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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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원한 외출]에 드러나는 일상의 솔직함이 충격일 때도 있고, 이 책이 쓰여진 2016년의 일본의 상황 -자유롭게 가족을 만나러 여행을 가고 엄마와 노래방에 가고 벚꽃 구경을 갈 수 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실려 옵니다.

아기자기 할 것만 같은 [영원한 외출]은 처음부터 삼촌의 죽음으로 시작 됩니다. 이렇게.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

호스피스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던 조카의 입장에서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에 그만 울어버렸다고 고백하는 순간과 2주 후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에서 자식이 없는 삼촌의 마지막 길에 많은 조카들 중에 삼촌과 추억이 가장 적을 것이라면서도 나름 다정했던 삼촌을 아주 좋아했다고, 이제야 후회해봐야 소용없는데,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별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돌아서는 길 안타까워서 후회하는 마음이 이해 되어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은 바로 전하자 결심하고 나니 이제는 아버지의 암울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자신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겠지만 의사가 가족들을 따로 불러 본인에게 알릴 것인지를 상의하라고 할 때의 심정은 격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솔직함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 병원에서 보다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원하는 음식은 모두 해 주고 싶어하는 어머니, 어쩌다 순서가 밀린 어묵으로 의기 소침한 아버지를 위해 아침부터 세븐일레븐에 어묵을 사러가자고 하는 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신이나 어묵을 사주시는 아버지를 보며 ‘이 사람, 의외로 장수하는 것 아닐까?‘(p.41)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뜨악하기는 했지만 나름 이별의 준비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격고 나면 함께 갔던 장소에서도 떠오르고,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 책, 향기, 색깔까지 많은 것에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듯 보였으나 순간순간 일상에서 떠오르는 추억이 그리움을 덜어내지는 못합니다.

5월이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소중한 사람, 가족, 부모님께 따스한 감사의 말을 표현해 보길, [영원한 외출]도 함께 읽어보길 권합니다. 저에겐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책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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