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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정석
장시영 지음 / 비얀드 나리지 / 2019년 2월
평점 :

세상을 살면서 좋은 집에 사는 사람도 안부럽고, 비싼 차 타는 사람도 안부러운데 이런 사람들은 조금 부럽다. 바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그 나라 국민이 아니고 교포 또한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은 좋은 집,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안부러운 내게 유독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영어는 중고교,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적지 않게 공부하고 배워 온 언어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머나먼 이국의 언어일 뿐이다. 그렇기에 항상 새해가 시작되면 영어공부는 나의 연간 목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계획 중 하나다. 이러한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본서 <영어의 정석>을 만난다.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은 들어봤어도 영어의 정석은 영어책 이름으로는 생소하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책의 목차와 내용을 훝어보는 중 나의 눈이 커짐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본서가 수많은 영어교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진 특색을 발견했기에 그렇다.
즉 보통 영어 학습서들은 어휘와 문법, 독해와 작문의 기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으로 수 많은 어휘를 암기하고 영어의 그 복잡스러운 문법들을 기계적으로 외움으로서 문장의 규칙들을 습득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습을 안내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항상 영어 공부를 하면서 막혔던 부분은 어순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어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다루어주는 책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기에 본서는 내게 너무나 큰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영어를 독해하고 심지어는 길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학창시절 영어를 읽거나 듣고 해석할 때 어순 그대로 이해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듣기,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영어 울렁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본서를 통해서 영어 문장을 어순 그대로 이해해볼 것을 제안한다. 즉 예를들어 "I kick a ball." 이라는 문장을 듣거나 해석할 때 우리는 지금껏 "나는 볼을 찬다" 라고 한국어의 어순으로 바꾸어서 해석하는 중간 작업을 해왔다.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고, 말이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그동안 학습되어져 내면 안에 숨겨진 압박 아닌 압박으로 인한 결과다. 그러나 저자는 문장을 그냥 주어진 어순 그대로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즉 "나는 찬다 공을"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직독직해를 통해서 듣는대로 바로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영어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쉽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말로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식 사고체계로의 전환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말하는데 있어서 영어식 사고체계로 두뇌의 언어체계를 스위칭 하지 않는다면 영어 정복의 길은 요원하다. 그렇기에 어순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
책의 많은 예문들을 보며 나 또한 따라서 말해보았다. 정말 내가 말하려는 생각을 단순하게 어순에 근거해서 이야기해보니 신기함을 넘어 약간의 허탈함마저 몰려온다. 중고교 6년 이상의 시간 동안 도대체 나는 뭘 배운 것인가에 대한 아쉬움에 기인한 허탈함이었다. 단어를 미친듯이 외우고, 그 외운 단어를 토대로 문법과 독해를 기계적으로 수행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수학의 정석은 있었지만 영어의 정석은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탓해본다. 그러나 탓하고 후회한들 어쩔것인가? 지금이라도 이런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영어 학습서 한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행운이며 기쁨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식의 문법과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직독직해의 원칙은 어순 그대로를 수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어휘는 물론이거니와 문법의 규칙들까지도 기계적으로 전부 암기하려고 했던 나의 지난 영어학습법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책에서 말하는 영어 어순의 원리를 제대로 진득하게 습득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영어문장을 어순 그대로 읽고 듣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고 훈련해보리라.