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스운 사랑들 ㅣ 밀란 쿤데라 전집 2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적어도 밀란 쿤데라 소설 세계에서는 조금 다르다. "멀리서 보면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집은 쿤데라가 60년대에 쓴 7개 단편을 묶은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왠지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진지함으로 대표되는 듯한데 실은 그렇지 않다. 잘 뜯어서 읽어보면 진지한 표정을 한 채로 웃기는 게 그의 소설이다. 나는 초기작 <농담>부터 최근작 <무의미의 축제>까지 모두 해학이 그의 작품 기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초기 단편집을 보니 그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아마도 연인이 "배신 없는 사랑과 순수성의 울타리(130)"속에만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것일지 모른다. 쿤데라는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면 "이거 전부 그저 농담(39)"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읽다 보면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폭소를 여러 번 터뜨리게 되는데 그 웃음 뒤엔 뜨끔함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홍상수 영화의 찌질한 남자 주인공 보고 낄낄대지만 사실 그게 공감에서 비롯된 것처럼. 사랑이 모두 우스운 건 아니지만 분명 어떤 사랑은 우스웠던 것이 맞다. 말 못할 찌질한 이유로 헤어져놓고 이건 비극인 양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그 여자애 보라고 미니홈피에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 가사를 붙여 넣은 적이 있었다. 으악... 이불을 차야겠다. 채연은 이제 그만 놀리자 흑흑. 그 시절엔 다들 우스운 사랑을 하는 우스운 사람이었다. 나만 그랬다고? 자살하러 간다...
원초적 웃음 사이로 날아드는 일침에 자유롭지 않았다. 이제 내게 필립 로스는 인생의 경전이고 밀란 쿤데라는 사랑의 경전과도 같다. 특히 "우리가 사랑의 쾌락에 달려드는 것은 추억 때문(293)"이라는 말을 보니 여전히 앞으로도 우습게 사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ㅎㅎ. 그러나 쿤데라가 말하는 사랑의 논리에 이대로 굴복하기는 왠지 억울하다. "사랑은 바로 비논리적인 거(155)"라는 쿤데라 할배의 말엔 애초에 '사람'이 비논리적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느냐고 항변하고 싶기도 하다.
바로 그래서 에드바르트는 신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것이니, 왜냐하면 오로지 신만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신만이 (유일하며, 존재하지 않는 그만이) 비본질적인 만큼 더욱이 더 존재하는 이 세계의 본질적인 안티테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35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