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능력 세계기독교고전 61
에드워드 M. 바운즈 지음, 김원주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 전 싱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일정 기간 새벽기도회를 다닌 적이 있다. 내가 출석하고 있던 교회는 아니지만 집 바로 옆에 교회가 있어서 새벽마다 그 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4시 50분부터 5시 30분까지 드려졌던 새벽기도회에 머리가 희끗하고 연세가 지긋하신 그 교회의 할아버지 담임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셨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을 풀어서 몇명 있지도 않은 교인들에게 차분하게 말씀의 꼴을 먹이시는 모습이 젊은 청년 신자인 나의 마음 속에 인상깊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한 모습은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언제나 불꺼진 예배당 맨 앞자리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시던 그 老 목회자의 뒷모습이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기도의 자리를 지키며 기도하시는 목사님의 경건한 모습을 보며 일종의 경외심마저 들었음이 사실이다.

기도에 얽힌 청년 시절의 경험을 회상하며 이번에 소개하게 된 책 <기도의 능력>은 19세기에 태어나 기도의 사람이라고 불리운 'E.M.바운즈' 의 기도에 관한 또 하나의 불멸의 고전이다. 기도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본서는 조금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서 발견하는 사실은 저자가 본서의 독자를 공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 즉 목회자들을 주 독자층으로 타겟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110여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이 설교자에게 있어서 기도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과 의미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본서가 무조건 목회자들에게만 한정되어 기록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도의 능력은 설교자들의 설교와 목회자들의 목양 속에서만 드러나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신자들의 삶 속에서도 불꽃같이 피어올라야 하기에 저자의 가르침과 메시지는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본서가 가지는 책 자체의 특징은 저자 본인이 목회 사역을 하기 전 변호사로서의 직업경력이 있기에 문장이나 필치가 명료하고 시원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두리뭉실한 문장이나 어휘가 없고, 매우 간략하고 딱딱 떨어지는 듯한 문장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의 주장을 명확함과 간결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해도 쉽고 어렵지 않다.

저자는 목회 성공의 비결이 골방에서 행해지는 하나님과의 씨름에 있음을 말한다. 아무리 해박한 성경과 신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설교와 목회의 성공은 오직 설교자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무릎을 꿇고 기도에 전념했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기도를 소홀히 여겨 날카로운 지성과 탁월한 이성적 능력으로 준비되어진 설교 속에 열렬한 골방의 기도가 빠진다면 그것은 지푸라기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저자는 매우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나 또한 예배를 통해 다양한 설교를 들으면서 어떤 목회자의 설교는 정말로 해박한 성경 지식과 깊은 신학적 지식으로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설교라고 생각되어지지만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반면 어떤 목회자의 설교는 성경과 신학적 지식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다소 투박한 뚝배기와 같은 느낌의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큰 울림이 있는 설교를 만날 때가 있다. 기도의 능력이 설교와 목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저자의 포인트가 느껴지는 경험이다.

그러나 시간의 양으로 기도의 질을 평가하거나 측정할 수 없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짧게 드리는 기도의 삶과 아예 기도하지 않는 삶의 모습 중에 더 나쁜 행태는 바로 짧게 기도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짧게 드리는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짧게라도 기도했으니까 나의 신자된 의무는 다한 것이라는 책임 회피용으로 쓰여지는 잘못된 기도에 대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깊은 기도는 결코 짧게 끝날 수가 없다. 하나님의 존전 앞에서 그분의 얼굴을 구하며 나아가는 기도를 어찌 단 5분 안에 끝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저자는 제법 오랜 기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기도의 골방에 들어가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기도의 능력을 받으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도의 능력만이 설교자, 목회자들의 목회 성공의 비결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단순한만큼 많은 목회자들이 간과하고 넘어가는 실천적 조언을 던진다.

