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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그야말로 교육용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교훈적이다. 주인공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강간 용의자로 몰린 흑인 남성을 변호한다. 작가는 그의 목소리를 빌려 정의와 인권에 대해 말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일상에서 충실히 실천하는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과 그를 보며 성장하는 천방지축 아이들의 이야기가 뭉클하다.
책에서 말하는 앵무새 죽이기란 인종 차별(혹은 사회적 약자 차별)이지만 조금 더 넓은 범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티커스 핀치는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는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고 말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자기 본위적 행위는 제한할 수 없다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핵심과 상통하는 말이다. 2016년의 한국에도 많은 앵무새와 그만큼 많은 앵무새 사냥꾼이 있다. 김조광수 커플의 혼인신고 기사엔 동성애 반대와 혐오 리플이 달리고, 설리의 옷 안으로 비치는 유두 윤곽을 두고선 너도 나도 입방아를 찧는다. 관습적 도덕성이라는 애매한 가치로 타인을 재단하고, 그에 기초한 법률로 타인을 옭아맬 때 앵무새는 죽는다. 돌아보면 자신도 한 마리 앵무새일지도 모르는데 뭐 그리 팍팍하게 구는지. 생각해보면 아이들이야말로 자유주의적 가치에 충실했던 것 같다. 자신의 자유를 지키는 데만 충실한 게 문제지만 ㅎㅎ. 여하튼 사회의 틀 안에 포섭되며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자각이 약해지는 걸까? 어른들은 한 번쯤 아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대사를 되새겨볼 만하다. "내가 이러는데 뭐 보태준 거 있냐?" 과연 그렇다.
"우린 아저씨를 놀리지 않았어요. 비웃지도 않았고요." 오빠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던 건 그냥ㅡ" "바로 너희들이 하고 있던 짓이지, 안 그래?" "아저씨를 놀려 댄 거 말이에요?" "아니, 이웃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아저씨가 살아온 삶을 온 천하에 드러내 보여 준 거 말이다."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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