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실용음악 화성학 -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실용음악 화성학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6년과 중고교 6년의 과정을 통해서 음악을 배웠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12년의 시간 동안 음악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필수과목으로서 음악을 배웠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졸업 후에는 악보도 제대로 못 보는 까막눈이라는 희한한 사실이다. 이후 나는 유행가 악보집을 펼쳐놓고, 어쿠스틱 기타를 어설프게 독학한 후 드럼과 퍼커션이라는 타악기의 매력에 빠져 개인 레슨을 받을 정도로 한동안 심취했다. 드럼과 퍼커션은 타악기이기에 소위 말하는 콩나무 대가리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에 선택한 악기였다. 사실 다른 멜로디 악기들과는 달리 리듬악기는 설령 악보를 못 본다고 해도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다.(물론 마림바나 비브라폰 같은 건반 타악기는 예외이다) 그러나 음악을 좀 더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배우기로 마음먹게 되는 순간 사정은 달라진다. 기본적인 음악의 이론은 물론이거니와 대략적인 화성학의 내용들을 알고 연주하는 타악기 연주자들과 까막눈 타악기 연주자의 미묘한 차이는 음악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이해하고 곡을 해석하는 능력에 있어서 분명 구분되더라는 것이다.

학창 시절의 음악 수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얼마 전 좀 더 자세하면서도 쉬운 실용음악 화성학에 대한 갈급함을 채워 줄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입문자와 입시생 모두가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에 관한 교재로서 화성학 선생님을 찾아가서 적지 않은 레슨비를 지불하며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교재의 출간 소식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책을 펼치고 보면 알 수 있듯이 내용이 매우 알차다. 음악의 3요소인 멜로디, 화성, 리듬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 준다. 그리고 학창 시절 배운 오선, 음자리표와 각종 악상기호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 있자니 어렴풋이 음악 선생님께 배웠던 내용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책의 장점은 각 단원에서 주요한 학습내용을 설명한 후 핵심정리를 통해 배운 개념을 요약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연습문제를 통해서 학습자가 내용을 얼마큼 잘 이해했는지를 셀프체크할 수 있도록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학습자가 음악이론을 공부하며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CHECK>항목을 따로 마련하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풀이해놓은 점도 이 책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사실 서점에 가면 이미 실용음악 화성학 책들은 적지 않게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실용음악 화성학 교재가 어느 정도 음악 이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아주 기초적인 내용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미리 깔고 들어가기에 완전 초보 입문자들에게는 적합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고 내용을 훑어보면서 제일 피부에 와닿았던 점이 바로 저자가 그야말로 높은 음자리표와 낮은 음자리표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우 친절하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아에게 이유식을 떠먹여주듯 쉬우면서도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드럼과 퍼커션을 조금 배웠기에 기초적인 악전과 음표, 쉼표, 마디의 구성과 같은 내용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했는데 역시나 타악기를 배운 사람의 한계는 음정과 화음, 조성과 같은 내용이 시작되면서 진도가 쉽게 나아가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내게는 음계, 다이아토닉 코드, 텐션과 같이 조금 어려운 단원까지는 현재 상태로서 봐서는 사실 무리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틈날 때마다 조금씩 공부하고 익혀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독학으로 이해가 어려운 단원들까지도 마스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록으로 음향학에 대한 내용을 함께 실어줘서 소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들은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말 그대로 부록이며 선물이다. 음악 이론을 공부하며 항상 느끼는 것이 음악이 마치 수학과 같다는 나만의 생각이다. 정해진 음악적 규칙과 법칙 사이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마치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의 그것과 같다. 그러나 음악은 그 안에 나름의 생명력 있는 흐름을 갖고 있고 또한 기승전결의 문학적 구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수학보다는 더 다이내믹하고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 기분 전환을 위해 틀어놓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답답하고 우울한 일상의 기분을 날려 줄 신나는 음악 한 곡을 아무렇게나 흥얼거린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랴! 신나게 드럼 스틱을 휘두르며 북을 두드리고 나만의 리듬을 새긴다 한들 그것 또한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학문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고 말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을 공부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우리 주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야 내가 연주하고 감상하는 음악이 한층 더 신나고, 정감있게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음악적 욕구를 만족시켜주기에 최상의 교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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