서평의 서론에서 언급한 백발이 성성한 老 목회자가 그 이른 새벽 노구를 이끌고 나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씀을 전한 후 오랜 시간 불 꺼진 예배당 한켠에 머리를 조아린 채 나라와 교회, 자신이 목양하는 성도들을 위해 조용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의 불을 지피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기도의 능력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러한 목회자와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복음의 귀한 도구로 쓰임 받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본서의 중간 부분에서는 모범적인 기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수 등장한다. 존 웨슬리, 헨리 마틴, 로버트 맥체인, 조셉 얼라인,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바운즈는 기도의 사람이 따라야 할 경건한 삶의 표지, 모범을 제시한다. 더불어 열심과 열정을 구분하여 인간적 경향이 다소 내포된 열심의 기도가 아닌 거룩한 열정의 기도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다스려야 한다는 가슴 뜨거운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한다. 바운즈 자신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 6시까지 골방에서 하나님께 기도했던 기도의 사람이었기에 독자는 그가 말하는 깊은 경건의 비밀인 기도의 능력에 대한 그의 주장을 아무 거리낌없이 수용할 수 있다.

청년 시절에는 새벽기도회도 그렇게 열심히 다녔던 자칭 열혈 신자였지만 나도 어느덧 나이를 먹고 세상때가 참 많이 묻어서 그런지 이제 그런 열정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때로 나의 식어져버린 열정과 연약한 믿음이 서글픔으로 다가올 때면 하나님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이 죄송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인간적 열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가식적 명분을 내세우며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눈 밭의 개처럼 뛰어 다녔던 그 많은 세월들을 돌아볼 때 마음이 헛헛하다. 결국 저자 바운즈는 우리가 기도 없이 뛰어다니는 열심은 모두 부질없는 것임을 말한다. 이제는 기도의 능력을 받지 못한 채 행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이며 일종의 쇼와 같은 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속이 쓰리지만 달게 받아야 할 때이다. 짧지만 이렇게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는 책은 오래만이다. 올 봄에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는 기도에 관한 짧은 저작 한권을 통해 오랜시간 먼지가 뿌옇게 쌓인 나의 기도의 골방을 청소해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도의 기도 학교 - 앤드류 머레이 기도론 전집 세계기독교고전 60
앤드류 머리 지음, 김원주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부터 우리 집 2호의 옹알이가 시작되었다. 한 두 마디 정체불명의 외계어를 연신 내밷으며 간혹 무엇인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만나면 급기야 하이톤의 외마디 비명까지 콜라보레이션 하고는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엄마인 아내는 기가막히게 알아듣고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엄마와 아이의 그 원초적인 대화의 현장을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노라면 문득 신자로서 하나님과 그분을 믿고 따르는 신자들간의 관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우리 영혼의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 대한 자녀된 신자의 옹알이는 바로 우리가 하나님 그분께 올려드리는 '기도'로 표현되어진다. 누구도 알아듣기 어려운 아이의 옹알이를 엄마이기에 알아듣고 반응해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도의 신비는 바로 이와 같다. 불신자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신자의 기도는 오직 하나님과 그분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의 은밀한 대화이며 소통의 방법이다.

그만큼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기도는 말씀, 찬양과 더불어 신앙의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이다. 이러한 중요한 기도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신앙서적들은 이미 서점의 종교분야 매대와 서가에 가면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그러나 오늘 내가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러한 많은 기도에 관한 책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는 기도에 관한 최고의 고전이며 무게감있는 저작이다.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 화란개혁교회의 지도자였던 '앤드류 머레이' 목사의 기도에 관한 고전인 <그리스도의 기도학교>는 CH북스 출판사에서 원래 총 4권의 기도에 관한 책들을 한권으로 통합하여 엮음으로서 기도론 전집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1권에서는 신자들이 기도가 무엇이고 평생을 기도로 사셨던 그리스도를 본받아 기도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성경적인 원칙들을 다룬다. 2권은 특별히 목사와 장로들이라는 특정한 독자층을 염두해서 기록되었다. 영적인 일에 있어서 기도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기술했는데 읽다보면 반드시 교회의 리더십들 뿐 아니라 일반적인 신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기도 생활에 관한 지침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지는 3권과 4권에서는 우리가 자신만을 위한 지협적인 기도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나 이외의 것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중보기도' 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설명한다. 성경에서 '도고'라고도 표현되어지는 중보기도의 정의와 최고의 중보기도자셨던 그리스도의 기도자로서의 모범 그리고 중보기도의 사역을 통해 이루어지는 위대한 사역의 열매들에 관한 기록들이 정확하면서도 빼곡히 그러나 매우 따뜻한 필치로 기록되어 있다. 앤드류 머레이가 개혁주의 목회자이지만 오순절이나 감리교와 같은 신학적 성향이 다른 교단들과의 열린 교류를 추구했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많은 책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사실 한가지는 그의 책들 전면에 흐르는 부드럽고 겸손한 목회자의 목양적 마인드이다.

