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리커버 에디션, 양장)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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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으로부터 1967년까지, 서로 다른 시간 속의 단편 6편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며 뤄샤오밍(뤄 독찰-경찰)과 관전둬 경사의 인연의 시작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2013년 현재 ‘흑과 백 사이의 진실‘에서 관전둬는 간암 말기 환자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뤄 독찰은 사부인 관전둬의 병실에 지난주 살해당한 위안원빈의 가족 위용이, 위용롄, 위용이의 아내 차이팅과 고용인 후씨 아주머니, 가족의 개인비서 탕 아저씨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천리안이라 불렸던 천재 탐정 관전둬의 뇌파를 이용해 살해범을 찾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다섯명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펑하이 그룹의 총수인 위안원빈은 자신의 집 2층 서재에서 이미 숨진채 발견 되었으며 후두부에 두 군데 타박상과 작살총에서 발출한 작살에 복부를 관통해 과다출혈로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발자국이나 지문은 전혀 발견 되지 않았고 현금만 20만 홍콩달러가 사라진 사건으로 수사는 난항이었습니다.

뤄 독찰의 질문에 관전둬의 뇌파 대답(YES or NO) 커서의 움직에 따라 사실과 ‘가설‘를 섞어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은 과학적인 듯 하면서도 유령이나 점을 보는 행위와 닮아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증인으로 초대 된 다섯명의 이야기들을 종합하고 모순점을 찾거나 숨겨진 진실을 파악해 가는 과정이 탐정소설의 모든 면을 갖추고 있어 스릴과 번뜩이는 세세한 관찰력에 몰입하며 다음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보는 듯 정신없이 몰아쳤다가 반전에 반전으로 범인이 밝혀졌을 때의 놀라움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평범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 평온하게 백색의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어쩌면 관전둬의 방식은 검은 색 일지 모른다‘라고 하는 뤄샤오밍의 말처럼 흑과 백 사이에서 그들은 정의를 찾고 있는지도.

2장은 2003년을 현재로, 3장은 1997년, 4장은 1989년, 5장은 1977년 서른 살의 관전둬, 마지막 6장은 1967년 혼란의 홍콩이 배경이며 관전둬의 초년 경찰 시절을 모습을 발견하고 나면 상상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인연이 어떻게 2013년으로 연결 되는지 알게 됩니다.

낯선 이름들, 낯선 경찰 직위들, 홍콩의 지명들과 삼합회 조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기와 중국으로 반환 되어 다시 혼란의 시기들이 책 [13.67] 안에 녹아져 있으며 경찰조직의 이면도 살아 있는 듯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비리 경찰, 범죄 조직에 뇌물을 상납 받는 경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를 덮기 위해 범죄 소탕작전의 이름으로 동료를 살해하는 경찰 등 결코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누가 옳고 그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게 만든 소설 입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숨쉬는 것도 잊고 읽는다면 하루면 홍콩의 현대사를 타임라인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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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국제도서전_대상수상작 #홍콩 #홍콩경찰
#사회파_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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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쿤은 관전둬가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의아했다.
"입법국 건물은 예전에 고등법원이었죠. 1978년부터 법원으로 쓰이지 않게 되었고, 의회가 들어갔고요." 관전둬가 천천히 말했다. "원래는 법원이었기 때문에 정문 로비의 지붕에 정의를 상징하는 테미스여신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 맞아. 천칭과 칼을 들고 눈을 가린 그리스 여신상 말이로군."
"전 입법국 건물을 지나갈 때마다 그 여신상을 올려다봅니다. 두눈을 가린 건 법률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의미하죠. 천칭은 법이 공정하게 죄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이고, 칼은 지고무상의 권력을상징합니다. 전 늘 생각했습니다. 경찰이란 테미스 여신의 칼과 같다.
범죄를 없애기 위해 경찰의 힘은 강력해야 한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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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 - 니체를 읽고 쓰고 새기다
김욱 지음 / 더좋은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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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대한 생각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순간 거대한 벽에 갖힌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벽은 니체를 읽고 쓰고 새기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을 통해 서서히 허물어졌고, 니체의 말에 이어진 당시 니체의 상황과 그런 글들을 쓸 때의 사회와 니체 자신이 쓴 또 다른 글들 덕분에 그에게 다가 설 용기를 얻었습니다.

벽을 깨는 변화와 시작을 넘어가면 일과 가치관에 대한 니체의 확고한 의지들을 만날 수 있으며, 사랑과 인간관계, 세상에 대한 고유하면서도 독특한 그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니체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이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짜라투스트라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저자인 니체도 모르면서 그의 창작물의 어떤 점을 알고 있다고 자신했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혼의 고통으로 일상은 일그러지고 투쟁하던 삶은 외면 받아야 했으나 니체는 ‘서광‘을 통해 이 고통으로부터 쾌락이 태어나리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신을 부정하고 본연의 인간 자체로 내면을 인지하는 순간 우주에 단 하나뿐인 자기 자신을 소유한 주체가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은 결코 긴 문장으로 지루하게 설교하지 않습니다. 고요한 수면에 떨어진 낙옆으로 인한 파문처럼 되돌아보고 곱씹으며 한 줄 글을 읽고 쓰고 새길 때도 있고, 서너 줄, 대여섯 줄을 읽고 쓰고 새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그 강렬한 끌림과 니체에 대한 호기심은 줄어듬 없이 ‘이 사람을 보라‘를 찾아보게 만들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어떤 이를 상상하게 만들며 ‘반시대적 고찰‘에 벌거벗은 철학의 몸뚱이가 걸친 천박한 옷가지들을 그려보게 만듭니다.

니체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정답이 없는 대화에 한 발을 들여놓으며 읽고 쓰고 새기는 그 순간순간이 나를 단단히 만들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어렵게 깨달아 헛웃음이 나오는 그 심정으로 니체의 말들을 만났습니다. 때론 질문에 답을 하고 그 답이 가진 의미가 이미 세상의 굴레였음을 지적 당할 때 어쩌란 말인가? 하고 당돌하게 대들 듯 소리치는 저 자신을 발견 했습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은 니체의 시작이며 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입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저 우주만큼 먼 거리는 아닌 가다보면 끝에 다다를 것만 같은 유혹이며 마중물 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고 작성한 개인적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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