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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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문학은 그런 것입니다.
모두가 허무로부터 다행입니다.
여전히 이유는 모르겠고 이유를 알게 되면 어린애처럼 울 것 같아서 영영 모르고 싶다. 그저 내 이야기도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

모두 열한 편의 소설들이 실려 있는 황현진 작가의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작품들마다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기억은 추억이라 부를 수 없도록 온통 흑백의 세상입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의 작품 세상은 왜 다행한 엔딩을 꿈꾸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해피 엔딩으로 기대감을 심어주기엔 어딘가 부족한 다행이라니, 모호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그렇게 조금은 꾸역꾸역 읽고 곱씹어 봅니다.

첫번째 소설 ‘우산은 하나로 충분해‘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결말은 모릅니다. 어디에도 그래서 어떻게 옷값의 스무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 갚았다는 건지, 또다른 다행을 만나 차라리 도둑으로 몰리고,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 호텔에 머물렀던 그때가 나았다고 푸념을 늘어놓을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묘지기를 구한다는 말에 고향으로 내려간 ‘나‘의 이야기 ‘츠츠츠‘의 아버지, 제일 희망의 달콤함을 기대하며 읽다보니 정글에 갇혀 전쟁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잘린 귀를 자루 한가득 받아든 느낌에 소름이 돋아버린 ‘키스와 바나나‘, 연기처럼 따라다니는 할아버지를 보는 아이에서 소녀로 자라며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이란 결국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요‘라니...아버지가 기다린 건 돈이 되는 소녀였다니 어디에서 다행을 찾아야할지 몰라 방황하게 만드는 작품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책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을 읽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불행이 아닌 다행을 찾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깊은 수렁에, 아니 얉지만 결코 발을 넣고 싶지는 않은 진흙 뻘을 삶의 토대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라 느끼는 이기적인 심정으로 책을 갈무리 합니다. 가위 눌리는 사람이 아닌 가위를 누를 수 있는 존재이고 싶다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니...어쩌면 이는 또하나의 벽을 넘어선 세상을 볼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같은 삶의 여기저기엔 비극이 숨어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누군가 귀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무섭고 슬픈데 다행히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래서 작가는 이글들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얼마나 다행한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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