기도는 호흡이며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기도의 연속성을 대변해주는 표현이다. 인간이 단 몇분도 숨을 멈출 수 없듯이 크고 작은 기도 또한 하나님 앞에서 끊임없이 고백되어지고 올려져야 한다는 사실이 기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렇게 중요한 기도를 그리스도께서 선생되시는 <그리스도의 기도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주여!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시옵소서!" 라고 간청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깨닫고 배우게 된 사실 몇가지가 있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지만 눈에 보여지는 기도의 결과물이나 기대하였던 열매가 삶 속에서 없을 때 대부분의 신자들은 실망하며 낙심한다. 그리고 나의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회의와 기도를 듣지 않으시는 하나님이라는 비뚫어진 아버지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의 기도를 모두 들으신다. 단지 기도의 응답이 더디거나 기대했던 기도의 열매가 없는 것은 하나님의 잘못이 아니라 기도하는 우리의 삶이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가르침이다. 거룩한 하나님께 드려지는 기도자의 삶 자체가 마땅히 거룩한 산제물로서 드려져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가져다 주는 쾌락과 즐거움의 불순물, 각종 염려와 불안, 불신의 찌끼들이 한데 어우러진 기도가 어떻게 거룩하신 하나님의 응답과 기도의 열매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한가지는 기도의 능력에 관한 저자의 통찰이다. 그것은 바로 위에서도 잠간 언급했던 성별에 관한 가르침이다. 저자는 기도자들이 기도의 능력을 덧입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으셨거나 죄라고 단정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고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은 이 세상의 것들을 가능한 많이 취하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거룩하게 구별된 즉 성별된 사람들은 전투에 필요한 것만을 지니는 병사와 같다. 세상사에 얽매이기를 두려워하는 이런 성별된 사람은 주님과 주님을 섬기는 일에 특별히 구별된 나실인의 삶을 살려고 애쓴다. 저자는 이처럼 정당한 것조차 자발적으로 성별하는 사람만이 기도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세상은 불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의 귀에도 세상의 소리들을 속삭인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직업적 성공, 넒은 평수의 고급 아파트와 재산 증식 목적의 부동산, 든든한 은행계좌와 유무형의 자산들, 고가의 외제차, 누구도 감히 깔볼 수 없는 최고의 학벌, 자녀들의 학업적 성공, 누구나 부러워하는 몸매와 미모 등등 가질 수 있는 것을 모두 가질 때만이 인간은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이다. 위에 나열한 가치중립적인 유무형의 요소들이 죄가 되지 않지만 주님과 주님을 섬기는 일에 있어서 반드시 취하기 위해 달음박질 할만한 더 큰 가치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오히려 삶의 무게, 보이지 않는 짐으로서의 느낌으로 더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얻을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때로는 포기함으로서 자신의 삶을 라이트하게 만들어주는 자발적 성별의 선택은 우리가 더 겸손하고 겸허하게 하나님만 바라며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기도의 능력을 우리의 삶 속에 더할 수 있다.

몇해 전 입맛이 동해서 한동안 과식을 한 후 체중이 무섭게 늘어난 적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미용적인 측면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건강검진 결과 과체중으로 진단되어진 현실을 보며 이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간식과 야식 일절 금지, 식사량 조절, 엘리베이터 안타고 계단 오르기와 같은 생활 속 운동을 몇개월 간 꾸준히 시행한 결과 체중 감량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체중이 줄어드니 몸이 그 혜택을 먼저 알더라는 것이다. 몸이 가벼워졌다는 그 홀가분하고 라이트한 느낌을 내 스스로가 느끼고 체험하며 동시에 튀어나온 배 때문에 잘 접히지도 않던 허리가 구부러졌던 모습을 회상하며 본서의 가르침을 피부 깊숙히 깨닫는다.

기도의 능력 속에 그분을 간절히 찾고 그분 앞에 엎드리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남부럽지 않게 모든 것을 가지고서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위에 열거한 소위 말하는 세상의 성공 기준을 퍼펙트하게 갖추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보이지도 않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께 엎드리는 삶을 선택하겠는가?(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모두 무소유의 삶을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니...) 기도의 능력을 갖기 원하는 신자의 모습은 자신을 세상의 잣대와 가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기준과 요구에 합하는 삶을 선택하는 자발적 성별의 삶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을 따름이다.

