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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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함경남도 함흥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순교자]의 저자 김은국은 실제로 1950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가 6ㆍ25 전쟁이 터지자 군에 입대를 합니다. 제대 후 미국으로 건너가 문학 석사학위와 창작 석사학위를 받으며 이때 제출한 소설이 바로 이 소설[순교자]의 모태가 됩니다.

‘1950년 6월 어느 이른 아침 전쟁이 터졌고 북한 인민군이 수도 서울을 점령했을 무렵 우리는 인류문명사 담당 강사로 재직했던 대학을 이미 떠난 뒤였다‘는 문장으로 시작 되는 [순교자]는 ‘나‘와 박 군이 초급 장교가 되어 짧은 훈련 후 육군과 해군으로 전투에 투입 되었다가 부상을 입고 다시 군으로 복귀하면서 박 군은 중위로 동부 전선에, 나는 육군 본부 정치정보국 대위로 가진급하여 유엔군의 북한 수도 평양 점령과 함께 평양 파견대 본부가 옮겨가며 박 군의 아버지가 근 20년간 목사로 있었던 장로교 평양 중앙교회가 창밖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 잡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전쟁이 터지기 10년 전쯤 무신론자가 된 박 군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와 ‘광신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괴롭힌 아버지를 더이상 아버지가 아니라며 거부한 박 군의 사연을 이미 알고 있는 ‘나‘(이 대위)는 전쟁이 나기 일주일 전 공산당 비밀경찰에 체포 된 14명의 목사들 중 처형 된 12명 속에 박 군의 아버지 박 목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소식을 알려줘야 하는가에 대해선 망설이게 됩니다. 살아남은 신 목사와 젊은 한 목사, 육본 파견대 정치정보국장 장 대령과 고 군목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알고 싶어 신 목사에게 ˝목사님의 신 - 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37쪽) 질문해 보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숨진 12명의 목사들은 ‘순교자‘가 되어 기독교인들의 단합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전쟁의 와중에도 신도들은 교회로, 목사에게로 모여들게 되니 공산당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여겨지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죽음 앞에 애원하는 목사가 있었음을, 그러나 그 사람이 박 목사는 아니라는 것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박 군과 자신이 목숨을 구걸하여 살아남았다 거짓 자백을 하는 신 목사, 믿음의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희망조차 잃고 미처버린 한 목사의 좌절이 다시 죽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하는 동안 전쟁은 계속 되고 평양을 떠나 밀리고 후퇴하는 상황에 이르러 살아남은 ‘나‘는 북한 피난민 교인들 틈에 섞여 앉아 고 목사의 설교를 듣고 기억 속에 반복되는 평양에서의 일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수많은 고난의 삶을 살아가지만 신기하리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들 사이에 섞여들어가며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소설은 이 대위의 시선으로 진행 되지만 이 대위는 오히려 무신론자에 가까습니다. [순교자]로 추앙 받는 12명의 목사들, 그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오히려 거짓으로 신앙을 저버린 것은 자신이라 말하는 신 목사, 목사들의 죽음을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로 활용하려 하는 장 대령과 서로 목숨 빚을 지고 있는 고 군목의 얽힌 사연들에 비해 한발 물러선 이 대위의 어쩌면 담담한 서술이 더 고뇌에 찬 고백처럼 들려옵니다.

˝신은 과연 우리의 고난을 알고 있는가?˝의 질문에,
˝신이 과연 우리의 고난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답을 해 봅니다.
전쟁과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인간이 시작하여 인간이 만든 고난에 대한 신의 인지가 왜 중요한가?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이 [순교자]를 읽고 전쟁과 신앙과 양심에 대해 질문을 찾고, 답을 찾고, 미래를 찾아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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