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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제 삶에 들어오는 많은 책들은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슬픔에 빠졌을 땐 더 깊은 슬픔으로, 아픔에 고통 받을 땐 덤덤한 무감각의 세계로.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직 읽지 않는 책들 더미 속에 잠들어 있던 동일한 책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에 출간 되어 2024년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오는 시간까지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미루고 미루었던 책이 스스로 ‘바로 지금 읽어야해!‘라고 소리치듯 바람결을 따라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착각인 듯, 운명인 듯.
사막과 산맥으로 둘러쌓인 자연 환경 안에서 자란 폴 칼라니티는 열 살 때 어머니의 강요로 <1984>를 읽게 되면서 시작 된 문학적 소양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깊은 울림에 공명하며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대학교 2학년 여름엔 유년시절의 자유로운 사막에서의 경험이 애틀란타 영장류 연구 센터의 인턴 아르바이트 대신 시에라 캠프의 수습 요리사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문학 석사 과정을 거쳐 호기심 많은 폴은 새로운 분야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데 ‘생리적ㆍ영적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환자들을 우선으로 하면서 가정에서는 늘 부재상태 였던 어린시절을 보내며 앞으로 전공 선택에 있어 ‘의사‘가 된다는 선택지는 없었던 그였지만 뇌와 생명,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계성 등에 깊이 빠지며 의과 대학 강의와 의과 대학원 4학년의 시간을 거쳐 신경외과 전공의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앞으로 7년 동안 수련 과정을 거치면 의학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성장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매일 6시 출근,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일상이 일주일 내내 지속 되는 삶에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가 되는 길을 걸으며 레지던트 6년차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마지막 단계를 밟는 과정에서 서른여섯 살 전도유망한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폐암 진단이 내려집니다.
영문학자이자 신경외과 전공의를 꿈꾸는 레지던트에서 폐암 환자가 된 폴 칼라니티는 불과 엿새 전만 해도 수술실에서 거의 36시간 가까이 서서 버틸 수 있던 몸이 병상에 누워 암 치료를 받으면서 일주일을 침대에서 보낸 결과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도 무의식적으로 하지 못하고 ‘노력‘과 ‘계획‘이 필요한 상태에 놓인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유능한 전공의에게 보장 되는 황금빛 미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 끝에 우선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중단했던 신경외과 레지던트로의 복귀하여 마지막 단계를 수료하고 이어 자신의 죽음 이후에 혼자가 될 아내 루시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경험한 힘든 항암 치료 과정에 활기를 찾아 준 문학의 힘을 다른이들에게도 나눠주고자 에세이 기고와 이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고통으로 좌절할 때도 최선을 다해 책을 쓰던 그는 서른여덟 살, 폐암 진단 2년의 세월을 견디고,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준 딸과 사랑하는 아내, 가족들을 떠나 영면에 들었습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세상에 우리가 왔다가는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은 자연의 바람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문학 작품들, 작가들이 남긴 글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에 반영되었는지, 기술적인 의료와 사람을 살리는 의료의 차이가 무엇인지, 겉으로 화려하고 부유해 보이는 의사라는 직업이 그저 단순한 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선택하여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순간의 결정에 목숨이 달려 있는 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과 두려움의 과정을 그대로 녹여넣은 에세이 입니다. 서른여섯 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 0.0012%, 엄청난 심적ㆍ육체적 고통에도 자신이 받은 것을 되돌려주고자 기록하고 쓴 젊은 의사의 짧은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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