책장을 덮을즈음 10여년 전 어느 추운 겨울 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맞으며 아내와 함께 강원도 태백에 있는 '예수원'을 방문한 기억이 떠오른다. 이곳은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위치한 영적 쉼터와 같은 장소다. 예배실 한쪽 벽면 현판에 새겨진 글귀를 쳐다보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도는 노동이다"

20세기 개혁주의 목회권의 위대한 설교자였던 영국의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기도와 설교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설교는 언제나 쉽습니다. 하지만 기도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노동이 곧 기도요 기도가 곧 노동이다" 라고 여겼던 대천덕 신부의 예수원에서의 기억들과 더불어 20세기를 뒤흔든 최고의 영적 거인의 입에서도 기도는 언제나 어렵다는 고백이 흘러나온 것을 보면 역시 기도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하늘 보좌를 흔드는 기도의 능력, 중보자의 특권인 중보기도에 관한 상세한 가르침 그리고 최고의 기도자요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던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그 기도의 삶을 배우기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리스도의 기도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신자된 학생들에게 있어서 성경과 더불어 반드시 필요한 전공필수 과목의 주교재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의 정석
장시영 지음 / 비얀드 나리지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살면서 좋은 집에 사는 사람도 안부럽고, 비싼 차 타는 사람도 안부러운데 이런 사람들은 조금 부럽다. 바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그 나라 국민이 아니고 교포 또한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은 좋은 집,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안부러운 내게 유독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영어는 중고교,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적지 않게 공부하고 배워 온 언어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머나먼 이국의 언어일 뿐이다. 그렇기에 항상 새해가 시작되면 영어공부는 나의 연간 목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계획 중 하나다. 이러한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본서 <영어의 정석>을 만난다.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은 들어봤어도 영어의 정석은 영어책 이름으로는 생소하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책의 목차와 내용을 훝어보는 중 나의 눈이 커짐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본서가 수많은 영어교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진 특색을 발견했기에 그렇다.

즉 보통 영어 학습서들은 어휘와 문법, 독해와 작문의 기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으로 수 많은 어휘를 암기하고 영어의 그 복잡스러운 문법들을 기계적으로 외움으로서 문장의 규칙들을 습득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습을 안내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항상 영어 공부를 하면서 막혔던 부분은 어순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어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다루어주는 책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기에 본서는 내게 너무나 큰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영어를 독해하고 심지어는 길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학창시절 영어를 읽거나 듣고 해석할 때 어순 그대로 이해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듣기,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영어 울렁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본서를 통해서 영어 문장을 어순 그대로 이해해볼 것을 제안한다. 즉 예를들어 "I kick a ball." 이라는 문장을 듣거나 해석할 때 우리는 지금껏 "나는 볼을 찬다" 라고 한국어의 어순으로 바꾸어서 해석하는 중간 작업을 해왔다.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고, 말이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그동안 학습되어져 내면 안에 숨겨진 압박 아닌 압박으로 인한 결과다. 그러나 저자는 문장을 그냥 주어진 어순 그대로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즉 "나는 찬다 공을"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직독직해를 통해서 듣는대로 바로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영어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쉽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말로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식 사고체계로의 전환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말하는데 있어서 영어식 사고체계로 두뇌의 언어체계를 스위칭 하지 않는다면 영어 정복의 길은 요원하다. 그렇기에 어순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

