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변신 - 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영란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체코 태생의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독특한 태생적 이력을 가진 20세기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프란츠 카프카'의 명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을 쉽사리 접하지 못하던 중 존경하는 멘토 목사님께서 당신의 교회 고등부 학생들과 책 한 권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책이 오늘 소개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인간 실존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갈구하는 실존주의 작가들의 저작이 가진 그 독특한 분위기가 카프카의 책 <변신>에서는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에서의 주인공은 '그레고르'라는 남성이다.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눈을 떴는데 자신의 몸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딱딱한 등껍질과 불룩한 배, 징그럽게 움직이는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자신의 몸을 보며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내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곧이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이 목격하게 되고 가족들은 큰 충격과 비탄에 빠진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여동생 등 일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었던 주인공 그레고르의 벌레로의 변신은 가족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졌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들, 오빠가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그에 대한 걱정보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가정의 편안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기인한 염려다.

그리고 마침내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큰 짐이며 부담스러운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천덕꾸러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기 전 가족은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제 그는 벌레가 되었고, 가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벌레와 같이 해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쓸모없는 존재라는 존재 자체의 무가치함은 그들에게 그레고르가 자신들의 아들이며 오빠라는 사실마저도 망각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가족들의 안정된 삶을 방해하는 존재로서의 그레고르에 대해 마침내 가족들은 큰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를 버리는 것! 결국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기 전 자신이 그렇게도 헌신적으로 섬겼던 자신의 부모와 여동생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고 소외되는 존재로서 남게 되는데...

 

 

본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매우 흥미로운 카프카의 태생에 주목했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체코 태생의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너무나 독특하고 경계가 모호한 카프카의 배경은 그의 책 <변신> 속에 무형의 의미로 자연스럽게 녹아져있다. 그는 당시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극에 달했던 시대를 산 인물이다. 유대인을 사람이지만 하나의 짐승이나 벌레와 같이 여기는 타자들의 부정적 시선이 팽배했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분위기를 카프카는 모르지 않았다.

카프카의 실존주의적 작품세계의 배경, 특별히 <변신>은 바로 이 인간 존재에 대한 모호함을 드러낸다. 인간이지만 벌레인 그레고르라는 인물은 카프카의 내면의 의식세계 속에 잠재되어 있는 또 하나의 자아적 표상이다. 사회로부터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독일계 유대인, 아버지로부터 용납되고 수용되지 못하는 불완전한 아들 프란츠 카프카, 가족들에게 벌레로서 취급되어지며 버려지는 그레고르... 이들 모두가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모호함을 담지한 인물들이다.

더불어 카프카는 쓸모가 없으면 버려질 수도 있다는 효용적 의미로서의 인간 실존을 이해했다는 점이다. 기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고 득이 되며 효용적 가치가 있을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많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주어진다. 소설 속에서도 가정의 경제를 책임졌던 주인공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후 가족들에게 더 이상 경제적인 도움은커녕 해가 되고 짐이 되는 존재로서 철저히 소외되고 버려진다. 이것이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였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생각들은 카프카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끝없는 갈등과 미움을 통해서 극대화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그대로 투영되었다고 본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효용성을 요구했던 폭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자아를 온전히 펼쳐 보일 수 없었던 이 억눌린 감정과 심리적 기제가 그의 작품, 특별히 <변신>과 또 다른 단편선 <판결>에 잘 드러난다.

소외된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한편의 책 속에서 카프카가 살다 간 100년 전과 100년 후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쓸모가 없으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이 미친 시대 속에서 인간 실존의 참된 모습은 무엇인가? 더 이상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벌레가 되었기에 아들이며 오빠인 주인공을 외면하는 <변신>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완전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 책 읽어드립니다, 임기응변의 지혜, 한 권으로 충분한 삼국지
나관중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공명, 조조, 손권과 같은 중국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로서 유명한 <삼국지>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고전 중의 고전이며 불후의 명작이다. 보통 10권으로 구성된 나관중 원작의 삼국지가 있으나 내게는 중학생 시절 이문열 작가가 편저한 삼국지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 남아있다. 중국 한나라 말기 위, 촉, 오로 나누어진 제후들이 각기 천하를 통일하고 평정하기 위해 펼치는 대서사시는 그야말로 대작의 기품을 갖는다. 인간사 각축장의 민낯을 이 한 권의 책 속에 녹여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국지는 인류 역사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성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는 탁월한 저작 중 한 권이다.

