니다. 또한, 많은 그림과 사진들이 있어 지루함을 줄 수 있는 한문 문장의 끊임없는 나열을 방지하고, 이해와 기억을 돕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어를 통해 공자가 이야기하는 인간다운 사람. 즉, 사람된 도리를 실천하려는 사람, 옳고 그름에 사사로움을 두지 않고 매사에 정직하고 성실하려는 사람,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사람, 관계 속에서의 조화와 화목을 꾀하며 남을 배려하려는 사람 등등... 말하자면 사람다운 사람으로 더불어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이기를 꿈꾸며 그럼으로써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되새겨봅니다.

  광활한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사실 이 세상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는 ‘나’입니다. 내가 바뀌면 내가 인식하는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변화시켜 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나’는 작은 우주인 셈입니다. (274쪽, 맺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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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 -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김성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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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있다는 불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막상 떠오르는 것이, 인도 한 지방 왕국 왕자였던 싯다르타라는 분이 고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인류에게 남기고 부처가 되었다라는 정도임에 스스로 놀랍니다. 

  스님, 해탈, 윤회, 지옥, 원효, 참선, 조계종 등 어렵지 않게 들어왔던 낱말들과 정혜쌍수, 돈오점수, 화두, 화쟁 등 어디선가 읽었던 낱말들, 언젠가 다녀왔던 조용한 절들의 풍경들이 한데 섞여 머리 속을 어지럽힙니다. 

  책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

  책에선 수행, 교리, 생로병사와 윤리, 불교와 이웃종교. 이렇게 크게 4분야에 걸쳐 총 100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100가지 대답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먼저 불교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찾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전체를 요약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사성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로병사하는 생명체衆生의 삶은 모두 괴로움일 뿐이라는 고苦성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인 욕망과 같은 번뇌를 의미하는 집集성제.

  번뇌에서 벗어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 상태인 열반을 의미하는 멸滅성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써 제시되는 팔정도의 수행을 의미하는 도道성제. 

  이런 사성제, 즉 네 가지 진리 가운데 고성제는 이해해야 하고, 집성제인 번뇌는 끊어야 하며, 멸성제는 체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성제인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팔정도의 수행을 간단히 요약하면 계戒, 정定, 혜慧 三學이 됩니다. (72~73쪽)

   이제야 중,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불교를 기억해 냅니다. 결국 괴로움 뿐인, 돌고 도는 생명. 그 사슬을 끊고자 마음을 비워 마침내 해탈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는 종교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삶은 왜 괴로움인지, 왜 윤회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마음은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 부처란 과연 무엇인지... 또 다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럼 불교에서 수많은 답을 구할수 있을까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수행이든 그것이 불교라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계戒, 定정, 慧혜’ 三學삼학의 수행체계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40쪽) 

  비유한다면, 항아리에 담긴 물에 달그림자가 비칠 때, 물결이 출렁이면 달그림자가 이지러집니다. 물이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그대로 비칩니다. 이 때 물결이 잔잔해지는 것이 ‘선정禪定’에 해당하고 달그림자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것이 ‘지혜知慧’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물을 담고 있는 항아리는 ‘지계持戒’에 해당합니다. 물이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제대로 비치치만, 항아리가 깨지면 아예 물을 담을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항아리는 지계에 해당합니다. (42쪽) 

  항아리에 담긴 물이 완전히 잔잔해져야 달그림자가 분명히 비치듯이 온갖 번뇌로 들끓는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멈추어야 생명과 세계의 실상인 연기법緣起法을 제대로 볼수 있습니다. (53쪽) 

   ‘남을 해치는 행동’ 또는 남과는 무관하더라도 ‘고결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는 계戒(倫理, 道德)를 지켜고, 마음에서 탐욕, 분노, 교만심과 같은 ‘번뇌’를 제거할 수 있는 정定(參禪, 止觀)을 갈고 닦은 후에야, 깨끗해진 마음을 바탕으로 깊은 생각을 통해 얻어진 혜慧(깨달음)에서 답을 찾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불교의 깨달음이란 결국 무엇일까요? 

  불교의 깨달음은 ‘어떤 상태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제거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12처가 공하다.”는 자각은 ‘12처가 공한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12처에 실체가 있다는 착각이 제거됨’을 의미합니다. (211쪽) 

  ‘나’도 공하고(無我, 我空), ‘죽음’도 공하고... 등등 모든 개념들의 공성(法空)을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공성’에 대한 지적知的인 자각입니다. (215쪽) 

  이 모든 감성들을 정화하는 일, 즉 세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씻어버리고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맺혔던 한도 다 풀어버릴 때 진정으로 마음이 편안한 성자가 됩니다. (216쪽)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 모든 사물의 공空을 이야기하는 불교는 어쩌면 ‘삶은 왜 괴로움인지, 왜 윤회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마음은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 보다’ 더 어려운 ‘분별의 고통’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 
 

  글쓴이는 스스로 고안한 체계불학, 즉 ‘현대의 문헌학적 연구성과에 토대를 두고 불전의 가르침을 유기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수미일관한 하나의 신행체계로 구성해 내는 불교학’을 통해 우리에게 불교를 쉽게 이해시키려 노력합니다. 

  많은 문헌과 쉬운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불교에 기초적인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제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생명체의 삶, 모든 것이 괴로움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탐욕, 분노, 교만심 등은 언제나 마음을 뒤흔듭니다. 그러나, 책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는 계, 정, 혜 삼학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표지판으로 다가옵니다. 

  불교. 누구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종교. 그 가르침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으로 기억하며,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불교 초보탈출 100문 100답』을 덮습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 다른 철학에서 답을 얻기 힘든 질문을 만나면 언제든 다시 펼쳐야 겠죠. 

     ■ 선과 악, 윤리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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