책의 많은 예문들을 보며 나 또한 따라서 말해보았다. 정말 내가 말하려는 생각을 단순하게 어순에 근거해서 이야기해보니 신기함을 넘어 약간의 허탈함마저 몰려온다. 중고교 6년 이상의 시간 동안 도대체 나는 뭘 배운 것인가에 대한 아쉬움에 기인한 허탈함이었다. 단어를 미친듯이 외우고, 그 외운 단어를 토대로 문법과 독해를 기계적으로 수행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수학의 정석은 있었지만 영어의 정석은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탓해본다. 그러나 탓하고 후회한들 어쩔것인가? 지금이라도 이런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영어 학습서 한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행운이며 기쁨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식의 문법과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직독직해의 원칙은 어순 그대로를 수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어휘는 물론이거니와 문법의 규칙들까지도 기계적으로 전부 암기하려고 했던 나의 지난 영어학습법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책에서 말하는 영어 어순의 원리를 제대로 진득하게 습득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영어문장을 어순 그대로 읽고 듣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고 훈련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 세계기독교고전 38
토머스 왓슨 지음, 이훈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생애 첫 나의 자동차, 물론 중고차였지만 뚜벅이로 지내던 내게 나의 이름으로 등록된 자동차가 생겼을 때의 그 감흥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차가 생기고 열심히 타고 다니던 무렵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자주 다니던 장소나 거주지 근방의 목적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나 장거리 행선지를 가야할 때 불거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기에 매번 길을 잘못들어서 왔던길로 돌아가야 했고, U턴과 P턴을 밥먹듯이 해야하며 심지어는 막다른 골목에 갇혀본 적도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초보 운전자에게 이런 답답하고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큰 마음을 먹고 거금을 들여 네비게이션을 장만하기에 이른다. 이후 모두가 예상하듯이 자동차에 날개를 단 것 마냥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전국 어디든 초행길도 두렵지 않은 베스트 드라이버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초행길로서의 행선지를 찾아갈 때 운전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필요한 도구가 바로 네비게이션이듯이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 있어서 인생에 가장 필요한 네비게이션은 바로 하나님 그분의 말씀인 성경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교리화시킴으로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우리가 바로 믿고 따라가야 할 진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여러 위대한 저작들 가운데 한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혁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중요한 신앙고백과 신경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문트 신경,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대요리문답 등이 있다. 이중에서 1643~49년까지 열린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통해 요리문답 작성에 참여했던 청교도 목회자 '토머스 왓슨'이 해설한 본서를 만난다. 소요리문답은 보통 주일학교의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지고, 대요리문답은 성인 성도들, 목회자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삶의 실천원리들에 대한 적용이라고 여겨지지만 나는 사실 소요리문답을 읽으면서 반드시 그렇게 기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만큼 소요리문답 또한 모든 신자들이 반드시 한번 쯤은 읽고 섭렵함으로서 본인이 믿는 신앙의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함을 갖는일에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본서는 총 6개의 chapter로 나뉘어져는데 문답이라는 책의 제목과 같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성경의 진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도모하는 교리서이다. 본서를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신자라도 "인간의 제일가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라는 제 1 질문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본서는 성경에 대한 명제를 질문하고 그것을 답변하는 식으로 하나님과 창조, 타락, 언약과 그리스도, 구속, 죽음과 종말에 대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의 체계를 집대성한 위대한 저작임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신론과 기독론, 인간론과 구원론, 교회론과 종말론까지 신자들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들에 대한 진리를 질문하고 답변하는 식으로 해설해주기에 독자는 어렵지 않게 기독교의 진리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회가 되리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속성을 설명하는 2장을 통해 귀한 가르침들을 얻는다. 결코 다른 어떠한 피조물들과도 공유할 수 없는 하나님 그분만이 가지시는 비공유적 속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신 분이시고, 우리 인간은 그분 앞에 한낱 벌레와 같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에 대한 깨달음은 다시 한 번 그분 앞에서 나의 신앙과 마음의 옷깃을 여밀며 겸손히 엎드리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였다. 무한하시고, 영원불변하시며 무궁한 지혜와 능력, 조금의 죄악도 용납하실 수 없는 그분의 거룩함과 공의, 선과 진리에 관해 들을 때 독자의 반응은 그분이 우리의 창조주가 되신다는 사실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감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정상이리라.

또한 질문을 던지고 성경적인 답변으로 정답을 이야기하며 그 후 신자의 삶 속에 던져진 질문과 답변되어진 정답을 어떠한 방법으로 적용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제적인 과정들이 한권에 빽빽하게 수록되어 있기에 본서는 한번 읽고 모셔두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작의 무게감과 가치는 너무나 진중하고 귀하다.