군웅할거의 시대 속에서 꽃 피는 영웅들 간의 의리와 사랑, 충절과 절개와 같은 덕목뿐 아니라 배신과 반목, 탐욕과 질시, 무지와 같은 부도덕한 인간 내면의 요소들이 마치 용광로와 같이 한데 어우러져 한편의 위대한 대작을 탄생시켰다. 이뿐인가! 병법서로서의 가치 또한 탁월하여 공격과 수비, 적을 유인하고 기만하는 등의 병서가 갖추고 있어야 할 내용들이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져서 읽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선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대작에게 있어 하나 아쉬운 점은 보통 10권의 원작이 가진 본서의 무게감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발톱 깎을 시간도 없다고 투정 부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아무리 재미와 더불어 함의하고 있는 교훈과 지혜가 탁월하다 한들 10권의 원작을 앉아서 진득하게 완독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삼국지의 제목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완독을 한 사람은 드물 것이라는 말이 의아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북스에서 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를 출간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펼쳐들고 오래전 읽었던 이문열 편저의 10권짜리 삼국지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 책의 특징은 빠른 사건 전개이다.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핵심적인 사건과 사상,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다고 중요한 사건들을 건너띄거나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짚고 넘어가기에 흐름이나 맥이 끊기지 않는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부터 시작해서 진나라의 천하통일까지 총 10개 챕터 550여 페이지, 전집에 비해서는 아주 라이트한 구성이지만 넣을 것 넣고 뺄 것 뺀 아주 알찬 구성의 삼국지이다.

시간과 재정이 넉넉하다면야 나관중 원작의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을 사서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대인들에게 있어 본서 한 권만 읽어도 대략적으로 삼국지가 무엇을 말하고 있고 그 안에 담긴 주요 내용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삼국지는 영웅호걸들의 기개와 의리, 충절의 멋이 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깊은 감동을 느낀 대목이 있다. 유비가 조조의 급습을 받고 후퇴를 하는 상황에서 유비의 아내 미부인과 어린 아들 아두를 놓치게 된다. 조조의 군사들에 의해 포위된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유비의 명장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둘러업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리고 그가 유비 앞에 당도했을 때 그 앞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을 내동댕이치며 자신의 아들 때문에 귀중한 장군을 잃을 뻔했다고 말하는 유비의 모습 속에서 섬뜩함과 동시에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자신의 아들보다도 더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그의 인덕과 인품에 깊은 감동이 몰려온다. 배신과 반목이 판을 치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부덕한 리더들이 들끓는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 유비가 뿜어내는 영웅의 기풍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책에서도 말한다.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무지하고,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은 지혜와 간계, 술수가 영악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한낱 처세술을 배울 수 있는 잡록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삼국지는 인간 군상의 모든 것을 담은 한편의 인간사 바이블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은 저작이며 동시에 인간관계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 한편의 철학서라고 평가해도 좋을 양서이며 고전이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 상대의 마음을 얻는 묘책, 기만과 책략의 적절한 사용,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구분하는 법, 탐욕과 허세에 대한 경계 등 어쩌면 이렇게 내용 하나하나가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르침들인지 책을 읽는 내내 문득문득 소름이 돋곤 한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껏 시대를 뛰어넘는 수많은 고전들이 있었고 그러한 명작들이 베푸는 교훈은 예나 지금이나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우리의 삶에 있어 대동소이한 상황 속에 적확성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겸허함으로 펼쳐보아야 할 위대한 고전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삼국지임은 하나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으로 시대를 읽는 눈을 갖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단연코 독자의 서가에 꽂혀 있어야 할 저작 중 한 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 -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실용음악 화성학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6년과 중고교 6년의 과정을 통해서 음악을 배웠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12년의 시간 동안 음악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필수과목으로서 음악을 배웠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졸업 후에는 악보도 제대로 못 보는 까막눈이라는 희한한 사실이다. 이후 나는 유행가 악보집을 펼쳐놓고, 어쿠스틱 기타를 어설프게 독학한 후 드럼과 퍼커션이라는 타악기의 매력에 빠져 개인 레슨을 받을 정도로 한동안 심취했다. 드럼과 퍼커션은 타악기이기에 소위 말하는 콩나무 대가리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에 선택한 악기였다. 사실 다른 멜로디 악기들과는 달리 리듬악기는 설령 악보를 못 본다고 해도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다.(물론 마림바나 비브라폰 같은 건반 타악기는 예외이다) 그러나 음악을 좀 더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배우기로 마음먹게 되는 순간 사정은 달라진다. 기본적인 음악의 이론은 물론이거니와 대략적인 화성학의 내용들을 알고 연주하는 타악기 연주자들과 까막눈 타악기 연주자의 미묘한 차이는 음악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이해하고 곡을 해석하는 능력에 있어서 분명 구분되더라는 것이다.

