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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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마당에 서서 ‘서유당(書遊堂)‘이라는 현판을 바라보며 아버지 생각에 잠겨 있던 장이는 서고로 들어갔다. 홍 교리에게서는 별다른 기별이 없었다.
장이는 홍 교리의 서고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꿈꾸던 작은 책방이 바로 이런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78쪽)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책과 노니는 집]은 초등학생이던 아들의 필독서였는데 이제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안 읽고 있어 호기심과 궁금증에 함께 읽는 프로그램이 있어 이번기회에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 빼곡히 꽂힌 장소와 사연이 있어보이는 양반은 아닐 것만 같은 아이가 표지에 그려진 책 너머로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는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장이의 아버지는 최 서쾌(서쾌:책을 파는 사람)라는 책방 주인의 의뢰를 받아 필사를 하는 필사쟁이 입니다. 어머니가 없어 이웃과 왕래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아버지는 마을의 좋은 일이나 궂은일을 모른 척 넘어간 적이 없는데 천주학에 관한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관아에 끌려가 매를 맞다 몇번씩 기절을 하던 끝에 여드레 만에 산송장이 되어 돌아왔으나 주변에서는 누구하나 그런 아버지를 도우려는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없습니다. 장이는 애만 태우고 시간은 어느덧 삼년이 지나 아홉 살이었던 장이는 조금더 컸고 숨어지내던 최 서쾌가 한양으로 돌아와 아들이 하는 약방 안쪽에 다시 책방을 꾸려 사대부가의 부인들을 상대로 소설들을 팔고 기생들에겐 언문으로 된 이야기책들을 팔아 번듯한 약계책방을 다시 냈습니다. 장이는 이곳에서 책을 배달하고 종종 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

심부름을 간 기생집 도리원에서 만난 낙심이는 줄줄이 셋이나 딸을 낳은 어미가 또 딸을 낳자 ‘낙심‘했다는 뜻으로 아버지가 낙심이라는 이름을 지어부르다가 다섯째는 아들을 낳은 후 귀한 아들의 백일 상을 차려야 한다며 아버지가 직접 다섯 살 난 낙심이를 기생집에 팔아넘겼고, 그렇게 둘은 오얏꽃 복숭아꽃 핀 봄에 처음 만났습니다. 최 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에게 전달한 책들을 인연으로 사랑채 안에 있는 ‘서유당‘에 들어가 보고 그곳에서 만 권이 넘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진 책들을 보며 장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꾸었던 작은 책방이 떠올립니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유교사상에 대한 도발이라며 천주교를 박해하는 시절의 한양의 모습을 그대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소년의 시선으로, 천주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자의 시선으로, 아비 손에 팔려온 딸의 시선으로, 가장 낮은 곳의 기생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담담하게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한 [책과 노니는 집]엔 가난한 자가 더 가난해 지는 악순환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도 지키지 못하는 이들과 권력에 의해, 신분에 의해 어려운 시절을 겪는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쩌면 부족함을 모르기에 절실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장이가 사당패에서 외줄을 따던 어름사니 허궁제비에게 빼앗긴 물건을 찾아오기 위해 낙심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책방에서 쫓겨날 것을 걱정하며 돈을 마련하려 지물포에 가서 닥 종이를 어깨가 빠지도록 그 어린 나이에 곤죽을 만드는 일을 밤 늦게까지 하는 모습은 지금 세상에는 없는 모습이기에 공감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응원하는 마음, 조마조마하고 그래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이나 낙심이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 된 이유 역시 기존의 영웅적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이야기가 아닌 생생한 그 시대상을 품은 일반인의 시선의 역사물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라고 하니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중학생 아이들, 학부모님들께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전문 필사가가 된 장이의 이야기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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