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너머, 더 깊은
마숙현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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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잠시 배운 와인은 술이 아닌 문화였습니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 땅의 재질에 따라, 사람의 깊이에 따라 태어나는 와인은 달랐고 마시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향과 맛이 달랐습니다.

[와인 너머, 더 깊은]의 저자는 헤이리예술마을 건설의 초창기 멤버이며, 헤이리마을이 형성 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그곳에 터을 잡고 와인샵과 파스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마숙현 님 입니다.

‘애인의 친구를 사랑한 샤갈‘로 시작하는 첫머리글에서 만난 Flora Springs TRILOGY 2005, Napa Valley 와인은 생소하지만 찬찬히 음미하듯 읽다보니 ‘Trilogy‘라는 연극 삼부작을 뜻하는 그리스 말을 만나고, 트리로기아(Trilogia)에서 파생 된 단어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때서야 샤갈과 샤갈의 연인 테아와 테아의 친구인 벨라를 사랑하게 된 샤갈의 이야기가 실처럼 풀려져 나옵니다. 샤걀의 뮤즈 였던 벨라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샤갈이 그의 그림 속에 영원히 잠들게 한 아내이자 예술혼은 과일 향이 물씬 나는 와인을 떠올리게 하고 마치 공명하듯 독자에게도 기대감을 선사하니 단순히 와인에 대한 설명서를 뛰어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때론 와인의 라벨지에 얽힌 사연이 감동을 주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상상을 불러 일으킵니다. 바다를 품은 와인 Santiago Ruiz ‘O ROSAL‘ Rias Baixas 2015에는 세스 노터봄의 기행문 [산티아고 가는길] 속 스페인에 대한 묘사 부분이 인용 되어 있습니다. (p.100)

스페인에 오면
시간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간이 녹는 모습으로 치자면
달팽이처럼 흐느적거리며 문드러지는
시계를 그린 달리만큼
근사하게 그려낸 사람이 또 있을까?

‘어디서나 피는 장미‘라는 뜻을 지닌 오 로살(O Rosal)은 와이너리 산티아고 루이즈가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스페인의 화이트 와인 리아스 바익사스 속에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녹아내리는 시계들을 닮은 크림 질감의 와인이며 지중해 해안 절벽을 통해 불어오는 바다내음을 품은 와인입니다.

와인과 함께 예술이, 예술은 책과 음악과 미술과 때로는 마라톤과 섞여 다가 옵니다. 스파클링 와인의 청량함으로 야생의 늑대와 같은 녹녹치 않은 흥미진진함으로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를 닮은 나파밸리 도시 문명의 고독과 외로움으로 읽는 내내 취하게 만드는 글의 힘이 참 좋습니다.

헤이리에서 오늘과 같이 좀 늦은 봄비를 맞이하며 향이 깊은 와인과 [와인 너머, 더 깊은] 그곳으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와인을 전혀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읽고 두터운 벽을 두두려 새로운 문을 발견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딱 이 시즌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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