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 묻다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4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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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로만 알고 있던 무지한 독자에게 어느날 복간 되어 찾아 온 문학동네포에지 시리즈 004 [낯선 길에 묻다]는 그야말로 낯설었습니다.

시인의 첫 시집이 1991년 나왔고 근 20년만에 복간 된 시집은 처음의 순수함을 간직한 그대로 연두색 옷을 입고 뽑내며 다가 왔습니다.

20대 후반의 시인은 ‘유리 닦는 사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안전하지 못한 동아줄을 잡고 살아가는 한 집안의 기둥이었고 서른 살 먹은 고층건물 유리 닦는 사람의 죽음을 내려 놓습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피의 시선 속에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는 것이 더 슬픈 날 입니다.

80년대를 처절하게 살았고 90년대를 건너 2000년대가 왔고 지금은 그때로 부터도 2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 닦는 사람‘은 안전장치에 목숨을 걸고 일합니다. 초보인 지하철 스크린도어 점검자는 뉴스에 실린 비극으로 아픔을 나를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편할 수는 없더라도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그만큼의 댓가를 받는 날들을 꿈꾸게 됩니다.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이다‘를 읽으며 어느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바라보며 한없이 침묵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인의 마지막 물음에 입은 있으나 할 말은 찾지 못합니다.
˝너는 언제부터 그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인 거냐˝ (p.106)
주변사람 다 그렇다고 핑계를 대려하니 알싸한 심장의 양심이 고통을 토로합니다. 낮은 곳은 보지 못하고, 아니 볼 생각도 못하고 높은 곳만 향해 오르다보면...내려 올일 밖에 없는데 왜 그리 짓밟으며 위로 올라가려 했던가...낯선 길에 묻습니다.

꽃피는 시절을 노래해도 흔들리는 바람이 아쉽고 노래와 숨을 불러도 허파에 낀 아픔이 낯설기만 합니다.

시대를, 시간을 건너 만나는 성석제 시인의 첫시집은 낯설어서 더 서럽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의 창날이 초승달 벼린 봄바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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