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신을 받으라

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비나이다 비나이다 주 예수그리스도께 비나이다......˝
무당의 딸이지만 수요일 저녁이면 예배를 보는 교회 근처를 배회하는 묘화와 서울에서 농촌 변두리의 돌아래마을 섭주로 파견 된 젊은 목사 김정균, 그리고 백 년전 섭주 현령 김광신에 의해 천주쟁이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은 장일손과 사형을 집행 했던 천민 석발의 이야기가 서로 물고 물리는 신화속 뱀처럼 엮여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1876년 섭주 석하촌에서 장일손은 피눈물을 흘리며 저주를 내립니다. 자신을 스승이라 부르던 김광신의 배신에 치를 떨고, 제대로 된 재판 과정도 없이 사형을 집행하라는 지시에 망설임 없이 장일손의 목을 베려는 망나니 석발에 대한 저주는 곧 현실이 되어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을 선사합니다. 석발은 살고 싶은 마음에 마을의 무당인 선녀보살을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자 무당의 일곱살 짜리 수양딸 앵두를 납치해 감춰두고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방법을 알려달라 협박을 합니다.

1976년 생긴지 6개월이 안된 교회는 신도들로 가득하고 스물다섯 살의 젊은 목사는 예배를 위해 기다리는 동네사람들을 위해 서둘러 교회로 가던 중 무당딸 묘화가 교회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을 발견한 여고생 삼인방의 행태를 목격하게 됩니다. 방앗간 집 딸 순남은 묘화가 들고 있던 성경책을 빼앗아 바닥에 던지고, 이장 딸인 영자와 고등학교 수학 선생의 딸인 애란 역시 묘화가 교회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허름한 차림과 냄새가 난다며 놀립니다. 이 모습을 봤음에도 외면하는 목사의 비밀은 책속에 답이 있습니다.

서로 같은 공간일뿐 연관이 없어보이는 1876년의 사건과 1976년 현재의 이마을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사건과 사고들.
놀림당한 것이 창피해 마을에 있는 호수에서 목욕을 하던 묘화가 발견한 엄청난 신물과 보름전에 이웃마을의 굿을 해주러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 묘화의 엄마 월수보살이 간직한 비밀 속에 묘화가 행하는 기적같은 일들에 마을은 팽팽히 편을 나눠 대립하고 있습니다. 묘화가 행하는 기적은 눈에 보이지만 교회에서 기도하는 이들의 소원은 화답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점점 수요예배에 참석하는 인원들은 줄어들어가고 걱정이 되어 찾아간 김정균 목사의 눈앞에도 기적으로 걷지 못했던 노인이 청년 못지 않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열여덟 살 여고생 3인방과 나중에 등장하는 계룡산 삼보살로 불리는 우사, 풍백, 운사의 무당들, 눈이 멀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된 밤나무집 노인이 본 두 개의 태양에 관한 진실이 가려진 비밀의 문 뒤에 존재합니다.

한국의 민간신앙과 서양의 기독교적 영향,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와 세명의 소녀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떤 상상을 하여도 ‘감히‘ 라는 표현이 나오게 할 만큼 독특하고 새로운 소설입니다. 세상에 판을 치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미스터리와 살육이 가득한 소설 [신을 받으라] 피철철 매니아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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