무엇보다도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교리는 어렵고 딱딱하며 목회자들이나 읽고 공부하는 목회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에 대한 파괴이다. 결코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 않다. 또한 차갑지도 않고 오히려 청교도 목회자의 목양에 대한 따뜻한 심성이 그대로 녹아져 있기에 정확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부드럽다. 또한 진리를 왜곡하는 이단들의 비뚫어진 가르침과 자의적인 성경해석에 기인한 곡해된 견해들로부터 성경의 바른 가르침을 기반으로 신자들의 건강한 신앙생활과 바른 믿음을 통한 참된 구원에 이르도록 이끄는 본서의 역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아울러 사역자들조차도 방향을 잃고 무엇이 진리이고 비진리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혼탁한 세대 속에서 본서는 내가 서평의 서론에서 이야기한 정확한 방향과 행선지로 이끄는 네비게이션의 역할 그 자체이다. 예수 믿으면 복받고 성공한다는 식의 어느새 진리로 둔갑한 달콤하고 편안한 기복 일색의 이야기들이 성경 말씀의 전부인 것 마냥 듣고 살아가는 많은 신자들의 삶이 마치 운전대를 처음 잡고 네비게이션 없이 장거리 초행길을 운전하며 찾아갔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확한 네비게이션이 운전자를 바른 목적지로 안내하듯이 성경에 기반한 본서를 통해 신자된 독자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향추를 올곧게 정렬할 수 있다.

요즘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나 소요리, 대요리 문답 또는 위에 열거했던 바르고 건강한 고백서, 신조들을 가지고 교리를 공부하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바른 말씀과 그 말씀을 조직화하고 체계화시킨 위대한 저작들을 공부할 때 신자들의 영적이고 지성적인 근력들이 강화되어질 것이다. 더불어 본서를 통해 내가 믿는 진리가 무엇이고 그 진리는 나의 삶에 있어서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다가오는지에 관한 신앙의 현장성과 실제성의 실현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이는 신자들의 영혼에 성능 좋은 네비게이션 한대를 달아주는 것과 같은 효율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질 것이다. 고전으로서의 고전다운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결코 그 빛이 퇴색되어지지 않는다. 본서 또한 왜 고전이 고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탁월한 저작으로서 많은 신자된 독자들의 서재와 서가에 본서가 손떼 가득 묻은 채 꽂여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 여행지나 유적지, 맛집, 심지어는 군대 훈련소까지 이러한 곳에 가면 꼭 발견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다름아니라 그곳을 왔다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다. 벽에 빼곡히 적어놓은 방문자의 흔적들, "중독성 쩔어! 대박! 맛있어요! 이모님 짱!"부터 "몇월 몇일 누구와 누구가 이곳에 왔다가노라!", "아무개야~영원토록 우정 변치 말자", "아무개야~사랑해! 행복하게 잘 살자!"와 같은 다소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까지 각양각색 총 천연색으로 채워진 벽이나 게시판의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인간은 누구나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 아닌 본능을 가진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나서 한평생 살다간다는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소망함으로 죽어서까지 비석에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글을 새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흔적에의 열망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공통적인 로망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자신만의 책 한권을 출판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 또한 이러한 부류의 사람 중 하나다. 글밥 먹고 살아가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전공자도 아니기에 무엇인가 책을 써서 대박을 터뜨리거나 나의 명예를 드러내고 싶다는 그런 야망 아닌 야망은 차치하고, 그저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배우고 느꼈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 때로는 마주하기 싫은 인간 내면의 민낯에 대해 읽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더 나은 그림으로 채워가고 싶어하는 다른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나누기 원하는 그런 책 한권 내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갈증으로 책 쓰기 방법론, 글쓰기 방법론과 같은 많은 도서들을 접하고 읽어보곤 했다. 현직 출판업계와 작가로서 이미 명성을 얻은 저자들의 책은 너무나 훌륭했다. 그러나 매번 책의 마지막 뚜껑을 덮으며 남는 생각은 무엇인가 항상 2% 부족한 느낌,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 이런 책이 좋은 책이다! 단어와 문장은 이렇게 선택하고 구성해라! 라는 저자들의 강조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그럼 책을 어떻게 출판해야하나? 어떤 경로를 통해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관한 정말 책 한권을 내기 위한 실제적인 프로토콜과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책은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던 중 본서 <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라는 제목이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목차와 책의 개요를 살피다가 이 책이야말로 그동안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본서는 현직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본인이 작가로서 책을 내기 위해서 경험한 실제적인 책 출판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들을 상세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가이드 해 준 책자이다. 기존의 글쓰기 방법론, 책쓰기 방법론과 같은 다소 이론적이고 피상적인 내용들이 아닌 예를들어 당신이 책을 내려면 돈이 얼마가 필요하고, 몇부가 팔리면 인세로 얼마의 이익이 떨어지는 등 예비작가들이 궁금해 하는 그냥 까놓고 이야기하는 책 출판의 현실성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다소 속물스러운가?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출판사 관계자들과 예비작가들이 면담하는 자리에서 감히(?)어찌 나눌 수 있겠는가? 지금 내 원고가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책 출판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런 책을 간절히 원했었고 기쁜 마음으로 집어들어 순식간에 완독하였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서는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가와 같은 다소 이론적인 부분에서부터 기획출판, 자비출판, 셀프출판, 독립출판과 같은 책을 내는 방식에 대한 개념 설명과 방법, e북 출판에 대한 실제, 1인 출판사 창업에 관한 방법과 조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남들 다 놀러다니는 주말, 방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머리에 쥐나게 쓴 나의 책을 상품화시켜주기 위한 실제적인 마케팅 기법까지 정말 책 출판에 대한 상세한 방법과 조언이 저자의 직접적인 성공과 실패의 농축된 경험의 엑기스로 전달되어 지고 있기에 책 제목 그대로 작가를 꿈꾸는 예비작가들에게는 하나의 바이블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빠르게 급변하는 이 과학기술의 시대 속에서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총아로 여겨지는 e북, 즉 전자책에 대한 내용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바삭거리는 종이의 질감과 잉크가 내뿜는 그 종이책 고유의 원시적 매력 때문에 종이책 읽기를 선호하지만 한번도 책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예비작가들에게 그래도 접근성이 쉬운 전자책에 대한 실제가 나의 관심을 끈다. 사실 나는 책을 낼 만한 돈도 없고, 나의 원고를 흔쾌히 기획출판 해줄만한 출판사를 기대할 정도로 한 글빨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접근성이 손쉬운 전자책 출판에 관한 내용은 매우 큰 도움으로 다가온다.

