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에이지
김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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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싶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가정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김희선 작가님의 [골든 에이지] 속에 8개의 단편들은 그런 생각들을 처참하게 분쇄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단편 ‘공의 기원‘에서 만난 1882년 인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어느 소년에게 주어진 축구공을 매개로 한 세계적 ‘공 장인‘이라는 명성과 완벽한 축구공의 첫 발명인을 우리민족으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글재주에 젊은 작가상 수상작의 심사평을 그대로 읊게 됩니다. 사실적 뻥을 늘어놓는 솜씨에 혀를 내두리게 된다고.

‘스테판, 진실 혹은 거짓‘을 읽고 작가님은 힙합듀오 LMFAO 내한공연과 멤버 스테판의 우리나라에서의 영어 강사 설정을 믿는 분은 없을꺼라고 하셨지만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본 한사람으로서 정말 감쪽 같이 속았는데 왜 그게 웃긴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을 믿는 마음 때문일 수도.

가장 황당한 노벨문학상 선정 방식의 비밀을 밝힌 단편 ‘18인의 노인들‘을 읽고 스웨덴 한림원의 비밀통로를 따라 갔다가 온 우주의 비밀을 목격하게 됩니다. 노벨문학상의 수준은 여전히 일반인이 범접하기엔 높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조각 공원‘과 ‘해변의 묘지‘는 황당한데 또 묘하게 그럴 수도 있다는 실마리를 늘어놓습니다. 거대한 방주에 잠든 육체들, 버뮤다 해역을 통해 동해에 나타난 난파 조각배처럼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골든 에이지‘에서 발견 된 연도와 날짜가 품은 아픔이 홀로그램으로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는 한편 그 시간으로 돌아간 이를 이제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봄이 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골든 에이지는 먼 과거도, 먼 미래도 아닌 현재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 소설들과의 유쾌하지만 슬픈 만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봄비처럼 아련히.

#골든에이지 #김희선 #소설 #문학동네 #공의기원
#젊은작가상_수상작 #한국형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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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1974년 2월 4일 언론재벌 허스트가의 상속자의 퍼트리샤 허스트가 버클리대학교 캠퍼스 내의 한 아파트에서 신원 미상의 3인조에 의해 납치 됩니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SLA, 극좌파 무장혁명단체임을 밝히고 납치 후 두 달이 지난 후 납치 되었던 퍼트리샤는 SLA 대원들과 함께 무장을 하고 은행강도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속 장면들을 상상하며 책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낯선 관점과 이야기를 이끄는 ‘나‘는 누구인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지만 다읽고 나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퍼트리샤의 변호인단은 그녀가 SLA에 의해 세뇌되었다고 주장하며 재판에 유리한 보고서 작성을 진 네베바에게 맡깁니다. 네베바의 일을 도울 학생으로 모집 된 비올렌은 그녀의 조수가 되어 퍼트리샤가 직접 녹음하여 부모와 언론에 보낸 테이프들을 듣고 요약하고 잡지 등에 실린 기사들을 정리하다 점점 퍼트리샤가 세뇌 당한 것인지 스스로의 선택인지, 비올렌 자신 또한 네베바의 세뇌를 당한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여 퍼트리샤의 변호인단을 돕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17일]은 거대 기업의 상속자이며 부유한 유년시절을 살아 온 퍼트리샤가 과연 ‘17일‘만에 부모에게 등 돌리고 자신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고 말 할 수 있는지, 수많은 굶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내는 대신 FBI를 동원해 퍼트리샤를 납치한 SLA가 숨어 있다는 곳을 초토화 하고, 단원들을 사살한 것에 분노할 수 있는지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퍼트리샤(패티)가 ‘타니아‘라는 혁명가의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은행강도사건에 가담한 사건은 1704년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납치되었으나 사람들이 구해주려는 하자 스스로 인질로 남겠다고 한 ‘머시‘와 ‘메리‘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를 통해 위험에 빠진 인질들의 이상행동으로 보고서를 준비하지만 네베버와 비올렌은 자유롭다는 착각을 벗어던진 여성들의 삶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왜‘라는 질문이 곧 사회적 이념의 벽이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 속에서도 존재한 수 많은 피해 여성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건 사실 성별과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적 인식이 더 가혹한 것은 사실입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믿고 읽다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무엇을 말하는지 찾아보기 위해 책의 첫머리를 다시 읽게 만드는 무엇. 그것이 롤라 라퐁의 소설이 가진 힘이며 인식의 틀을 깨는 장치 였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자신에게 비올렌이라는 이름을 붙인 비올레트는 과연 세뇌 되었을지, 자신이 선택했을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녀가 존재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진 네베바)과 비올렌의 모습을 함께 관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올렌은 롤라 라퐁 작가 자신을 화자화 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또다른 의문문으로 마무리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17일 #롤라라퐁 #이재형_옮김 #문예출판사
#스톡홀름신드롬의_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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