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우물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외 지음, 이해인 옮김 / 시냇가에심은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지하철에서 오가며 읽기에 딱 좋은 크기다.
무게는 좀 나가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이런 잠언집을 즐겨 읽고, 연애편지에도 베끼고, 일기에도 써 넣고, 아직 이메일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친구들한테 이런 글들을 많이 써서 보내 주며 예쁘게 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이런 말들이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적어도 그 말들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아직 내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많은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난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느덧 잠언의 구절들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세상에서 아무도 그렇게 고결하게 살지 못하며, 결국 그런 말들대로 살기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득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간 정신적으로 얼마나 변했는가를 새삼 느낀다. 수녀님이 지은 책인데다 종교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제목의 책이지만, 본격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명상(혹은 기도)과 내면으로 눈돌리기를 권하는 편안한 책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긴장'을 풀어주고, 나 자신을 토닥이고 내 못난 점들을 스스로 용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면, 나 자신을 부인해야 하고, 내가 가진 어떤 점들이 다 못나 보이고, 싫어도 좋은 척해야 하고, 좋아도 싫은 척해야 하는 때가 많다. 그럼 또 그렇게 연기하며 사는 내가 역겨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지금 나 자신마저 속이고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너무 멀리까지 가기 전에 멈춰 설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든지, 내 종교에 의지하든지, 감사한 건 언제나 내가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자리에서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어떤 방법을 써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누누히 말하고 있는 것은 내면으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 이런 공허감이 들 때마다 밖에서 뭔가를 채워오려고 하는데, 그건 언제나 단기적인 처방이 될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면을 튼튼하게 하고, 해체되었던 나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