학창 시절의 음악 수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얼마 전 좀 더 자세하면서도 쉬운 실용음악 화성학에 대한 갈급함을 채워 줄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입문자와 입시생 모두가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에 관한 교재로서 화성학 선생님을 찾아가서 적지 않은 레슨비를 지불하며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교재의 출간 소식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책을 펼치고 보면 알 수 있듯이 내용이 매우 알차다. 음악의 3요소인 멜로디, 화성, 리듬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 준다. 그리고 학창 시절 배운 오선, 음자리표와 각종 악상기호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 있자니 어렴풋이 음악 선생님께 배웠던 내용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책의 장점은 각 단원에서 주요한 학습내용을 설명한 후 핵심정리를 통해 배운 개념을 요약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연습문제를 통해서 학습자가 내용을 얼마큼 잘 이해했는지를 셀프체크할 수 있도록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학습자가 음악이론을 공부하며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CHECK>항목을 따로 마련하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풀이해놓은 점도 이 책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사실 서점에 가면 이미 실용음악 화성학 책들은 적지 않게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실용음악 화성학 교재가 어느 정도 음악 이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아주 기초적인 내용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미리 깔고 들어가기에 완전 초보 입문자들에게는 적합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고 내용을 훑어보면서 제일 피부에 와닿았던 점이 바로 저자가 그야말로 높은 음자리표와 낮은 음자리표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우 친절하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아에게 이유식을 떠먹여주듯 쉬우면서도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드럼과 퍼커션을 조금 배웠기에 기초적인 악전과 음표, 쉼표, 마디의 구성과 같은 내용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했는데 역시나 타악기를 배운 사람의 한계는 음정과 화음, 조성과 같은 내용이 시작되면서 진도가 쉽게 나아가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내게는 음계, 다이아토닉 코드, 텐션과 같이 조금 어려운 단원까지는 현재 상태로서 봐서는 사실 무리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틈날 때마다 조금씩 공부하고 익혀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독학으로 이해가 어려운 단원들까지도 마스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록으로 음향학에 대한 내용을 함께 실어줘서 소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들은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말 그대로 부록이며 선물이다. 음악 이론을 공부하며 항상 느끼는 것이 음악이 마치 수학과 같다는 나만의 생각이다. 정해진 음악적 규칙과 법칙 사이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마치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의 그것과 같다. 그러나 음악은 그 안에 나름의 생명력 있는 흐름을 갖고 있고 또한 기승전결의 문학적 구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수학보다는 더 다이내믹하고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 기분 전환을 위해 틀어놓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답답하고 우울한 일상의 기분을 날려 줄 신나는 음악 한 곡을 아무렇게나 흥얼거린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랴! 신나게 드럼 스틱을 휘두르며 북을 두드리고 나만의 리듬을 새긴다 한들 그것 또한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학문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고 말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을 공부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우리 주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야 내가 연주하고 감상하는 음악이 한층 더 신나고, 정감있게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음악적 욕구를 만족시켜주기에 최상의 교재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의 인생론 메이트북스 클래식 1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세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온 세계가 전염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병상에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 또한 수없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그동안 온 인류가 쌓아놓은 찬란한 문명과 과학기술의 금자탑을 비웃기라 하듯 단 몇 개월 사이에 우리네 일상을 코로나 전과 후의 삶으로 갈라놓아버렸다. 너무나 당연시하게 여겼던 사람들과의 만남과 시간들이 마치 오래전 일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이제 일상성의 회복은 정녕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이러한 단상 속에서 집어 든 책은 삶의 측면을 쓰다듬으며 놓치고 지나쳤던 인생의 의미를 보듬는 저작으로서 그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인생론>이다.

