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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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태양의 이쪽 밤의 저쪽]이라 자연스럽게 읽히는 신비한 제목의 이책은 소설가이자 문학 기획자이며 에디터로 활동 중인 함정님 작가님의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이야기 입니다.

- 나는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런던이나 뉴욕, 더블린이나 파리에 갈 때, 그곳을 무대로 쓴 소설 한 권씩을 품고 가라고 권유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더블린에는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뉴욕에는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과 [브루클린 풍자극]을, 런던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또는 [두 도시 이야기]를.....(209쪽)

작가들이 걷던 길을 따라 걷고, 작품에 등장하는 카페와 다리와 도시들을 방문하여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함정임의 여정을 독자는 한없이 부러운 마음으로 졸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러다 잠시 스친 인연이라도 있었던 장소가, 나라가 보이면 신기하게도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어 소개 된 작가의 책을 찾아보고 읽었던 책이면 옛친구를 만난 듯 흐믓해 합니다. 센강에서 조명이 환하게 들어 온 에펠탑을 봤던 그 기억을 끄집어 내고 아마도 유람선을 타고 휘리릭 지나갔을 미라보 다리를 아쉬워 합니다. 멕시코와 쿠바로 떠올리는 헤밍웨이의 시카고는 또 다른 멋으로 다가 오고 또다시 [파리는 날마다 축제]로 헤밍웨이의 파리를 발견합니다.

21세기의 프루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모디아노가 누군가 했더니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버티고 있습니다. 읽은 책인데 작가 이름은 왜이리 생소한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기억의 연금술이라는 말이 딱 알맞게 그책의 주인공은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탐정입니다. 기억과 추리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읽으며 조마조마 했던 기억은 나는데 여전히 모디아노는 낯설었습니다. 여기 더 낯설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는 W. G. 제발트가 불쑥 이름과 길을 내어줍니다.

천재 시인 랭보의 흔적이 남은 샹파뉴, [마담 보바리]를 읽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고향 루앙과 노르망디는 클로드 모네의 ‘루앙 대성당‘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파상, 발자크, 아니 에르노, 알퐁스 도테까지 장소에서 작가들을 발견하고 기억하고 추억합니다. 카뮈가 잠든 루르마랭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별세 소식을 접했던 저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흰‘ 것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시작하는 소설의 작가 한강과 함께 광주에서 태어난 박솔뫼 작가의 이야기에 그들의 책들을 읽었던 기억들이 새롭게 각색되고 읽지 못한 책들은 색색깔의 꼬리를 달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처럼 한 쪽 넘기면 덕지덕지 한 쪽 넘기면 덕지덕지 꼬리가 피었습니다.

오랫만에 찰라의 봄을 느끼며, 느린 사유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추위를 뚫고 내게 온 봄날 같은 책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이미 읽은 책에 환호를, 아직 읽지 못한 책에도 환호를 보내길 바래봅니다. 이 책은 10년을 트로이에서 전쟁을 하고 집으로 가는 데 다시 10년이 걸렸던 [오디세이아] 만큼이나 내가 읽은 책이 이제 저어기 어디 쯤인가보다 싶게 만듭니다. 결론은 읽지 못한 수 많은 책들이 기다리고 있어 행복한 비명을 함께 지르자는 간청입니다. 정말 이봄, 추천하는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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