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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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곧 출산은 아니다. 임신과 출산은 모두 신의 영역이다. 생식 의료가 그 영역을 침범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임신과 출산에는 반드시 신의 의지가 반영된다. 의사가, 호나미가 제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거기까지는 도달할 수 없다. 출산하고서야 비로소 신의 손에서 어머니의 손으로 넘겨지는 것이다.‘(145쪽)

도쿄 외곽의 아이이데 시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아동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4살 아이는 엄마와 전날 마트에 갔다가 오후 5시쯤 갑자기 사라졌고 목이 졸려 살해당한 후 시신 훼손의 흔적까지 있어 도시는 충격에 빠집니다. 이 소식을 접한 프리랜서 번역가 호나미는 자신의 소중한 외동딸에게 범죄자의 그늘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을 뿐 입니다.

호나미의 아침의 착각으로 시작되는 [성모]의 시작은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달콤함이 아닌 지치고 피곤한 직장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흔여섯 살의 호나미, 어린이집에 늦어도 10시까지세 살의 딸 가오루를 데려다 달라는 나이든 원장의 말에 긴장을 했는지 울리지 않은 자명종과 10시가 넘은 시계, 핸드폰으로 죄송하다 사과의 말을 하려다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 그 딸을 만나기 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서 얻었지만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호나미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 사건을 맡은 여러 형사들 중에 사카구치와 다니자키의 등장은 새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특히 다니자키의 노력과 여성으로서의 감 등이 발현되어 그야말로 진실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이 소설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마지막 20페이지에 이를 때까지 쓰여진 트릭에 완전히 농락당한 당하고 말았습니다.

살인의 모든 과정과 범인까지 드러나 있지만 깔끔하게 잘려진 기억처럼 시체에서는 범인이 하지 않은 상흔이 발견 됩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결과에 덧입혀진 누군가의 흔적...[성모]는 과연 ˝내 딸을 지킬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문장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책을 한번 읽고 충격에서 벗어나면 한번 더 읽어야 어느지점에서 작가의 트릭에 넘어갔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한 일본의 성폭력 사건, 강간 사건에 대한 정의 및 성관련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의 사법시스템 역시 비교를 하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여러사항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한 범죄 수법을 모방하는 사건은 없을지 걱정이 됩니다. 정말 더운 여름날 만난 [성모]는 저를 소름끼치게 만들어 세상에 대한 두려움, 인간에 대한 불신, 자식을 끔찍하게 아끼는 어머니의 모습이 뒤죽박죽 된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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