이전에는 책을 쓰고 출판한다는 것은 전업작가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소위 이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전문가야! 라고 한 방귀 뀔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허락된 일종의 성역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이제 사람들은 반드시 전업작가가 아니고, 한 분야의 완벽한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쓰고,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내놓을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한다. 평범한 회사원, 전업 주부, 학생과 같은 우리네 일상에서 너무나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관심 갖고 읽는 책의 저자이며 나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 생각만해도 즐겁지 않은가?

누구나 책 한권 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 또는 나의 책을 출판해주려는 출판사가 없다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지금 이시간도 우리의 기억 속 또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사라지거나 잠자고 있다. 그러나 기억할 사실은 저자가 본서에서도 계속적으로 강조하듯이 책을 출판함에 있어서 "가치가 없는 책을 돈 받고 파는 것은 사기행위다!"라는 이야기는 자신의 책을 갖고 싶어하는 예비독자들에게 있어서 두고두고 새겨보아야 할 만한 대목이다. 내 책이 왜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는지, 어렵게 출판은 되었지만 왜 서점과 독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지 말이다.

나 또한 나의 pc 하드에 나만의 책 쓰기를 위한 여러편의 책 쓰기 주제와 소재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내용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대략적인 얼개까지 구성되어 있는 주제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용기가 부족하다. 존경하는 김훈 선생님이나 김남준 목사님과 같은 분이 가진 글쓰기 내공 또한 내게는 전무하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시간과 돈도 없다. 아직까지 나는 글을 쓰는 저자보다는 남의 책을 탐독하는 것이 더 좋은 독자의 DNA가 더 우세한가 보다. 이러한 나의 구차한 변명과 핑계는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책 한권 못쓰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아마! 정말 그럴 수도 있다. 대충 써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의 결말은 죽을 때까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 못쓰고 평생 남이 쓴 책이나 읽으며 블로그에 서평이나 올리는 단순 글쓰기에 만족하게 만들 것이다. 반면 편하게 생각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주먹구구식 책출판은 나로 하여금 가치 없는 책을 돈 받고 파는 사기범이 되는 흑역사를 갖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본서는 이와 같은 책쓰기 딜레마에 빠진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일단 용기를 내어 시작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당신이 열과 성을 다해 쓴 책을 세상에 어떠한 방법으로 빛을 보게 할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황금 주말을 반납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탄생시킨 나와 당신의 책이 출판사와 서점,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은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났다. 선택은 이제 그들의 몫으로 던져진다. 결과를 떠나 나의 책 한권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 지에 관한 금쪽같은 조언을 원하는 예비작가들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책을 내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