숨 가쁘게 달려가며 나와 가족, 주변의 이웃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삶의 박차를 가했던 시간 속에서 요즘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혜택(?)은 기나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한 템포 호흡을 가다듬도록 만드는 여유인 것 같다. 인생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왜 살아가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며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가와 같은 인생의 궁극적 물음은 낯설기만 하다. 그렇기에 톨스토이의 인생론과 같은 책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우리네 삶에 있어서 한 번쯤은 잠시 정차하여 숨을 고르도록 하기에 안성맞춤인 저작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아는가? 레프 톨스토이가 한때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목을 매달 것인가, 권총을 사용할 것인가와 같은 자살의 방법을 고민했던 사람이 바로 온 인류의 지적 토양에 한줄기 단비를 뿌린 위대한 성학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톨스토이 스스로가 임종 전 선택한 책은 위대한 저작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책이 아니라 바로 이 책 인생론이다.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끼며 임종 전 자신의 딸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책 인생론은 그가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모든 인류에게 남긴 숙성된 삶의 열매와 같다. 총 140개의 매우 짧은 격언을 한 권으로 묶은 인생론이 함의하고 있는 삶의 지혜와 통찰은 매우 현실적이다. 위대한 문인이자 사상가가 온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치고는 학구적이거나 사변적이지 않기에 난해하지도 않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수많은 정신적 스승들이 남긴 다양한 격언과 경구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들도 있고, 톨스토이 그만의 언어로 좀 더 미세하게 세공하여 정리한 교훈들도 있다. 또한 톨스토이 스스로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교실 속에서 직접 체득한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격언을 아낌없이 설파하기도 한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재물에 달려 있지 않다. 행복과 불행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현명한 사람은 어디를 가든 집이라고 느낀다. 전 세계가 고귀한 영혼의 집인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은 기뻐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도록 삶을 살아야 한다."

너무나 짧고 간결한 한두 문장의 격언이지만 천천히 곱씹을수록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마음과 영혼에 미치는 그 깊은 울림과 향기가 남다르다. 마치 우리면 우릴수록 진득하고 구수한 진액이 우러나오는 사골 곰탕의 그것과 같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물가에 이는 잔잔한 물결의 파동과 같이 그 심연을 잡아 흔드는 고요한 정동이 책을 읽는 이의 마음에 부드럽게 밀려들어온다. 바로 이러한 것이 여느 자기 계발서와 같은 캐주얼한 도서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위대한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멘토 목사님께서 청년 시절 무신론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본서를 통해 인생과 신앙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고, 다시금 하나님 앞으로 회심토록 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 책 중 한 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필독 도서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책을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금언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법한 인류 역사에 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성학들의 격언들이 마음 한편을 후벼판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기나긴 항해로 비유되는 인생의 뱃길 가운데 만나는 높은 파도, 광풍과 같은 고난의 시간 속에서 깊은 깨달음과 힘을 얻고 달려갈 수 있도록 다함없는 교훈과 격려를 베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평의 서론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림으로 인해 뒤를 돌아보는 자기성찰과 옆의 이웃을 보듬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져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 책이 가지는 장점과 혜택은 매우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성마저 잠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책은 단연코 읽어봐야 할 필독서 중 한 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양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으며 누리고 싶은 것도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예전만 해도 먹고사는 삶의 모습들이 대동소이했기에 특별히 남들보다 더 가지고 싶었던 것도 별로 없고, 더 소유 하고 싶었던 것도 딱히 없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는 물질문명이 양산해낸 수많은 소유의 대상물들이 우리네 삶에 있어서 가지지 못했을 때 느끼는 그 허탈함과 동시에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미친듯한 갈망함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의 욕망과 갈급함이 어디 가시적인 재화에만 있겠는가? 사람이 사람을 향해 느끼는 그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정은 위에서 열거한 눈에 보이는 재화의 소유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며 이것은 오히려 그러한 재화의 소유를 향한 욕망을 천박한 인간 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전락시켜버리곤 한다.

이러한 순수한 사랑, 특별히 소유할 수 없는 영혼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비극 한편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파우스트>라는 대작으로 유명한 독일의 문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지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18세기 중반 독일에서 태어난 괴테는 독일이 낳은 천재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생전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이 책은 <파우스트>와 더불어 괴테의 명성을 세상에 알린 탁월한 저작 중 한 권이다.

