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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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혼고의 도쿄대 의학부 표본실에는 인피가 백장 가까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도쿄대 의학부 본관 3층 중간에 자리 잡은, 통칭 의학박물관이라 불리는 이 표본실은 매년 5월 축제 당일에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물론 일본 최고 석학들의 전당이라 불리는 만큼 이 표본실에는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진귀한 표본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구 부근에는 금색 찬란한 극채색 관에 담긴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우치무라 간조와 나쓰메 소세키, 그 외 저명인사들이 사망한 뒤에 적출한 뇌수도 있습니다. (11쪽)

다카기 아키미쓰의 데뷔작 [문신 살인사건]의 도입부 입니다. 문신이 새겨진 사람의 피부를 시체에서 벗겨내 특수한 가공 처리를 거쳐 보존하고 이를 전시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인체의 신비전시회‘가 생각납니다. 의학을 위해 기증 된 시체들이라고 생각하고 전시회를 볼땐 인체의 겉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 밑을 이렇게 생생하게 볼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부터 인체의 신비전의 괴담이 퍼지며 이들이 스스로 기증 된 시체가 아닌 범죄자들 또는 중국의 체제에 반대하거나 숙청 대상이 된 이들의 끔찍한 사후 결과물이라는 얘기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소설[문신 살인사건]은 1946년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명인으로 부를 만한 문신사의 숫자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었고 불법행위인 만큼 문신사들은 단속을 피해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절이었으며 또한 아무리 뛰어난 문신사라 해도 상대방의 피부에 의해 명작이 나올 가능성이 좌지우지 되었습니다. 명인 문신사 호리야스는 장남과 쌍둥이 자매를 두고 있습니다. 호리야스의 친딸 노무라 기누에는 자신의 등에 아버지의 문신이 영원히 새겨지길 원했고 결국 호리야스는 오로치마루 문신을 양팔꿈치와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몇 달 동안, 매일같이 수천, 수만 법 피부에 바늘을 찔러 먹과 물감을 먹이는 작업을 통해 완성하게 됩니다. 바로 사건이 터진 1946년으로부터 오 년전에. 지금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길 속 이무기 한 마리가 검푸른 등 비늘과 붉은 뱃가죽을 뒤틀며 왼쪽 어깨를 향해 머리를 치켜들고 팔꿈치에서 잘린 팔에는 벚꽃과 단풍잎이 흩어져 있고, 무릎 위만 남은 넓적다리에는 붉은 모란 몇 송이가 선명하게 남은 노무라 기누에의 문신표본을 입은 토르소가 표본실 정 중앙에 놓여 있습니다. 왜, 어떻게, 무엇때문에 그녀의 문신을 간직한 토르소가 이곳에 있는지 이제 사건속으로 접근 할 시간입니다.

1941년 호리야스는 장남 쓰네타로가 징병검사를 받기 직전 아들의 등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두꺼비를 부리는 지라이야를. 그리고 이를 지켜 본 기누에는 오빠한데 지지 않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문신을 자신에게도 새겨달라 조릅니다. 결국 친딸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이무기를 부리는 요술사 오로치마루를 새겨주게 되고 소문에 의하면 그녀의 쌍둥이 동생 또한 질투심에 거대한 민달팽이를 타고 나타나는 쓰나데히메를 새겨 달라 졸라서 삼자견제의 저주에 걸려 호리야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도쿄에 퍼져 있을 때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듯 오로치마루가 새겨진 노무라 기누에가 도쿄에 등장합니다. 모가미 다케조의 연인으로, 문신 대회의 여왕으로, 도쿄대 문신 수집가 하야카와 박사의 제안을 거절하는 도도한 여인으로, 그의 한때 제자 였던 마쓰시타 겐조를 유혹하던 이 여인은 어느날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오직 문신이 있는 몸통만 사라진 토막 시체로 발견 됩니다.

일본 가옥의 다다미 구조는 완벽한 밀실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온통 타일로 둘러져진 욕실인데다 창문은 쇠창살이 단단히 고정 되어 있고 문은 잠겨진 상태의 사건 현장, 조각 난 시체와 틀어져 있는 수도와 민달팽이, 밀실 살인사건 다음엔 또 다른 죽음이, 세번째 죽음에 이르러 또다시 사라진 문신이 있었을 표피까지 발견하고 시간은 어느새 8월 27일 한 여름으로부터 계속 지나가고 있습니다.

반전과 반전, 트릭에 빠진 독자와 범인에 놀아난 독자가 혼란을 거듭할 때 일본 3대 명탐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미즈 교스케‘가 등장합니다. 사실 가미즈 교스케가 트릭을 하나하나 깨며 완전범죄의 헛점을 밝혀내는 데도 혼란은 계속 되고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 도달해 인간의 잔인성과 만나면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가 소설의 첫장에 등장시킨 끔찍한 토르소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소설이라는 작품속에 새겨진 1940년대 일본의 모습을 통해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문신사라는 직업도 문신이 새겨진 인피를 축제 때 공개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합니다. 피철철, 그리고 밀실 살인사건 마니아라면 [문신 살인사건]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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