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 「붉은 손가락」.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처럼 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을 모두 보여주고 형사들이 수사하는 상황에 맞춰 범인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따라갑니다.

글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그에 대해 옮긴이의 설명을 듣습니다.

(...) 이후 서서히 작풍이 변화를 보이면서 1990년의 「숙명」에서는 “범인은 누구인가, 어떤 트릭이 숨어 있는가 하는 매직을 구사하는 것, 그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또 다른 스타일의 의외성에 대해서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는 추리소설의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이런 작풍이 더욱 발전하여 최근에는 당대의 첨예한 사회 문제를 소재로 도입하여 추리소설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290쪽)

사실 이제까지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이 누굴까 추측하며 재미삼아 읽어보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도난사건이라면 누가 어떻게 훔쳤을까를 궁금해 했고, 살인사건이라면 누가 어떻게 죽였을까를 상상해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붉은 손가락」은 다릅니다. 소년은 소녀를 해치며, 부모는 아들 대신 치매 걸린 어머니를 범인으로 몰고자 합니다. 문제는 소년은 소녀를 왜 해쳤으며, 부모는 왜 늙은 어머니를 희생시키려고 하는가 입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들은 세상과 삶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커가는 것일까요? 글쓴이는 이야기합니다. 일률적인 교육에서 순서를 매겨 떨어져 나가는 아이는 도태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가두어 세상과 멀어지게 하는 방법뿐이다 라고...

어른들인 우리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어떨까요? 무작정 아이를 보호하는 것만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무관심 혹은 무책임으로 가족을 방치한 적은 없는지를 묻습니다. 또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인 노인들을 바라보며 이젠 귀찮게 어쩌면 쓸모없다 여긴 적은 없는지 묻습니다.

등을 둥글게 말고 웅크리고 앉은 늙은 어머니 품 속, 붉게 물든 손가락으로 움켜쥐어졌을 앨범과 방울 달린 명패를 떠올리며, 어쩌면 죄없을 아이의 말을 떨리는 가슴으로 듣습니다.

“ ... 아버지랑 엄마가 나쁜 새끼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