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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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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하고 내밀한 언어들이 활자의 형태로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시켰을 때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당황한 ‘나‘ 자신이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녀처럼 열정 넘치는 애정이 드러나 그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게 만들고는 상대가 유부남이라는 사실, 그가 부인과 함께 있을 때 혹시라도 자신이 그를 향해 애정을 표현할까 싶어 경계하는 모습, 하루 24시간을 온통 그를 생각하며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적선을 하며, 자신과 떨어져 있는 동안 그의 일정들을 알기를 원하고, 그럼 비록 떨어져 있어도 그녀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합니다.

-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67쪽)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바로 사치가 아닐까‘라는 문장으로.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엔 모든 것을 그에게 내어주는 사랑을 하고, 이별 후엔 한 사람을 사랑하던 자신을 추억합니다.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삶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 소설이 아닌가 싶다가도 이러한 솔직함과 적날함이 바로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추고 싶은 비밀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들 조차 버젓이 드러내놓고 편견이라는 잣대는 던져버리라는 목소리가 담긴 소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삶에 또 다른 열정이 찾아오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사치‘스러운 아니 에르노의 또다른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소설이 짧아도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하다 깨달았습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찰라‘라고 합니다. 눈 깜빡일 시간보다 더 짧은 그 시간에 사랑에 빠진다고 하니 어쩌면 그런 사랑에 비해 소설 [단순한 열정]은 긴 여운까지 담긴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짧고 깊고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에 한번 빠져 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을이 물들고 있습니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단순한 열정]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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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잡아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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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탬킨 박사가 말했다. ˝내 경우에는 상담료를 꼭 받지 않아도 될 때 오히려 제일 유능한 편이지. 사랑만으로 행동할 때. 경제적 보상이 없을 때. 그럴 때는 사회적 영향에 초연해지거든. 특히 돈 문제에. 그때는 정신적 보상을 추구할 뿐이지. 사람들을 ‘지금 여기‘로 이끌어주면서. 현실 세계로. 지금 이 순간 말이야. 우리한테 과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미래는 근심 걱정만 가득하고. 진짜는 현재뿐이야. ‘지금 여기‘뿐이라고. 오늘을 잡아야지.˝ (97쪽)

​1915년 캐나다 태생의 작가 솔 벨로는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주를 해 작품 활동을 하다 1976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며 당대 문화를 섬세하게 분석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를 수상했습니다. 처음 [오늘을 잡아라]를 읽기 시작했을 땐 주인공 토미 윌헬름-윌헬름 애들러-가 제일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부유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글로리아나 호텔에 아버지인 애들러 박사와 층만 달리해 머물고 있으면서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다 단호한 아버지의 거절에 마지막 남은 돈까지 탈탈 털어 단지 아버지와 안면이 있고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탬킨 박사에게 모두 위탁을 해 버립니다. 그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엔 나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했으나 사장의 사위가 낙하산으로 들어와 윌헬름의 영업 구간을 반이나 가져가고 나름 기대하고 있던 부사장 자리마저 놓치자 퇴사를 한 후 탬킨 박사가 투자한 선물 시장에서 라드와 호밀 가격의 폭등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잡힐 듯 보이는 성공의 끈만 바라보며 달려가다 그 끝이 벼랑이라는 것을 허공에 발을 떼고 나서야 아는 사람처럼, 수렁에 빠진 사람처럼, 도저히 혼자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대혼란과 대공황의 시대에 작가인 솔 벨로의 모습을 닮은 토미 윌헬름이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아들이 잘 나갈 때는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놓던 아버지도 이제 등을 돌려버렸고 마지막 희망이던 선물 투자로 구매했던 라드와 호밀은 되팔수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빌려 준 돈이라도 받아내려 탬킨 박사를 찾아갔을 땐 그는 이미 사라졌고, 별거 중인 아내는 돈을 보내라며 긴급 전보를 치고...그러다 장례 행렬에 휩쓸려 망자의 관 앞에 선 그는 오열을 합니다. 몹시도 서럽게. 도대체 진짜는 현재뿐이라고 하면서 ‘지금 여기‘ 오늘을 잡으라고 하는데 그가 잡을 수 있는 오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 없는 윌헬름이 슬픔보다 더 깊이 가라앉았다(172쪽)는 마지막 문장이 희망과 내일을 잃은 이들의 모습 같아 암담하기까지 합니다.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시의 묘사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려낸 섬세한 표현들이 작가 솔 벨로 매력이라면 [오늘을 잡아라]에는 이에 심리적인 흔들림과 끝까지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려는 윌헬름의 마음까지도 잘 나타납니다. 다만 난관에 봉착한 그가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을 뿐. 소설 [오늘을 잡아라] 짧고 강력합니다. 노벨문학상의 달 시월에 읽어보시길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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