책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변호사로서 작은 시골마을에 부임하여 그곳에서 '샤를로테'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된다. 순식간에 베르테르의 영혼을 휘감아버릴 정도의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자태의 '로테'를 본 이후 베르테르의 마음속에는 온통 로테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연모의 감정만이 가득 찼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실은 그를 단 한 번에 사랑이라는 용광로 속으로 몰아넣은 순수한 영혼 로테에게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

이후 너무나 신사적이고 품위 있는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에게 친구가 되어주지만 그러한 알베르트의 친절과 자신을 향한 우정이 베르테르에게는 더욱더 참기 힘든 고문과 같은 경험으로 돌아온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끓는 마음과 어찌할 수 없는 사회적 관습의 갈림길에서 괴로워하는 베르테르의 심리는 소설 속 자신의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챕터를 통해 저자인 괴테는 편지 형식을 빌려 사랑하는 여인 로테를 향한 그의 순수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대한 원망과 애절한 감정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로테의 연인이자 동시에 친구이며 자신에게 너무나도 친절한 알베르트에 대한 존경과 함께 그의 연인 로테를 그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연적을 향한 질투 어린 심리묘사가 세밀한 필치로 기록되어 있는 한편의 서정시가 애틋함을 드러낸다.

참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 사랑을 차지할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 속에서 고뇌하는 청춘의 그 순수한 열병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상상하기도 싫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놀랄만한 사실은 이 책의 내용 상당수가 저자인 괴테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의 나이 23세 되는 해 참석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샤를로테'(소설 속 여주인공과 이름이 같다)를 보고 한눈에 반한 괴테는 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친구 '케스트너'의 연인이라는 사실에 크나큰 좌절을 맛보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의 또 다른 친구가 유부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낙담하여 권총 자살 한 사건을 자신의 개인적 아픔과 결합하여 본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탄생시켰다. 그렇기에 어쩌면 괴테는 소설 속 베르테르라는 인물의 내면 속에 자신의 그 이루어질 수 없었던 한(恨) 서린 응축된 감정을 투영시키고 녹여낼 수 있었으리라. 

 

 

당시 이 작품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 발표되자 수많은 청춘들에게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더불어 이 소설의 네거티브한 영향력은 소설 속 베르테르의 최후를 동경하며 감정이입시킨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현상들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이후 자신들이 동경하는 연예인들이나 스타들이 자살을 할 때 열혈팬들이 따라서 목숨을 끊는 현상을 가리켜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학적 용어가 탄생하게 된다. 더불어 불붙는 듯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타는 갈망, 현실과 관습이라는 냉혹한 괴리감 앞에서 좌절하는 한 청춘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모티브로 탄생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단지 청춘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단장(斷腸)의 러브스토리에 한정시키고 싶지는 않다. 당시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라는 인간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인간성이 극도로 고양된 시기에 있었다. 중세 유럽을 누르고 있던 초자연적이고 신적인 모든 요소에 대한 반발과 반동 작용의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인간 이성의 무한 신뢰라는 계몽주의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탄생한 본서가 가지는 내재적 의미는 사랑마저도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테두리 안에서 조율될 수 있음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인간 이성이 작동했다면 자살을 할 것이 아니라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한 사람의 평범한 독자로서 내가 느낀 바는 소설 속 베르테르의 비극적 선택은 인간 이성을 무한 신뢰하는 계몽주의 사조의 극대화라는 점이다. 중세 교회의 가르침 속에 있었던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살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는 죄악 중의 죄악이었다. 그것은 베르테르의 자살과 그의 장례식 장면을 묘사하는 책의 마지막 문장에 여실히 드러난다. "일꾼들이 운구를 했다. 성직자는 한 사람도 동행하지 않았다." p232

그렇기에 그 누구도 그러한 종교적 관습의 테두리 속에서 자살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베르테르는 자살을 선택한다. 보이지 않는 신(神)이 아닌 인간의 이성을 통해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지을 수 있다는 계몽주의 사상의 극대화를 괴테는 자신의 소설 속에 차분하게 내면화시켰고 아름답게(?) 녹여냈다. 괴테라는 인물이 수많은 문학 작품을 남긴 문인임과 동시에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사랑했던 철학자였기에 가능했을 작품상의 귀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