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어원 사전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앨버트 잭 지음, 정은지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의 식사 순서에 따라 구성 된 [미식가의 어원 사전]은 아침 식사breakfast로 1장을 시작해 저녁 식사dinner의 마지막 코스인 치즈cheese로 그 끝을 장식합니다. 음식의 이름이나 유래, 서양의 식사 순서 등 다양한 정보는 물론 과거엔 식사의 시간이 지금과는 달랐던 점, 그래서 식사를 부르는 호칭도 전혀 달랐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 [미식가의 어원 사전] 입니다.

한낮의 식사를 ‘런치lunch‘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중산층으로, 만일 ‘런천luncheon‘이라고 부른다면 귀부인일 가능성이 높고 혹, 점심 식사를 ‘디너dinner‘라고 부른다면 노동계급이거나, 학생이거나, 아니면 영국 북부에 살고 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현대엔 저녁 식사를 의미하는 ‘디너‘가 16세기 초엔 오전 11시 무렵의 첫 식사를 의미했으며, 이 단어의 어원인 데스제네desjeuner는 ‘단식을 중단하다break the fast‘는 뜻으로 현대 프랑스어 ‘아침 식사dejeuner‘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런치lunch‘하니 지금도 기억 나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린 ‘샌드위치sandwich‘의 유래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샌드위치 백작이 만든 초간단 간식은 의외로 샌드위치 마을과 더 관련이 깊습니다. 1255년 최초로 포획된 코끼리가 헨리 3세에게 선물로 보내지기 전 하역되는 장소이기도 했던 샌드위치 마을은 찰스 2세의 해군 중 에드워드 몬터규 경 휘하 함대의 모항이었으며 1660년 왕이 감사의 뜻으로 몬터규에게 백작 작위를 수여했을 때 브리스톨과 포츠머스라는 선택지를 두고 샌드위치를 받아들여 그의 세습 작위는 샌드위치 백작이 되었고 도박에 빠져 1762년의 어느 날 역시 친구들과 카드게임을 오래 하다 한밤중이 되어 뭔가 먹을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중꾼들에게 육류를 ‘빵 두 쪽 사이에 끼워서‘ 가져오라고 주문한 것이 시초가 되어 이 간식은 곧 잉글랜드의 큰 도박장에서 유행하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달고 잉글랜드적 생활 방식의 일부가 되었다(62쪽)는 부분을 읽었을 땐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교과서엔 열심히 연구를 하는 샌드위치 백작으로 묘사 되어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은 술과 유흥에 빠졌었다는 점도 흥미롭고 그의 말년엔 잉글랜드에서 가장 인기 없는 사람이 되었으며 의외로 제임스 쿡 선장이 1778년 감행한 신대륙 항해를 후원한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그로인해 쿡이 하와이 제도를 방문한 최초의 유럽인이 되었을 때 처음 후원자를 기려 그곳을 샌드위치 제도라고 불렀다는 사실-이대로 쭉 불렸다면 우리는 하와이 섬을 샌드위치 섬이라 부르고 있을지도-입니다.

스테이크와 같은 주 메뉴 이외에도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메뉴는 ‘코울슬로coleslaw‘ 입니다. 채친 양배추와 당근을 마요네즈로 무쳐서 만드는 코울슬로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밀려들어 오던 시절 오늘날의 뉴욕이 원래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불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출신 정착민들이 좋아하는 샐러드 콜슬라(네덜란드어 콜kool은 ‘양배추cabbage‘, 슬sla은 ‘샐러드salad‘를 의미)의 레시피를 가져왔는데 이후 두 세기 동안 영어화되어 ‘코울슬로‘가 되었습니다. 본래 어원인 양배추를 의미하는 kool을 차갑다는 의미의 cool로 받아들여져 ‘차가운‘ 샐러드 코울슬로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213쪽)

영국에서 16세기 중엽까지 금요일에 육식은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서 영국인들은 육식을 금지하는 금요일엔 피시 앤드 칩스fish and chips를 먹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생선은 고기로 치지 않는 교회들 덕분에 피시 앤드 칩스 가게 앞은 성 금요일 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게 됩니다. 그외에도 피자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이탈리아지만 현대 피자의 선조는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과 페르시아인들이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모든 메뉴에는 이름이 있다‘더니 정말 다양한 메뉴와 그 메뉴들의 유래, 어원, 역사들이 한데 어울어져 과거와 현재의 같거나 다른 모습의 음식으로 변해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책 [미식가의 어원 사전]은 모르고 먹어도 맛만 좋으면 그만일 수 있지만 알고 먹으면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미식가의 어원 사전]은 호기심 많은 미식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음식이 가득 차려진 역사와 문화와 문학이 어울어진 공간으로 어서 오세요.

*출판사 제공 도서

#미식가의어원사전 #앨버트잭 #정은지_옮김 #윌북
#책추천 #책스타그램 #모든메뉴에는이름이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